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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시선] 누가 나라를 둘로 쪼개나

예영준 논설위원

예영준 논설위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싯적 소설 『삼국지』를 꽤나 읽은 매니어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서초동에는 헤아릴 수 없이 너무나 많은 촛불이 다시 켜졌다. 100만이라고도 하고 200만이라고도 한다”는 셈법이 삼국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삼국지의 싸움터에는 시도 때도 없이 100만 대군이 출동하고 툭하면 전멸을 당한다. 중국 대륙 전체 인구가 5000만도 안 됐을 무렵의 얘기다. 소설은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지만 집권당 원내대표가 유권자들에게 나관중보다 더한 ‘뻥’을 치는 건 곤란하다. 필자의 기억에 200만 인파는 딱 한 차례다. 1987년 7월 연대생 이한열 장례식 때 시청 앞 로터리와 광화문이 인파로 꽉 찼는데도 아직 연세대 교문을 떠나지 못한 행렬이 있었다.
 

조국 사태 계기로 깨지기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이항대립 전략
국론 모아도 해결 못할 현안 산적

서초동의 진실은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확인해 볼 수 있다. ‘서울 생활 인구 현황’ 서비스에 접속하면 서울 시내 특정 지점에 있는 사람의 숫자를 시간대별로, 그것도 성별·연령대별로 세분화된 데이터를 찾아볼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 통계와 기지국별 휴대전화 사용 통계 등의 빅데이터로 집계한 수치들이다. 빅데이터란 과학이 진실을 말해 주는 시대에 삼국지식 셈법을 들먹이며 퇴행적 세 과시 싸움을 하는 곳이 대한민국 정치판이다.
 
조국 사태가 어제로 만 2개월을 맞았다. 그 사이 ‘조국 퇴진’과 ‘조국 수호’가 맞붙는 광장 정치로 나라가 두 동강 났다. 저절로 그리된 게 아니라 누군가가 그렇게 만든 결과라고 본다. 미필적 고의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이분법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 정의와 불의의 이항대립으로 나라를 갈라치고 개혁과 적폐의 대결 구도를 만든다. 집권 세력은 그 가운데 ‘선’과 ‘정의’와 ‘개혁’을 독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중간층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누려왔다.
 
그런데 그런 셈법이 깨지고 있는 것이 조국 사태다. ‘선’이자 ‘정의’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조국이 실은 그 반대임을 깨닫고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32.4 %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정도면 ‘무조건적’ 지지층 이외에는 모두 다 떠났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집권 세력에게는 32.4%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 그러니 이 사태를 풀어나갈 방법도 내 편 네 편을 나누는 것밖에 없다. 그 결과가 서초동과 광화문의 대립이다. 광화문의 숫자가 많아도 그 표가 한쪽으로 모인다는 법이 없으니 내년 총선 전망은 아직 어둡지 않다고 보는 게 집권 여당의 셈법일 것이다.
 
선거는 그런 식으로 치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라 운영은 그렇게 해서 잘 될 리가 없다. 문제는 집권세력이 대외 이슈에까지 이분법과 편가르기, 선과 악의 이항대립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론이 반반으로 쪼개졌다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가 꼭 그랬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일본과의 갈등에 친일과 반일의 이분법 프레임을 중첩시킨 결과다. 지난해 강제징용 확정판결 이후 일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8개월 동안 손 놓고 있다가 보복 조치를 당한 데 대한 정부 책임론은 친일과 반일 프레임 속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조금이라도 정부를 비판하면 그 길로 ‘친일’ 낙인을 들이댄다. 문제는 친일 프레임 전략으론 해법을 찾기는커녕 갈등을 더 꼬이게 한다는 데 있다. 상대방인 일본도 한국의 여론 분열을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니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이미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은 반복적으로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장관은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남한을 왕따 시키며 ‘삶은 소대가리’란 원색적 표현으로 대통령을 우롱하는 데도 “북한은 원래 화법이 거칠다”고 북한을 옹호한다. 욕을 먹고도 욕한 자를 옹호하는 아량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하기야 국밥집 메뉴판에서도 ‘소머리’라고 점잖은 표현을 쓰는 것이 한국식이기는 하다. 보다 못해 정부의 대북 정책을, 혹은 김정은 정권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반(反)평화’ ‘냉전세력’에 ‘수구꼴통’이란 뭇매가 돌아온다. 그렇게 ‘평화’와 ‘반평화’로 갈라쳐 절반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는 대북정책에 힘이 실릴 리 만무하다.
 
경제건 외교안보건 국론을 하나로 모아도 타개하기 어려운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지금 이 나라의 급선무는 ‘검찰 개혁’이 아니다. 나라를 블랙홀에서 건져 올려야 할 지도자는 오히려 더 깊은 나락으로 나라와 국민을 밀어 넣고 있다.
 
예영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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