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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의 귀환? 복면 주윤발, 홍콩시위 참가 사진의 진실

‘홍콩 스타 주윤발이 시위에 참여했다’

주윤발 시위 참여...확인했다는 현지 보도 없어
복면 사진...화제됐지만 시간ㆍ장소ㆍ출처 불명확
복면금지법 강행 공표 이전 SNS에 올라온 사실 확인
“6월 홍콩 언론이 촬영한 모습과 같아”

 
이 소식이 10일 국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50곳이 넘는 매체가 보도를 쏟아냈다.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때 용감하게 시위대를 옹호했던 그가 침묵을 깨고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은 이렇다. 홍콩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기로 한 지난 4일, 주윤발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석하다 팬과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퍼지면서 홍콩인들의 찬사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주윤발은 역시 다르다”, “그가 괜히 영웅인 게 아니다”며 국내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말 그대로 ‘영웅본색의 귀환’이다.

 
이 기사는 홍콩 현지 매체를 인용한 보도다. 사실이라면 현지에서 더 크게 다뤄졌을 수 있다. 그런데 홍콩 주류 언론은 비중 있게 보도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홍콩 명보는 지난 5일 주윤발의 사진 관련 기사를 짧게 다뤘다. [명보 캡쳐]

홍콩 명보는 지난 5일 주윤발의 사진 관련 기사를 짧게 다뤘다. [명보 캡쳐]

홍콩에서 관련 기사가 보도된 건 지난 5일. 홍콩 유력 언론 중 하나인 명보(明報)는 전날 마스크를 쓴 주윤발의 사진이 SNS에 올라왔고 시민들이 ‘복면 주윤발’이라며 좋아했다고 짧게 보도했다. 시위 관련 내용은 없었다. 주윤발의 사진을 좀 더 시위와 연관시킨 건 소규모 인터넷 언론들이었다.  
 
“민감한 시점에 주윤발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홍콩 미러미디어),  
“복면금지법 강행에 반대하는 뜻을 표시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홍콩 유동신문)  
 
주윤발의 사진을 기사화한 홍콩 현지 언론은 4곳. 이중 사진은 누가 어디에서 찍었고, 당시 주윤발이 한 말은 무엇이고, 실제 시위에 참여하러 가는 길이었는지 등에 대해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  
 
그렇다면 ‘복면 주윤발’의 사진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홍콩 매체가 사진 출처로 인용한 'hiromiluv'의 인스타그램. 그는 일본인이다. [인스타그램]

홍콩 매체가 사진 출처로 인용한 'hiromiluv'의 인스타그램. 그는 일본인이다. [인스타그램]

 
홍콩 미러미디어(mirrormedia)가 쓴 기사에 유일하게 사진 출처가 적혀 있었다. 역추적해 봤다. 우선 미러미디어는 ‘hiromiluv’란 아이디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주윤발 사진을 사용했다. 이 아이디의 주인은 홍콩인이 아닌 일본인이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자신도 다른 SNS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주소를 올렸다.  
 
거슬러 올라가보니 주윤발의 사진이 처음 SNS에 올라온 곳은 ‘나쁜남성일보’(Bad Guys Dailyㆍ壞男人日報)라는 아이디의 인스타그램이었다.  
'BadGuysDaily'라는 아이디의 인스타그램. 4일 오전 6시 48분 주윤발이 복면을 하고 팬과 찍은 사진이 가장 먼저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BadGuysDaily'라는 아이디의 인스타그램. 4일 오전 6시 48분 주윤발이 복면을 하고 팬과 찍은 사진이 가장 먼저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사진이 노출된 시간은 4일 오전 6시 48분. 캐리 람 행정장관이 복면금지법 강행을 공표한 오후 3시보다 8시간 전이었다. 그의 검은 마스크를 복면금지법 반대 행동과 연관짓기 힘든 이유다.

처음 SNS에 공개됐을 때 정작 사진에 대한 설명도 6글자가 전부였다. “홍콩의 형님은 주윤발이다.”(香哥就是發哥) 
 
그런데 이 사진은 이날 오후 3시 48분 회원수 10만을 보유한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다시 링크되면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댓글에 “주윤발은 영웅”이란 환호가 줄지어 달렸다. 이는 다음날인 5일 홍콩 여러 매체의 보도로 연결됐다.  복면금지법 공표 이후 주윤발이 마스크를 하고 등장한 듯한 뉘앙스로 포장된 기사가 나온 것이다.
 
홍콩 명보가 지난 6월 12일 주윤발을 촬영해 보도한 영상. 모자,마스크,검은 목폴라 티셔츠, 가방, 손목시계 등이 모두 10월4일 SNS에 올라온 주윤발의 사진과 동일하다.[명보 캡쳐]

홍콩 명보가 지난 6월 12일 주윤발을 촬영해 보도한 영상. 모자,마스크,검은 목폴라 티셔츠, 가방, 손목시계 등이 모두 10월4일 SNS에 올라온 주윤발의 사진과 동일하다.[명보 캡쳐]

현재까지 분명한 건, 촬영 시점과 출처도  알 수 없는 이 사진이 4일 오후부터 홍콩 SNS에서 빠르게 퍼졌다는 사실 뿐이다. 홍콩 현지에선 주윤발의 사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홍콩침례대 학생인 니콜라스(23)는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연예계 소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홍콩인이라면 저 사진이 4일에 촬영된 게 아니란 걸 금방 알 수 있다”며 “저 사진은 지난 6월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6월 12일자 홍콩 빈과일보 보도를 근거로 들었다.  
 
이날 빈과일보는 영화 ‘광휘세월’ 촬영을 마치고 홍콩에서 쉬고 있는 주윤발의 모습을 영상으로 전했다. 영상에서 그는 사진과 똑같은 검은 옷과 모자, 마스크 차림에 똑같은 가방까지 멘 채 걸어가고 있었다. 니콜라스는 “홍콩 시민들은 주윤발이 시위에 동참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그런 마음 때문에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주윤발은 홍콩 시위와 관련,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낸 바 없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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