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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거리 이틀 걸려 평양 가는 韓축구팀···생중계도 못할판

북한축구대표팀 공격수 한광성은 손흥민처럼 등번호 7번을 달고 뛴다. 한국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을 앞두고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은 물론 TV 생중계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AP=연합뉴스]

북한축구대표팀 공격수 한광성은 손흥민처럼 등번호 7번을 달고 뛴다. 한국축구대표팀의 평양 원정을 앞두고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은 물론 TV 생중계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AP=연합뉴스]

‘남북 호날두’ 손흥민(27·토트넘)과 한광성(21·유벤투스)의 맞대결을 TV 생중계로 못보게 되는걸까.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축구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 파견은커녕 TV 생중계도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월드컵 예선
경기는 확정, 중국 경유 14일 평양 입성
취재진·응원단 방북커녕 생중계도 불투명
김정은 ‘정상국가’ 흠집, 막판 수용할수도

 
한국남자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30분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남자축구의 평양 원정은 1990년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이다.  
 
일단 한국이 평양에서 경기를 치르는건 확정됐다. 직항로나 육로를 이용하면 평양까지 2~3시간 거리지만, 대표팀은 중국을 경유해 평양에 입성한다. 13일 오후 5시50분 인천에서 베이징으로 출국해 하루 묵으며 비자를 받는다. 14일 오후 1시25분에 평양에 도착하면 2박3일 일정으로 머문다.   
 
지난 2017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대결한 여자대표팀. [중앙포토]

지난 2017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대결한 여자대표팀. [중앙포토]

하지만 현 상황에서 축구경기만 빼고보면 ‘깜깜이’ 평양 원정이다. 일단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한국취재진의 평양행을 위해서는 항공편, 일정, 절차를 감안해 11일 오전까지는 초청장이 왔어야했는데, 북한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예선전 협의 관련해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며 “회신이 없었던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계속해서 북한에 입장을 타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를 통해 협조요청을 보냈지만, 북한축구협회는 “선수단을 제외한 입국 승인은 우리의 결정 사안이 아니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북한축구협회는 선수단 호텔과 버스에 대해 즉각 회신을 주지만, 취재진과 중계방송에 관한 질문에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대결한 여자대표팀. [중앙포토]

지난 2017년 4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대결한 여자대표팀. [중앙포토]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축구협회 반응을 두고 취재진, 중계방송, 응원단 파견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축구협회 소관이 아닌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결정한다는 의미로, 선수단 방북 외 사안은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남북체육교류 관련 민간단체 관계자는 “지난달 북측에 응원단 파견 얘기를 꺼냈더니 ‘못 받을 것’이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북한 당국이 체육행사를 비롯해 모든 남북관계를 북·미 비핵화 협상과 연동해 보류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월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북·미 협상을 우선순위에 두는 ‘선미후남’(先美後南)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지난해와 달리 좀처럼 경색국면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조라면 월드컵 평양 예선전이 ‘비정상적’으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지난 3월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중계 카메라에 키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손흥민이 골을 넣은 뒤 중계 카메라에 키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TV 생중계도 불발될 위기다. 중계사인 지상파 3사는 에이전시를 통해 북한축구협회와 협상 중이다. 방송계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중계권료로 기존 금액의 몇배에 달하는 약 150만 달러(17억8350만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애초 한국 중계진이 현장에 파견되는 조건이 포함됐는데, 이 옵션이 불투명해지면서 입장 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결정이 계속해서 늦어질 경우 현지중계는 불가능하다. 국제신호를 받아 방송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자칫 한국 기자들은 FIFA 홈페이지 문자중계를 보고 월드컵 예선 기사를 써야할 판이다.
지난 9월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에 입단한 북한 공격수 한광성. [사진 유벤투스 트위터]

지난 9월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에 입단한 북한 공격수 한광성. [사진 유벤투스 트위터]

 
그럴 경우 국내축구팬들도 손흥민과 한광성의 맞대결을 볼 수 없게 된다. 한광성은 ‘축구광’ 김정은 위원장 지원 하에 2017년 이탈리아 칼리아리에 입단한 북한축구스타다. 페루자를 거쳐 올여름 유벤투스로 이적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유벤투스 1군이 아니라, 유벤투스 23세 이하팀에서 뛰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3위에 불과한 북한은 2차예선 2연승 중이다. 한광성은 지난달 5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 1차전에서 4-4-2 포메이션 중 투톱 공격수로 나서 2-0 승리에 기여했다. 또 지난달 10일 스리랑카와 원정 2차전에서도 투톱 공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1-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북한은 탄탄한 수비 후 한광성과 그의 공격 파트너인 정일관 또는 리혁철을 활용한 역습을 펼친다.  
10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 한국 대 스리랑카 경기. 후반전 손흥민이 교체되어 나가고 있다.[연합뉴스]

10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2차전 한국 대 스리랑카 경기. 후반전 손흥민이 교체되어 나가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대표팀은 주장 손흥민과 함께 차분하게 북한전을 준비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7일 한광성과 대결에 대해 “축구는 팀으로 하는 경기다. 어떤 선수를 지목하기보다 팀으로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전을 마친 뒤에도 “북한이 어떤 경기를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막판에 중계방송과 취재진 방북을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남북 축구 대결이 생중계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면, 김정은 위원장이 추구해온 ‘정상국가’ 이미지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상부가 국내외 여론 동향을 살피면서 최종 결정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린·백민정 기자 rpark7@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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