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6개월? 1년? 모른다”…라임 6200억 펀드 ‘모라토리엄’

사모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이 9일 6200억원 규모의 ‘펀드 모라토리엄(상환금 지급 연기)’을 선언했다. 지난 2일 상환금 지급이 연기된 금액은 274억원이었지만, 1주일 만에 그 규모가 20배 넘게 불어났다. 돈줄이 묶인 투자자는 2000여 명에 이른다. 라임 측은 “(환매 재개가)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두달새 8980억 환매에 중단 선언
라임 “무리한 매각땐 수익 더 하락”
투자자 돈 묶여도 법적 대응 못해
은성수 “불안 번지지 않게 대응”

투자자는 곤혹스럽다. 문제가 된 펀드가 규제에서 자유로운 사모펀드인데다 라임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환매 연기를 진행했기 때문에 소송으로 끌고 가도 승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구조는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두 개의 모(母)펀드가 있다. 하나는 코스닥 기업들의 사모채권 등에 주로 투자한 ‘플루토 1호’ 펀드다. 다른 하나는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로 편입한 ‘테티스 2호’ 펀드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라임은 이 2개의 모펀드 투자 비중을 다양하게 조합해 50여 개의 자(子)펀드를 만들었다. 자펀드 방식을 활용하는 이유는 모펀드의 위험을 분산하고 개방형 펀드로 만들어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로 환매가 연기된 펀드 6200억원 중 4400억원은 개방형 펀드였고, 나머지 1800억원은 이번 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폐쇄형 펀드(만기 때 까지 돈을 찾을 수 없는 펀드)다.
 
이런 방식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모펀드의 위험이 자펀드로 전이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반 투자자 대상의 공모 펀드에서는 이런 구조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에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로 이르게 된 것도 이런 구조 탓이 크다. 모펀드에서 투자한 CB와 BW를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서 환매가 어렵게 됐고, 이런 상황이 알려지며 투자자의 환매가 몰리는 ‘펀드런’이 발생하자 환매 연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급성장한 라임자산운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급성장한 라임자산운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까지 급성장하던 라임이 ‘펀드런’의 위기까지 몰린 것은 펀드 간 자전거래를 통한 수익률 돌려막기와 파킹거래 등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선 영향이 있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7월 이후 고객들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서 자금을 대량으로 빼갔다. 8월 이후부터 매주 1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고, 8·9월 순유출 금액만 8980억원에 달한다.  
 
라임 측은 “고객의 환매 요청에 따라 무리하게 자산을 매각할 경우 저가 매각 등으로 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며 “펀드 가입자의 보호를 위해서 관련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편입된 자산의 안전한 회수가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투자한 자산의 특성상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과 약속한 이자는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개인투자자에게 개방형 펀드로 판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사모채권은 자산운용사가 직접 발행회사와 계약을 맺는 채권으로, 일반 공모채권보다 투자 조건이 더 좋지만 상대적으로 자산 유동화가 어렵다. 평소에 채권인 CB와 BW는 주가가 올랐을 때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주식을 매입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주가가 내려갈 때는 조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환매 연기 사태를 맞은 투자자는 속이 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라임의 투자 약관을 보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56조에서 정하는 사유로 환매일에 환매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은성수. [연합뉴스]

은성수.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펀드라면 수익자 총회를 열어 찬·반 표결을 해야 하지만 사모펀드는 그런 의무가 없다”며 “법과 약관에 따라 환매 연기를 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조기 환매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라임의 법적인 책임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사태와 원금 전액 손실까지 빚어진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F)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 시장 전반이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만큼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 시장은 고액을 가진 전문 투자 ‘선수’만 들어가야 하는 시장이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일반인이 문제가 생기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은행에서 파생결합상품이나 전문적인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환매 연기 사태를 금감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지지 않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