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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돼지열병 북한에 토착화하면 한국 축산 안보에 치명적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 전 북한 평성시 축산과장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 전 북한 평성시 축산과장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라고 전국 도처에 웃는 돼지 스티커가 넘쳐나지만 정작 돼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지금 웃음을 잃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이다.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인 ASF는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이 거의 100%다.
 

열악한 북한의 수의 방역 시스템
남북 협력해 ASF 토착화 막야야

ASF에 걸린 돼지는 고열(40.5~42℃), 식욕부진, 기립불능, 구토, 피부 출혈 증상을 보이다 약 열흘 이내에 폐사한다. 1921년 영국의 수의 병리학자 몽고메리는 동아프리카의 풍토병인 열성 돼지 열병에 ASF라는 이름을 달아 세상에 알렸다.
 
ASF는 57년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상륙해 90년대 말까지 약 40년간 피해를 줬다. 78년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 상륙한 ASF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2007년에 흑해 연안 조지아의 항구에 상륙한 바이러스는 러시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2018년 8월 중국에 침입한 이후 베트남 등지로 급속히 퍼졌다. 마침내 2019년 5월 북한에서 발병했다. 현재 56개국에서 ASF가 진행 중이다.
 
중국 발병 14개월, 북한 공식 발표 3개월만인 지난 9월 16일 한국 양돈업계와 방역 당국도 결국 ASF에 뚫렸다. 급기야 일각에서 ‘돼지 절멸론’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에서 축산과장을 지낸 필자는 한국의 수의 방역시스템을 알기에 북한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살처분을 하지 않는 북한의 방역 현실과는 비교할 수 없다.
 
ASF는 감염 경로에 대한 확진이 중요하다. 아직 역학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토와 하천이 연결된 북한에서 남하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축산 및 방역 실정으로 볼 때 북한에서는 ASF가 토착 질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축산업은 국영 및 농업협동조합의 공동 축산, 도시와 농촌의 개인 부업 축산으로 구성된다. 개인 부업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곡물 사료의 공급 부족으로 국영 및 협동농장의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짐에 따라 북한 당국은 개인 부업 축산을 권장하고 있다. 돼지 한 마리를 시장에 내다 팔면 쌀 100㎏ 정도를 번다. 북한 주민에겐 돼지가 엄청난 재산인 셈이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소는 개인 소유가 불가하지만, 돼지는 개인 소유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농촌 지역은 물론 평양시 중심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 가정은 부엌과 베란다·화장실 등에서 돼지를 키운다. 음식 부산물, 술 찌기, 채소 부산물 등을 이용한 잔반 사육 방식으로 가구당 한두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북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90년대 초 평양 지역에서 생산된 축산물 중 개인 양돈업의 비중이 60%나 됐다. 실제로 북한의 장마당(시장)에서 거래되는 돼지고기의 80~90%는 개인 부업 축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개인 양돈업은 위생 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동 축산 방역에만 의존하는 북한의 수의 방역 시스템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도축 관리 제도가 불확실해 전국의 모든 하천·우물·집에서 비위생적인 자율 도축이 이뤄진다. 돼지와 돼지고기, 그리고 부산물의 무질서한 이동, 무책임한 분변 관리 등은 북한 전역을 바이러스로 오염시키고 있다. 북한에 ASF가 토착화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의 축산 안보에 치명적이다.
 
북한이 ASF 확산 방지에 실패한 상태에서 한국만 열심히 방역해봤자 무의미하다. 향후 ASF의 완전한 퇴치와 각종 전염성 질병의 유입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협력이다. 압록강·두만강 국경 지역에서 공동 방역, 불합리한 도축 환경개선과 방역 제도 마련, 축사 및 축산물 가공지에 대한 철저한 소독을 통한 ASF의 토착화 방지가 시급하다. 지금 남북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이유다.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전 북한 평성시 축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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