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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도 혁명처럼 현상 타파를 원한다

책 속으로 

난파된 정신

난파된 정신

난파된 정신
마크 릴라 지음
석기용 옮김
필로소픽
 
세상에 대한 이분법적인 이해는 역사가 깊고 오래고 또 인기도 있다. 문명과 야만, 선진국과 후진국, 동양과 서양,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등.
 
가장 강력한 정치적 이분법은 세상을 보수·진보, 좌파·우파의 대결로 본다. 『난파된 정신』은 반동을 중심으로 세상을 ‘혁명과 반동의 대결’로 볼 가능성을 제시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과격 이슬람주의와 같은 현상도 좌우·보혁이 아니라 혁명 대(對) 반동의 렌즈로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난파된 정신(The Shipwrecked Mind)』의 영문판 부제는 ‘정치반동론(On Political Reaction)’이다. 저자 마크 릴라는 하버드대 박사(정치학) 출신으로 현재 컬럼비아대 인문학 교수다. 저자에게 반동이나 반동주의자(심하게 말하면 반동분자)는 가치중립적인 학술 용어다. 마녀사냥식 오명을 반동·반동주의자에게 씌우겠다는 의도가 없다.
 
『난파된 정신』은 ‘사상가들’ ‘흐름들’ ‘사건들’이라는 세 개의 장(章)으로 반동을 해부한다. 또 반동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가 정리한 반동의 핵심 정체는 이렇다. 반동은 보수가 아니다. 반동에는 우파도 있고 좌파도 있다. 단 우파 반동이 더 많다. 혁명과 마찬가지로 반동도 역사의 진전에 기여한다.
 
저자는 반동이 혁명이나 진보처럼 다른 정치 사조·운동과 차이점도 많지만, 공통점도 많다고 주장한다. 우선 반동은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인식을 혁명과 공유한다. 반동과 혁명은 ‘현상유지는 안 된다’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그래서 반동주의자는 혁명주의자만큼이나 과격하고 극단적이다. 반동은 혁명의 형제다.
 
하지만 혁명과 반동을 움직이는 엔진은 다르다. 혁명은 희망, 반동은 추억이 주식(主食)이다. 혁명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미지의 희망을 품고 있다. 반동의 열정은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뜻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에서 나온다. 모든 ‘반동분자’에게는 황금기(Golden Age)의 추억이 있다. 황금기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류가 타락하기 전의 에덴동산일 수도 있고 1950년대일 수도 있다.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에게 황금기는 19세기이래 서구의 식민주의자들이 세속주의·개인주의·물질주의로 무슬림의 타락을 시도하기 이전의 시대다.
 
저자가 보기에 민주당은 소수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에 집착해 공화당에게 밀렸다. 저자는 미국 자유주의와 민주당이 ‘자유주의의 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저자 또한 반동주의자다.
 
반동주의자에게 현재는 마치 외국처럼 낯선 곳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은 익숙한 것들이 하루하루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많은 한국인에게 2019년 대한민국은 낯설다. 그래서 『난파된 정신』은 우리 독자에게 시사점이 많다. 이 책의 자매편으로는 『분별없는 열정(The Reckless Mind)』이 있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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