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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다시 돌아오는 ‘대통령의 시간’

권석천 논설위원

권석천 논설위원

그간 남의 일로만 여겼던 검찰 수사에 ‘다음은 내 차례’라는 각성이 일었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이렇게 검찰 개혁의 함성이 컸던 때는 없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조국 사태의 나비 효과다.  
 

조국발 ‘검찰 개혁’ 입법 위해
대화와 설득의 정치에 나서야
보수도 검찰권 견제 회피 말길

어제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가 4대 개혁기조와 제1차 신속과제를 선정했다. 검찰의 ‘셀프 감찰’ 폐지도 권고했다. 조국 장관의 개혁안이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수사 일정과 무관치 않다. 검찰이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발부 여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조 장관 소환과 기소가 가시화된다. 기각될 때는 수사 동력이 약해지고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두 사람 모두 불구속기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대통령의 시간’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 거취를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검찰개혁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개혁으론 한계가 보인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놓은 ‘특수부 대폭 축소’ ‘공개 소환 폐지’ ‘심야조사 폐지’는 외부로부터의 개혁에 대한 대응 카드 성격이 강하다. 70여 곳 압수수색, 11시간 가택 수색이 "가찰(苛察·가혹한 검찰)”이라는 서초동의 촛불을 부른 데 대해 분명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조국 개혁안의 핵심은 검찰 권한을 법무부로 옮겨오는 것이다. ‘개혁의 마중물’일 순 있으나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시스템이 복원될 수 있다.
 
결국 검찰 권력의 시스템을 바꾸려면 국회에서 입법을 해야 한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현재 재적의원(297명) 중 과반(149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당인 민주당(128석)에 정의당(6석)이 가세해도 15석 부족하다. 검찰개혁을 위해서라도 통합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트럼프 시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는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상호 관용이란 ‘그들 역시 나라를 걱정하고 헌법을 존중한다고 가정하는 것’이고, 제도적 자제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 있을지라도 최대한 제도적 특권을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정치에 ‘정치’가 없는 건 두 규범을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부터 이 규범들을 제대로 지켰는지 국정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 “국회는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주기 당부드린다”(7일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에 머물러선 안 된다. 대화와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요한 건 지지세력을 설득할 수 있어야 상대편도 설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정치검찰을 비판하면서 걸핏하면 고발장 들고 검찰청으로 달려가는 이중적 행태를 멈춰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정치검사들의 숙주 노릇을 할 것인가. 합리적 보수라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권력기관 개혁에 충실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요구하라. 지난 3년 국정농단 수사, 사법농단 수사의 문제점을 비판해 온 언론들 역시 그 비판에 진정성이 있다면 검찰개혁에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것이 정상 언론의 올바른 길이다.
 
두 개의 광장은 뜨거워지는데 중간지대는 식어가고 있다. 갈수록 감개무량해지는 단톡방이 있는가 하면, 휴면에 들어가는 단톡방도 있다. 반감과 냉소로는 돌멩이 하나 움직이지 못한다.  ‘조국 OUT’이든, ‘조국 수호’든, ‘조국 무관심’이든 검찰개혁이라는 대의 자체엔 대부분 동의하리라 믿는다. 심란하게 흩어진 마음들을 모을 때다.
 
“다들 우리한테 미안해하긴 할까?” 영화 ‘벌새’에서 중2 소녀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떠올리며 묻는다. 영화를 보면서 왠지 그 말이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인 우릴 두고 하는 이야기 같았다. 그래도, 스스로들에게 조금 더 솔직할 수 있다면 아직 가능한 일이라고, 나는 비관하면서 낙관한다.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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