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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걸쳐 성추행 당한 비서...대법 “피해자에 대한 법관의 심증 고려해 유죄”

[중앙포토]

[중앙포토]

“하지마세요 이랬으면 내가 안했지. 나는 딸 같아서 진짜 그랬어. 나 절대 하지 말라면 싫으면 안 해.”

 
진부해보이기까지 하는 변명이 통할까. 70대인 모 미디어그룹 회장에게 20대 비서가 자신을 성추행한 것에 대해 묻자 대답했다. 2년에 걸쳐 일상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은 회장에게 2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미디어그룹 회장 최모(74)씨에게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회장 비서로 근무한 2년 동안 일상적 성추행 당해

 
2014년 9월 5일, A씨는 이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아침보고를 하고자 들어간 집무실에서 회장 최씨가 ‘예쁘다’며 허리를 손으로 껴안았다. 같은 날 A씨가 퇴근 보고를 하려고 들어갔을 때에는 포옹을 했다.

 
A씨가 2016년 3월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이런 일은 매일 반복됐다. 최씨는 A씨가 출퇴근보고를 할 때, 목에 손을 걸고 발을 땅에서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포옹을 하도록 지시했다. 어떤 날은 볼과 목에 뽀뽀를 하기도 했다. 2년의 경력을 쌓은 A씨는 퇴사와 함께 최씨를 고소했다.  
 

증거는 피해자 진술뿐,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1심 재판부는 처음으로 성추행이 발생한 2014년 9월 5일의 2건에 대해서만 범죄행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심지어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을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해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1·2심 재판부 모두 A씨의 진술번복을 지적했다. 경찰에게 A씨는 “415차례에 걸쳐 추행 당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서너차례 추행을 당한 것을 계산해 나온 횟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기소를 위해서는 정확한 일시와 상황이 특정돼야 했다. A씨는 그중 기억이 명확한 16차례의 행위에 대해서만 고소를 했다. 최씨는 카드 결제내역 등을 보여주며 A씨가 말하는 16차례의 성추행 중 몇 번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외에 피해의 일시, 장소, 방법에 관한 충분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범행이 저질러졌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최씨에게 “별다른 반대, 거절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A씨가 회장이 속옷 사이즈를 물어본 데에 대답해주거나,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등 특별한 날에 회장에게 선물과 쪽지를 줬다는 것이다.
 

대법, 법관이 직접 관찰해 얻게 된 심증까지 고려해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의 진술 속 상세한 내용들이 일관되지는 않지만 큰 틀에서 전체적으로 일관적이라고 봤다. A씨가 추행을 당한 후 바로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경력을 쌓는 목적이 있어 참았던 것”이라는 진술도 믿어줬다.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그러면서 대법원은 2012년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다른 자료가 없다면 피해자 진술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함에 있어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보다도 법관의 면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느낌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해 얻게 된 심증까지 고려해 신빙성을 평가하는 게 맞다”고 설명하며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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