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여성주의 넘어선 여성, 관습에 저항하는 문제아

지난해 성폭력 스캔들로 노벨문학상 발표를 하지 못한 스웨덴 한림원이 10일  2018년과 2019년 수상자를 동시에 발표했다.
 

노벨문학상 2년치 수상자 발표
2018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
2019 오스트리아의 페터 한트케
지난해 미투 논란에 시상 걸러

전범 밀로셰비치 옹호 한트케
노벨상 수상에 또 다른 논란 예고

작년 노벨문학상에 선정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로이터=연합뉴스]

작년 노벨문학상에 선정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57)는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다. 그의 작품은 여성이 중심인물로 등장해 서사의 축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은행나무)을 번역한 최성은 번역가는 “토카르추크는 페미니즘 작가이지만, 특히 ‘포스트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작가”라며 “여성의 삶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면서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는 데 주력한다”고 평했다.
 
1962년 폴란드 술레후프에서 교사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첫 장편소설인 『책의 인물들의 여정』을 1993년 발표했다. 17세기 프랑스와 스페인을 배경으로 피레네에서 신비로운 책을 찾아다니는 인물들을 그린 이 책으로 그는 그해 폴란드 출판인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책’ 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그는 많은 문학상을 휩쓸었다. 세 번째 장편 소설인 『태고의 시간들』로 젊은 작가들에게 주는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받았고, 2008년 『방랑자들』, 2014년 『야고보서』로 니케 문학상 대상을 두 번 수상했다. 2018년 『방랑자들』의 영어판 『플라이츠(Flights)』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야고보서』를 언급하며 "그녀는 이 작품에서 인간이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서술해내는 데 최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격찬했다.
 
그는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를 씨실과 날실 삼아 촘촘히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쓴다. 최성은 번역가는 "그의 소설에는 인간뿐 아니라 각종 동식물과 신성을 가진 개체 등 존재하는 모든 것이 주체가 돼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며 "작가는 이런 개체들의 삶의 방식과 존재의 의미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심리 치료사로 활동한 이력도 그의 작품 세계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그는 인물의 꿈이나 내면, 무의식 등을 정교하게 형상화해 인간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3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프로이트를 읽고 난 이후로 나는 세상을 더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토카르추크는 2006년 한국에 방문한 적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제1회 세계 젊은 작가 축전’에 참가한 것. 칼 융의 사상과 불교에 관심이 많아 당시 직접 템플 스테이를 경험한 "그는 내가 지금까지 본 색깔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한국 스님들이 입는 승복의 회색빛이었다”고 밝혔다.
 
올해 노벨문학상에 선정된 오스트리아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페터 한트케.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에 선정된 오스트리아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페터 한트케. [AFP=연합뉴스]

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 수상자로 페터 한트케(Peter Handke·77)를 발표하며 “인간 체험의 주변성과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작가”라고 평했다. 문학의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자기 세계를 구축해온 여정을 박수를 보낸 것이다. 기존 문법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온 한트케는 87년 빔 벤더스 감독과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를 썼고 소설·시·방송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썼다. 그는 또 1960년대 귄터 그라스와 같은 문호가 속한 ‘47그룹’에 대해 “문학은 언어로 만들어진 것이지, 그 언어로 서술된 사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후에 독일의 범죄행위에 대해 속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47그룹’은 20대였던 한트케의 이러한 비판에 따라 해체됐다.
 
특히 1969년에 발표한 희곡 『관객모독』은 전통적 의미의 연극에 도전한 작품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소도구나 장치가 없는 무대에서 배우들은 “이것은 연극이 아니다. 사건은 반복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관객을 모독하는 욕설, 사회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다. 김윤철 연극평론가는 한트케에 대해 “관람자와 공연자 사이의 관계를 허물었으며 도발하는 작품이 많다. 관습적 사고에 저항하는 메시지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트케는 오스트리아의 산골인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슬로베니아 태생이었고 독일 병사 사이에서 한트케를 가졌지만 결혼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한트케가 29세이던 71년 수면제를 다량으로 복용해 자살했으며 한트케는 중편소설 『소망 없는 불행』에서 억압당하는 여성을 묘사하며 어머니를 기억했다. 전쟁 후의 정치 상황과 가정의 모순을 담은 한트케의 대표작이다. 한림원은 한트케의 일생을 소개하며 “그에게 과거는 끊임없이 새로 써야 하는 것이었지만 마르셀 프루스트와는 달리 기억으로 치유받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한트케의 수상에는 논쟁도 따른다. 워싱턴포스트는 “파시스트와 세르비아 민족주의 옹호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며 “최근 스캔들에서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 했던 노벨상 위원회가 또 다른 논란으로 뛰어든 격”이라고 평했다. 한트케는 90년대에 ‘발칸의 도살’이라 불린 인종청소를 벌였던 신유고연방의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의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했다. 이후 “밀로셰비치는 다소 비극적 남자였다. 나는 작가이지 판사가 아니다”라고 해 논란이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2006년 인터뷰에서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나의 발언 이후 노벨상에 대한 기대는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호정·정아람 기자 wisehj@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