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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경제 살아났다···지지리도 욕먹던 마크롱 벌떡 일어선 비결

프랑스가 변화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고, 청년이 과감하게 창업에 뛰어들며, 프랑스를 떠났던 부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자’는 구호를 외치며 집권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개혁 덕분이다.   

프랑스, '유럽의 시한폭탄'에서 '경제 모범국'
기업해고 완화하자 고용 늘고, 일자리질 개선
마크롱 집권 2년만에 청년실업률 4%P 하락
고꾸라지던 마크롱 지지율 9월 36%로 반등
2025년까지 프랑스 유니콘 25개 탄생 목표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프랑스 실업률은 9.7%(2017년 2분기, 이하 전년 동기 대비)에서 8.5%(2019년 2분기)로 떨어졌다.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청년 실업률은 같은 기간 23%에서 19%로 더 큰 폭으로 내렸다. 무엇보다 정규직 비율은 올해 2분기 55%로 15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년 동안 ‘저성장 고실업’의 늪에 빠져 있던 프랑스가 독일을 제치고 유럽 ‘경제 모범국’으로 거듭날 기세”라고 평가했다.  
 
덕분에 마크롱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이다. 그는 지난해 부유세 폐지, 유류세 인상 발표 등 친기업 정책으로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고 퇴진 위기에 몰렸지만, 23%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은 9월 36%로 반등했다.   
반등하는 마크롱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등하는 마크롱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마크롱의 경제 개혁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프랑스 강성 노조의 철밥통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그는 역대 정권이 번번이 실패했던 노동 시장 개혁을 강한 의지와 적극적인 대국민 소통을 통해 단숨에 밀어붙였다. 2013년 이후 10~11%를 넘나들던 실업률이 올 초부터 8%대로 떨어지자, 노조 측이 마크롱 정책에 반발할 명분도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나흘 뒤 임기를 시작했지만, 경제 노선은 정반대인 마크롱 행정부 정책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과감한 노동개혁

노란조끼 시위대가 프랑스 북부 도시 르망에서 ‘마크롱은 사임하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벽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노란조끼 시위대가 프랑스 북부 도시 르망에서 ‘마크롱은 사임하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벽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마크롱 노동개혁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 유연성 강화다. 여기에 노동인력 고급화라는 투트랙 접근법으로 기업들의 자발적 고용을 늘렸다.  
 
그동안 프랑스는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주 35시간 근무제’ 덕분에 프랑스 노동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0% 적은 시간을 근무하면서, 유럽 평균보다 40% 높은 시간당 임금을 받았다. 기업이 한번 채용한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내보낼 수 없었다.  
 
마크롱은 해고 시 기업의 책임을 줄이고, 산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와 임금협상을 하도록 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켰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 푸조시트로엥그룹(PSA)·르노, 유통회사 까르푸 등 대기업은 수천 명의 근로자에 대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기업 해고가 쉬워지면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중간 관리자급 해고로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 기업들은 오히려 신규 채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 기업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고용이 늘었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총 36만7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일할 의지가 있는 근로자에 대한 직업훈련은 크게 늘어났다. 프랑스 정부는 근로자 직업훈련계좌를 개설해 비숙련 노동자에게 디지털 교육 등을 지원하는 법안을 입안했다. 인당 최장 10년간 연 800유로(105만원)가 투입된다.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은 320억 유로(42조원) 상당의 직업훈련기금 관리 권한을 노조와 기업으로부터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노동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제 실업급여 개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실업급여 조건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현행법에서는 최근 28개월간 최소 4개월을 일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최근 24개월간 최소 6개월 일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는 “실업급여 신청자 260만여 명 중 100만 명 이상이 이번 요건 강화로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② 감세로 자산가와 서민 모두 붙잡아   

프랑스 최대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LVMH) 그룹 회장은 2015년 뷰유세를 피하기 위해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가 비난을 받고 취소했다. [사진 로이터]

프랑스 최대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LVMH) 그룹 회장은 2015년 뷰유세를 피하기 위해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가 비난을 받고 취소했다. [사진 로이터]

