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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능력 탁월한 늑대들 떼 지어 ‘합창’하는 까닭

서광원의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생존 이치

생존 이치

늑대, 하면 우리는 응큼한 남자를 떠올린다. 우리에게 늑대는 전혀 호감 가는 녀석이 아니다. 동화에서도 녀석들은 주로 음흉한 계략을 꾸미거나 나쁜 짓을 일삼는다. 언론 매체의 국제면에 가끔 ‘출몰’하는 ‘외로운 늑대’들은 테러리스트들이다. 호감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다.
 

모래알처럼 흩어지면 생존 위협
함께 울부짖으며 서로 힘 북돋아
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처럼
집단을 하나로 모으는 효과 커

늑대들이 사는 초원 지역 사람들은 정반대다. 그들은 늑대를 숭배한다.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에서는 푸른 늑대를 조상으로 삼았고,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시조인 로물루스 형제에게 젖을 먹여 키운 늑대를 은혜로운 존재로 여겼다. 중앙아시아에는 이런 설화들이 흔하다. 북유럽 최고의 신인 오딘은 전쟁터에 나갈 때 두 마리 늑대를 데리고 가고, 인디언 설화에서도 늑대는 단골이다. 우리가 호랑이를 영적으로 대하듯 이들은 늑대를 그렇게 대한다. 테러리스트들이 내세운 ‘외로운 늑대’라는 명칭 또한 자신들이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칭기즈칸, 늑대의 전술 곧잘 사용
 
이들은 왜 늑대를 숭배할까? 덩치(50~60kg)에 비해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지능도 개보다 30% 정도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녀석들은 잘 짜인 조직력으로 300kg에서 최대 700kg까지 나가는 거대한 사슴을 사냥한다.  
 
북미의 늑대들은 1t이나 되는 들소 바이슨까지 먹잇감 리스트에 올린다. 칭기즈칸이 세계를 정복하면서 푸른 늑대를 상징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는 어릴 때 야생에서 경험했던 늑대들의 전술을 실제 전투에 곧잘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리는 건 아니다. 허탕을 치는 일도 허다하다. 사냥감들도 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도 가도 눈만 보이는 겨울에 연이어 사냥에 실패하면 무리의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배가 고프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고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서로 으르렁대는 일이 잦아진다. 곤두선 신경은 짜증으로, 짜증은 갈등과 마찰로 표면화 된다. 이런 상황은 무리에게 위기다.
 
녀석들이 무리를 짓고 사는 건 혼자서는 살 수 없기에 선택한 생존 전략이다. 그런데 분열이 생겨 힘을 모으지 못하거나 만의 하나 뿔뿔이 흩어지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상황은 대장의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분열되어 흩어진다면 대장도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럴 때 노련한 대장은 머리를 어깻죽지에 파묻고 하늘을 향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대장이 시작하면 다른 늑대들도 하나 둘 따라한다. 대장보다 약간 낮은 음을 내거나 대장이 내는 소리와 교차시키는 소리를 내며 하나된 소리를 만든다. 늑대들의 합창이다. 녀석들은 왜 합창을 할까?
 
고된 일을 하면서 노동요를 함께 부르거나 2002년 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를 다같이 외친 것과 다르지 않다. 함께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것에는 분열되려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 힘을 내게 하는 기능이 있다.  
 
다같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묘한 결과를 만든다. 합창은 내 목소리만 내서 되는 게 아니다. 각자 템포와 호흡이 다르기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조화로움을 이룰 수 없다. 튀어서도 안 되고 자신 없다고 입만 뻥끗거려서도 안 된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하나된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합창단을 하거나 노래를 같이 부르는 이들이 쉽게 친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장 늑대는 이런 합창을 통해 모래알처럼 흩어지려는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정부가 흑인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강력하게 실행하던 시절, 정부는 정치범들을 케이프타운에서 10여 km 정도 떨어진 바람 부는 바위섬 로벤섬으로 보냈다. 섬 전체가 교도소인 이곳은 거친 데다 상어가 득실거리는 주변 바다 때문에 탈옥은 꿈도 꾸지 못하는 곳이었다. 나중에 남아공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도 이곳에 있었는데, 이들은 끈질기게 한 가지 청원을 교도소 당국에 했다. “축구를 하게 해달라.” 처벌도 감수했다. 교도소 당국이 당황해 할 정도였다. 아니 그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3년여의 노력 끝에 이들은 1967년 12월 초부터 매주 토요일 30분씩 축구를 할 수 있었다. 맨땅에 맨발로 시작했지만 축구는 결코 시시한 게 아니었다. 무기력해지기 쉬운 이들에게 활력을 선사했고 더 나아가 파벌로 나뉘어 거의 협력하지 않았던 이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힘 있는 하나가 된 덕분에 결국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집단을 결속시켜야 진정한 리더
 
잘 되는 조직에는 분열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나름의 장치가 있다.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게 있다. 리더도 이런 장치 중 하나다.  
 
프랑스 철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남미 아마존 지역을 현지 연구한 후 구조주의를 주창했는데, 이 때 만난 남비콰라족에게서 “커다란 놀라움과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고 『슬픈 열대』에 썼다. 족장을 뜻하는 ‘우일리칸데(Uilikande’)‘가 집단을 결속시키는 사람이라는 게 그것이었다.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집단을 하나로 만드는 사람이 족장, 그러니까 진정한 리더라는 말이었다. 그렇다. 분열해서는 무엇도 이룰 수 없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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