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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출세해서 불행했다, 정조의 오른팔 이 청년

기자
김준태 사진 김준태

[더,오래] 김준태의 자강불식(18)

옛말에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이라는 말이 있다. 어린 나이에 급제하는 것, 즉 젊은 나이에 관직에 오르고 성공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뜻이다.
 
흔히 젊은 나이에 출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우습게 보곤 한다. ‘나는 금방 이런 자리에 올랐는데 저 사람들은 능력이 부족한가 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쉽게 칭찬에 취하게 되며 실패해 본 경험이 없어서 조심성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자만심에 빠져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적을 많이 만들게 된다.
 
조선 후기 정조의 최측근인 홍국영은 최고의 권력을 행사했다. 사진은 드라마 '이산'에서 배우 한상진이 연기한 홍국영. [사진 MBC]

조선 후기 정조의 최측근인 홍국영은 최고의 권력을 행사했다. 사진은 드라마 '이산'에서 배우 한상진이 연기한 홍국영. [사진 MBC]

 
조선 후기 정조(正祖)의 핵심측근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홍국영(洪國榮, 1748~1781)이 바로 그랬다. 시강원(侍講院)의 관리가 되면서 세손이었던 정조와 처음 만난 그는 타고난 지략을 발휘해 정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정조를 지켰다. 그 공으로 정조 즉위와 함께 도승지, 규장각 제학, 훈련대장, 총융사, 금위대장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핵심 요직들을 모두 차지한다. 아직 서른도 되기 전에.
 
홍국영이 올바른 판단력을 가졌다면 그는 이 순간부터 처신에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신하가 가진 권력의 크기는 위험의 크기에 비례하는 법이다. 더욱이 신하가 누리는 권력은 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거두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그것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홍국영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임금에게 올리는 모든 문서가 자신을 거치도록 했으며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주저 없이 숙청했다. 정승과 판서들도 그가 시키는 대로 따랐으니 “온 세상이 두려워하여 그의 말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조석을 보전하지 못할 듯하였다”고 한다.(정조실록 3년 9월 26일)
 
더욱이 홍국영은 사람들에게 원한을 심었고 임금의 역린까지 건드린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대신들에게도 무례하게 대했고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제멋대로 사람들을 잡아다 문초하기도 했다. 그 절정은 자신의 누이동생을 후궁으로 만들고, 누이동생이 일찍 죽자 양자를 들여 왕위계승자로 삼으려 든 것이었다. 신하가 후계자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참람한 일로 왕실의 분노를 사게 된다.
 
결국 홍국영은 이 일을 계기로 몰락의 길을 걷는다. 일부 측근들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그에게 등을 돌렸다. 홍국영은 시골로 쫓겨났다가 1781년(정조 5년) 4월 5일 강릉에서 생을 마감했고, 5년 후인 1786년 (정조 10년)에는 정조의 적장자 문효세자의 죽음에 홍국영의 잔당이 개입했다는 정순대비의 교지에 따라 나라의 역적으로 규정되었다. 처참한 종말이었다.
 
정조는 홍국영을 '자신의 지위가 굳건할 거라고 믿으며 스스로 위태로운 지경으로 이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노여움을 산 탓'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수원 화령전 운한각의 정조 초상화. [사진 Wikimedia Commons]

정조는 홍국영을 '자신의 지위가 굳건할 거라고 믿으며 스스로 위태로운 지경으로 이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노여움을 산 탓'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수원 화령전 운한각의 정조 초상화. [사진 Wikimedia Commons]

 
대체 총명했던 홍국영이 왜 이렇게 무너져버린 것일까? 정조의 평가를 보자. “앞사람(홍국영)의 실패는 너무 지나친 권력과 너무 높은 지위를 누리면서 스스로 죽지 않는 한 지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지위가 굳건할 거라고 믿으며 스스로 위태로운 지경으로 이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노여움을 산 탓이다.”
 
무릇 자강불식의 노력은 성공하기 전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한 후에, 특히 그것이 젊은 날의 성공일 경우 더더욱 힘써야 한다. 섣부른 성공에 취해 자만하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절제해가며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홍국영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
 
김준태 동양철학자·역사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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