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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기득권층 짬짜미 형 부패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한국 사회가 민주화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이미 많이 풀었다. 성장을 더 해서 풀 수 있는 문제도 별로 없다. 아직 풀지 못한 문제는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가 한 말입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 지수(2018년 기준)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80개 나라 중 45위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 조사 때의 51위보다 개선됐지만 한국은 투명성 평가에서는 후진국을 면치 못합니다.    
‘2019년도 반부패·청렴정책 추진 지침 전달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이 ‘청렴’을 다짐하며 퍼포먼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도 반부패·청렴정책 추진 지침 전달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이 ‘청렴’을 다짐하며 퍼포먼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이 교수는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도 한국 사회에 만연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는 어찌 보면 부패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이런 겁니다. 특정 기업이나 기업의 대표가 국회의원의 도움을 기대하고 그의 자녀를 채용합니다. 의과 대학의 교수가 자녀의 친구를 실험실 인턴으로 써주고 인턴 증명서를 발급합니다. 전직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가 특수부가 수사하는 사건의 피의자 측 변호사로 활동합니다. 수사의 강도가 낮아지고 피의자를 기소할 때도 혐의가 무겁지 않습니다. 규제권을 가진 관료가 피규제자를 봐주고 은퇴 후에 자리를 보장받습니다.  
  
이런 식의 부조리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애매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부조리에 대한 지적과 분노도 눈에 띄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 교수는 “엘리트 집단끼리 공적인 규칙이나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하기 때문에 뚜렷한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런 행태를 ‘기득권층 짬짜미 형 부패’라고 부르겠습니다.
 
조국 사태를 보겠습니다. 특정한 엘리트 네트워크를 씨줄 날줄로 엮어 상부상조하는 탐욕의 원리가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런 정서는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진보의 가치를 주장하던 조국 장관 일가도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기득권층끼리만 어울리는 네트워크를 최대 활용했습니다.  자녀의 의학 영어 논문 1저자 등재 같은 서민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편법이 동원되면서 ‘정의’라는 가치는 연기처럼 소멸했습니다.
 
부패인식지수

부패인식지수

이런 그들만의 리그가 불법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공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드러난 부패는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됩니다. 엄격한 법 집행에다 소득 증가, 인식 변화 등으로 앞으로 부패는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부패는 어떻게 할까요. 모른 척하고 지나가면 그만일까요.  
 
이 시대 청년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공정성’입니다. 반칙과 변칙 등으로 공정의 가치가 깨지면 이들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기회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 갈등은 폭발하는 법입니다. 조국 사태는 이 사회를 홍해 갈라지듯 확실하게 쪼개 놓았습니다. 광장에서 구호가 넘치고 상대에 대한 증오는 하늘을 찌릅니다. 갈등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득권층의 짬짜미 형 부패를 줄이기 위한 담론의 확장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없습니다. 세계은행은 전 지구적 불공정 만연과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는 ‘공평함과 발전’이라는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대목입니다. ‘기회의 불평등이 투자와 생산성을 저해하고 포용적인 제도의 발전을 가로막아 장기적인 번영의 걸림돌이 된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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