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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닐 때 딴 자격증, 퇴직 후 이렇게 쓸모있을 줄이야

기자
박영재 사진 박영재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56)

은퇴설계 전문가인 최호성 씨는 몇 년 전 상담했던 모 공기업의 이모 처장 부부 사례가 생각난다. 퇴직을 앞둔 이 처장은 30대 중반 과장 시절에 본인 업무 관련 분야인 감리와 관련된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기술사 자격은 지금도 취득하기 힘들지만, 이 처장이 획득할 당시에는 정말 공부할 것도 준비할 것도 많았다. 게다가 현직에서 일하면서 기술사 자격을 준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자격증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할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결국 시험에 합격했다.
 
퇴직을 앞둔 이 처장은 30대 중반 과장 시절에 본인 업무 관련 분야인 감리 관련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덕분에 퇴직 후에도 하던 일과 관련된 곳에서 몇 년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사진 pxhere]

퇴직을 앞둔 이 처장은 30대 중반 과장 시절에 본인 업무 관련 분야인 감리 관련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덕분에 퇴직 후에도 하던 일과 관련된 곳에서 몇 년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사진 pxhere]

 
이 처장은 곧 정년이지만 큰 걱정이 없다. 자신이 30대에 취득했던 감리와 관련된 기술사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퇴직 후에 건설 감리와 관련된 회사로 취업이 예정돼 있다. 아마도 65세까지는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현직에 있을 때 비하면 수입은 많이 줄어들지만, 국민연금도 나오고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최 씨가 인상 깊게 느꼈던 것은 이 처장 부인의 반응이었다.
 
이 씨 부부는 아들만 둘이다. 부인 입장에서 아이들이 어릴 때 혼자 아들 둘을 키우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남편이 육아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기술사 시험 준비에 너무 바빠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 속으로 원망도 많이 했다. 기술사 자격을 취득해도 자격 수당은 많지 않았다. “아니 자격증 수당도 적은데, 굳이 기술사를 딸 필요가 있나? 차라리 그 시간에 아이들이나 함께 돌봐주는 것이 낫지….”
 
하지만 이 씨는 젊었을 때 적극적으로 자기계발을 했고, 그 결과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정년퇴직할 때 다른 동료들은 집에서 놀거나,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걱정할 때 그동안 하던 일과 관련된 곳에서 몇 년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이 씨 부인은 남편에게 사과했다. “여보, 아이들이 한창 클 때, 도와주지 않는다고 서운하게 생각했던 점 미안해요. 당신 수고 많았어요.”


가장 좋은 은퇴준비는 오래 일하는 것

가장 좋은 은퇴준비는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회초년생이나 30대 직장인의 은퇴 준비의 기본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수입의 10% 정도는 자격증이나 학위 취득 등 자기 계발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것은 반퇴세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많은 반퇴세대가 50대에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지만 퇴직 후 바로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형태로 일을 찾게 된다.
 
2014년 메릴 린치(Merril Lynch)에서 미국의 은퇴 후 일하는 사람의 유형과 새로운 은퇴 모델을 제시한 ‘은퇴 후 일하기(Work in Retirement)’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후 바로 종신 여가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 후 일하기(Work in Retirement) 단계를 거쳐 종신 여가 단계로 진입한다고 했다.
 
 
제1단계인 은퇴 전(Rre-Retirement)단계는 은퇴하기 전에 준비하는 준비 기간이다. 이 기간은 은퇴 후 일을 할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하고, 일하기와 관련된 준비를 하는 시기다. 보통 5년을 준비하는데, 은퇴 전 2년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제2단계는 경력 모색기·휴지기(Career Intermission)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실제 공백기를 맞이하는데, 29개월 정도다. 이 시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경우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은퇴후 일하기 단계는 평균 9년

제3단계는 은퇴 후 일하는(Reengagement) 단계인데 은퇴 후 준비를 거쳐 다시 제2의 경력을 유지하는 기간이다. 이들은 평균 9년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제4단계가 은퇴 후 여가(Leisure) 단계인데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종신 여가로 들어가는 시기다. 전통적인 은퇴를 의미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퇴 전 단계와 모색 단계다. 은퇴 전에 내가 어떻게 지낼지에 대한 방향성을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 공기업과 일부 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은퇴 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주기도 한다.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급여가 줄어들고, 보직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만이 클 수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은퇴 전에 준비가 쉽지가 않기 때문에 모색단계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이 기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내 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필요한 자격증을 획득하고, 교육을 받고 또는 학위가 필요하면 대학이나 대학원을 진학해 학위를 취득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하면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9년간 더 일한다고 했으나 지금의 반퇴 세대는 그 이상의 기간을 일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또는 20년의 멋진 삶을 위해서 제대로 준비하자.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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