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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조국 일가 수사와 검찰 개혁의 본질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 마지막 중수부장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 마지막 중수부장

전 정권을 향해 ‘적폐 수사’의 칼날을 휘두른 윤석열. 대통령은 그를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분”이라 부르며 적폐 수사의 지속과 검찰 개혁을 당부했다. 대통령과 검찰 개혁 신념의 동지인 조국. 논문 허위 작성과 표창장 위조, 사모펀드 비리 의혹으로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대통령은 그를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 부르며 장관에 임명했다.
 

권력, 조국 편에서 검찰총장 압박
정치 중립, 수사 독립이 개혁 핵심

두 사람은 같은 ‘검찰 개혁’의 사명을 부여받고 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지만 석 달이 지나지 않아 반목의 대척점에 서 있다. 대통령은 조국의 편에 서서 검찰 개혁을 하라며 윤석열의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 개혁이 무엇이기에 같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반목하는가. 장관 일가 수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 왜 검찰 개혁이 대통령에 의해 재삼 강조되는 것인가.  
 
검찰 개혁은 검찰의 오만에서 비롯됐다. 문민 정권이 들어서자 법치국가를 이끌어 갈 공권력의 핵심은 경찰이나 정보부·보안사가 아닌 검찰이었다. 법치의 명분 아래 검찰의 힘은 커지고 위상은 높아졌지만,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힘은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과의 거리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인사권을 쥔 대통령과 정치권력은 검찰을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혹을 느꼈고, 검찰은 대통령과 권력의 심기를 살피면서 더 큰 힘을 얻고 더 쉬운 길을 가려 했다.
 
권력과 결탁함으로써 힘은 커졌으나 정치적 중립은 무너졌고, 커진 힘은 예외 없이 검찰을 오만의 함정에 빠뜨렸다. 검찰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 즉, 공정성이다. 둘째는 청렴성이고, 셋째는 전문성이다. 세 가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과 수사 독립이다. 이는 검찰이 걸어온 영욕의 역사로부터 얻은 귀중한 교훈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때 검찰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권력과 금력 앞에 몸을 굽힐 때 검찰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됐다.
 
수사란 범인을 검거하고 증거를 찾아내는 작업이고, 수사의 궁극적 목표는 정의의 실현이다. 하지만 수사 현장은 거칠고 침해적인 것이 사실이며, 특수 수사는 힘이 강력한 만큼 반작용도 크다. 범법자를 처벌함으로써 정의는 세워지지만, 그와 가족에게는 고통과 시련이 따른다. 진실을 밝히는 것도 정의와 인권의 가치를 조화시키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수사는 절제해야 하되 잘 훈련된 전문가에 의해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허위 논문 작성이나 표창장 위조는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수사의 강도는 드러난 혐의의 경중보다는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의혹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수사의 확장 가능성이나 난이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현직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에 국민의 이목이 쏠린 사건이라면 특수부를 투입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검찰의 존재 이유다.
 
전 정권에 대한 일련의 수사도 이번 수사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포토라인 폐지, 피의사실 공표 금지, 특수부 축소 등 개혁의 본질도 아닌 것들이 재삼 강조되고 군중이 나서서 대통령과 장관을 지키겠다는 것은 엉뚱해 보인다.
 
검찰이 헌법과 인권을 수호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겸손한 조직으로 기능하기 위해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개혁의 핵심인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지키는 일은 일차적으로 검찰 구성원들의 책무다. ‘무사는 얼어 죽어도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말은 희생 없이는 가치 있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대통령과 정치권력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와 국민 나아가 권력에도 이로웠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김경수 전 부산고검장, 마지막 중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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