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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1년 걸릴지 모른다"...라임 6200억 ‘펀드 모라토리엄’

라임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이 9일 6200억원 규모의 ‘펀드 모라토리엄(상환금 지급 연기)’을 선언했다. 지난 2일 상환금 지급이 연기된 금액은 274억원이었지만, 1주일 만에 그 규모가 20배 넘게 불어났다. 돈 줄이 묶인 투자자는 2000여명에 이른다. 라임 측은 “(환매 재개가)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모펀드 2개서 자펀드 50여개 파생
"공모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펀드"

 투자자는 곤혹스럽다. 문제가 된 펀드가 규제에서 자유로운 사모펀드인 데다 라임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환매 연기를 진행했기 때문에 소송으로 끌고 가도 승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모펀드에선 불가능한 복잡한 펀드…피해자 2000명 넘을 듯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의 구조는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두 개의 모(母)펀드가 있다. 하나는 코스닥 기업들의 사모채권 등에 주로 투자한 ‘플루토 1호’ 펀드다. 다른 하나는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로 편입한 ‘테티스 2호’ 펀드다.  
 
 라임은 이 2개의 모펀드 투자 비중을 다양하게 조합해 50여개의 자(子)펀드를 만들었다. 자펀드 방식을 활용하는 이유는 모펀드의 위험을 분산하고 개방형 펀드로 만들어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로 환매가 연기된 펀드 6200억원 중 4400억원은 개방형 펀드였고, 나머지 1800억원은 이번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폐쇄형 펀드(만기때 까지 돈을 찾을 수 없는 펀드)다.  
 
 이런 방식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모펀드의 위험이 자펀드로 전이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반 투자자 대상의 공모 펀드에서는 이런 구조가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에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로 이르게 된 것도 이런 구조 탓이 크다. 모펀드에서 투자한 CB와 BW를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면서 환매가 어렵게 됐고, 이런 상황이 알려지며 투자자의 환매가 몰리는 ‘펀드런’이 발생하자 환매 연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 펀드는 우리은행 등 금융회사 30여 곳을 통해 약 2000여명의 개인투자자에게 팔렸다. 판매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만 250여명에게 600억원이 팔려 전체로 따지면 피해자는 2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다만 초고액 투자가가 끼어 있다면 그 수는 더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환매 연기 왜?...라임 "자금 안전 회수가 최우선"

 
 최근까지 급성장하던 라임이 ‘펀드런’의 위기까지 몰린 것은 펀드 간 자전거래를 통한 수익률 돌려막기와 파킹거래 등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선 영향이 있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7월 이후 고객들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에서는 자금을 대량으로 빼갔다. 8월 이후부터 매주 1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고, 8ㆍ9월 순유출 금액만 8980억원에 달한다.
  
 라임자산운용의 고위 관계자는 “(해당 의혹으로) CB 유통시장이 나빠졌다고 하면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태가 나빠진 것은 없고 다만 환매 정책이 바뀐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라임 측은 “고객의 환매 요청에 따라 무리하게 자산을 매각할 경우 저가 매각 등으로 펀드의 투자 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며 “펀드 가입자의 보호를 위해서 관련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편입된 자산의 안전한 회수가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라임의 설명에도 일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투자한 자산의 특성상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과 약속한 이자는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개인투자자에게 개방형 펀드로 판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사모채권은 자산운용사가 직접 발행회사와 계약을 맺는 채권으로, 일반 공모채권보다 투자 조건이 더 좋지만 상대적으로 자산 유동화가 어렵다. 평소에 채권인 CB와 BW는 주가가 올랐을 때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주식을 매입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주가가 내려갈 때는 조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급성장한 라임자산운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급성장한 라임자산운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투자자 돈 줄 묶였지만, 법적 대응 어려워"

 
 환매 연기 사태를 맞은 투자자는 속이 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펀드 환매 연기에 있어서 라임자산운용의 절차는 적법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라임의 투자 약관을 보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56조에서 정하는 사유로 환매일에 환매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256조에는 부도 발생 등으로 인해 펀드의 자산을 처분해 환매할 때 다른 투자자의 이익을 해칠 경우 환매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한 테티스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8호의 약관. 펀드 환매 연기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한 테티스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8호의 약관. 펀드 환매 연기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펀드라면 수익자 총회를 열어 찬ㆍ반 표결을 해야 하지만 사모펀드는 그런 의무가 없다”며 “법과 약관에 따라 환매 연기를 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조기 환매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라임의 법적인 책임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펀드 시장 위축 불가피...은행서는 팔지 말아야"

 
 이번 사태와 파생결합증권(DLF)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전문 투자 상품을 은행 창구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은 만큼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사모펀드 시장은 일반 투자자 말고 고액을 가진 전문 투자 '선수'만 들어가야 하는 시장이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일반 사람들이 문제 생기면 다 보상해줄 것 같다고 인식하는 은행에서도 파생결합상품이나 전문적인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은성수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지지 않게 대응"

 
 금융당국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환매 연기 사태를 금감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지지 않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제도적 허점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밝히면서도 투자자 책임도 강조했다. 특히 DLF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당국자로서 조심스럽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투자는 자기 책임으로 하는 만큼 투자자도 안전한지 잘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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