마크롱 행정부는 출범 직후 부유세를 폐지했다. 그는 2017년 10월 자산 합계가 130만 유로(17억원) 이상인 개인에 대해 매년 주식·보험·요트·슈퍼카·미술품·귀금속 등에 대해 0.5~1.8% 세금을 물리는 ‘자산에 대한 연대세(ISF)’를 없앴다. 당시 마크롱은 “부유세 때문에 프랑스를 떠나는 자산가와 기업가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부유세의 역효과는 그동안 수차례 증명됐다. 마크롱 직전 정권인 프랑수아 올랑드 행정부는 최고 75%의 소득세를 징수하자, 돈 가진 사람들이 프랑스를 떠났다. 프랑스의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러시아로 국적을 옮겼다. ‘세계 2위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은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가 비난이 일자 취소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에 따르면 프랑스 자산가의 20%가 2000년부터 2014년 사이 부유세 등을 이유로 프랑스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레제코는 “자산가 엑소더스가 계속돼 기업이 문을 닫으면 최대 100억 유로(약 13조원)에 가까운 정부 수입이 줄어들고, 결국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프랑스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부유세 폐지로 반정부 시위대 ‘노란 조끼’는 들끓었지만, 마크롱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동시에 내리는 묘수를 두면서 민심을 달랬다. 프랑스 재무부는 지난달 서민 소득세 최저세율은 14%에서 11%로, 법인 최고세율은 33.3%에서 31%로 낮추는 세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서민 소득세 부담은 93억 유로(12조원), 법인세 부담은 9억 유로(1조원) 줄어든다. 노란 조끼를 촉발한 유류세 인상 계획은 과감하게 폐지했다.  
 

③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스타트업 육성  

철도 기지를 재생해 만든 '스타시옹 F'에는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사진 스타시옹 F]

철도 기지를 재생해 만든 '스타시옹 F'에는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사진 스타시옹 F]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벤처기업 투자관리를 담당한 경험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33세 무니르마주비를 디지털 장관으로 임명하고, 파리 13구역의 기차 화물기지를 개조해 ‘프랑스판 실리콘밸리’인 ‘스타시옹 에프(Station F)’를 만들었다. 이곳에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 입주해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페이스북 등의 투자를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 국가’로 만들겠다”며 “2025년까지 프랑스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25개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도 늘렸다. 종업원 10인 이하, 연 매출 200만 유로(26억원) 이하인 ‘마이크로 기업’의 분류 기준을 낮췄더니,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중소기업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실업자가 창업하면 수익이 날 때까지 실업 수당도 계속 받을 수 있게 했다.  
 
스타트업 육성책에 힘입어 지난해 프랑스에서 새롭게 창업한 기업 수는 69만 개로 17% 증가했다. 마이크로 기업인 수는 28% 증가해 100만 명을 넘어섰다. FT는 “스타트업 열기 덕에 프랑스는 독일보다 높은 경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 역대 대통령 번번이 실패한 노동개혁, 마크롱이 해낸 비결은?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 상승은 그가 승부수로 꺼낸 사회적 대토론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 로이터]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 상승은 그가 승부수로 꺼낸 사회적 대토론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 로이터]

마크롱 대통령 취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노동자의 천국’으로 불렸다. 역대 정권들이 노동개혁을 시도했지만, 강성 노조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러한 프랑스가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을 받아들인 데는 개혁에 대한 지도자의 강한 의지는 물론, 그가 소통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2006년 ‘최초 고용계약법’을 통해 26세 미만 젊은이를 고용한 뒤 2년 안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나라가 마비될 지경의 시위가 벌어져 결국 백기를 들고 법안을 폐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부 정부는 ‘주 35시간 근로제’ 유연화를 시도했다가 사회당의 몰락을 불러왔다. FT는 “혁명의 나라 프랑스는 개혁은커녕 통치하기도 어려운 국가”라고 비꼬았다.  
 
올랑드 정부 시절 경제 장관을 역임하며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인을 위하는 것보다 프랑스인과 함께’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민 대토론’을 열어가며 개혁을 진행했다. 특히 ‘노란 조끼’ 시위가 거세지자, 마크롱은 개혁을 잠시 미뤄둔 채 두 달간 전국을 돌며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해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초 노르망디 소도시에서 열린 첫 토론회에 참석해 6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이어 남부 소도시 부르드포주에서 열린 토론회에 사전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 3시간 동안 주민들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당시 진행을 맡은 야당 사회당 소속 시장조차 “대통령이 올 줄 몰랐다”며 “합리적인 주장을 펼쳤다”고 호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변혁에 대한 야망을 축소해선 안 된다”며 “프랑스 국민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의 노력에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 52%가 그의 노동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프랑스 야당도 마크롱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화당 다미앵 아바드 의원은 “마크롱의 퍼포먼스는 성공적이었다”며 “(대토론회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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