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인터뷰] 맥킨지 "트랜스포메이션 도전 기업 70%가 이것 때문에 실패”

LG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그룹 총수에 오른 구 회장이 줄곧 강조한 키워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ㆍ디지털 전환)’. 이날 LG 사장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더욱 속도를 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해리 로빈슨 맥킨지 트랜스포메이션 리더
과감한 목표 설정 못하고, 직원 참여 못 끌어내면 실패
"맥킨지도 시간당 자문료 대신 성과연동형 자문료로 변화중"

 
최태원 회장이 그룹 과제로 제시한 사업구조의 근본적 혁신 ‘딥체인지(Deep Change)’도 트랜스포메이션을 겨냥한다. 석탄에너지 사업으로 성장해온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고, 내수 통신시장에서 돈을 벌던 SK텔레콤이 글로벌 AI(인공지능) 기술기업의 길을 탐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맥킨지&컴퍼니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해리 로빈슨 글로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맥킨지&컴퍼니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해리 로빈슨 글로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글로벌 컨설팅업계에서도 기업의 트랜스포메이션을 돕는 컨설팅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0년 전 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을 시작한 맥킨지&컴퍼니는 지난해 이를 전담할 사업부를 따로 만들었다. 국내 한 대기업 요청으로 방한한 해리 로빈슨 맥킨지 트랜스포메이션 리더를 최근 만났다. 그는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는 기업의 70%가 대략 네 가지 이유 때문에 실패한다”며 성공 전략을 소개했다. 또 올해로 창업 93주년인 맥킨지는 데이터분석·디자인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자문료를 시간당이 아닌 성과에 연동해 받는 등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랜스포메이션과 이노베이션은 뭐가 다른가.
“요새 경영계에서 너무 많이 쓰는 단어가 ‘디지털’과 ‘트랜스포메이션’이다. 5~10년쯤 전 이런 용어가 부상할 때만 해도 기업의 오래된 사업모델에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은 채 기술만 덧붙이는 이노베이션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걸 기업이 깨달았다. 트랜스포메이션은 조직운영의 모든 과정을 완전히 바꾸고 디지털화한다는 점에서 더 총체적이다. 비즈니스의 핵심기술과 시장 접근방식, 고객과의 관계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성공 여부를 뭐로 판단하나.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우선 경제적 성과, 즉 재무 성과 없이는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다. 또 직원들의 역량이 향상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것들이 장기간 지속가능해야 한다.”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뭘까.

“분석해보니 트랜스포메이션에 도전하는 기업의 70%는 실패한다. 우선 (CEO가) 과감하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할 때 실패한다. 둘째로는 트랜스포메이션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역량이나 건강도가 높지 않을 때다. 셋째는 트랜스포메이션에 맞게 경영 목표를 정립하지 못해도 실패한다. 마지막으로 직원이 트랜스포메이션에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이게 충분히 잘 되지 않을 때다. 이래서 상당수 기업이 ‘파일럿의 함정(pilot trap)에 빠진다.”

 
-파일럿의 함정이란.
“보통 기업은 일부 조직에서 일단 시범적으로 작게 트랜스포메이션을 파일럿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그런데 이 파일럿이 끝날 때쯤 경영진이 착각하곤 한다. 이 사업부문에서 한번 해본 걸로 기업의 트랜스포메이션을 해냈으니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수준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거기서 멈추고 방향을 잃어버리는 상태를 파일럿의 함정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함정에 빠지나.

“전사적인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아직 경영진이 큰 투자를 할 만큼 트랜스포메이션의 결과나 효과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신호다. 하지만 작은 파일럿만 반복하다 보면,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필요 없이 작은 투자만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굳힐 수 있어 더 위험하다.”

 
맥킨지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해외보다 국내에서 소규모 파일럿으로 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하려는 선호가 더 많다. 유원식 파트너는 “오너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의 지배구조에선 CEO가 회사를 혁신하려고 할 때 잠재적 위험이나 반대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하는 편”이라며 “혁신에는 반대와 위험부담이 따르는 게 당연한데, CEO에게 주어진 권한이 외국기업보다 적은 편이다 보니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오너의 의지와 역량, 안목이 트랜스포메이션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맥킨지&컴퍼니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해리 로빈슨 글로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맥킨지&컴퍼니 한국사무소에서 만난 해리 로빈슨 글로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CEO가 설정해야 할 ’과감한 목표‘가 뭘까. 비용 절감인가.

”기업 실사를 하다 보면 혁신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성장잠재력을 경영진이 잘 모를 때가 많다. 알더라도 투자 의지가 부족해서 실패하기도 한다. 사실, 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 초반에는 저희도 기업도 목표를 ‘비용절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간 수천건의 사례를 분석해보니, 트랜스포메이션 기회의 60~70%는 ‘매출(top line)’을 키우려는 과정에서 나왔다. (제품ㆍ서비스의)가격을 바꾼다든지, 신제품 출시, 물량 확대 등이다. 비용 절감이 아닌, 매출ㆍ이익 성장을 목표로 혁신이 추진되면 조직이 더 역동적으로 된다.” 
 
 -이 과정에서 직원 불안감은 커진다.
”직원들이 어떤 지점에서 동기부여가 되고 어떻게 일하고 싶어하는 지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 우리가 매번 놀라는 게 있다. 직원은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조직 내에서의 인정, 자부심, 회사의 혁신을 함께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 이들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혁신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
 
-트랜스포메이션은 끝내야 할 적정시점이나 기간이 있나.

“성공적인 트랜스포메이션은 변화의 속도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혁신이 끝나는 지점은 없다.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 보통 18~24개월이 걸린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이때 첫 12개월의 모멘텀이 굉장히 중요하다.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기업은 첫 12개월 안에 목표한 프로그램의 70% 이상을 이미 실행하고 있다. 이들은 그 성공을 기반으로 다시 목표치를 끌어올리곤 한다. 첫 12개월 안에 가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다.”

 
-창업 100년을 앞둔 맥킨지는 스스로를 어떻게 트랜스포메이션하고 있나.(※맥킨지는 1926년 설립됐다.)  

“제가 입사한 25년 전에는 지금 회사 업무의 50%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수천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일하는 데이터 분석 부문이 맥킨지에 생길 줄은 몰랐다.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전략 컨설팅 기업으로서 우리가 자문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전엔 시간당 자문료를 받는 방식(hourly basis economic model)으로 일했지만 이젠 아니다. 특히 우리 사업부는 고객사인 기업이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재무적 성과를 내야 자문료를 받는다. 사업부를 설계할 때부터 성과 연동형 자문료 방식을 핵심 요소로 넣었다. 맥킨지 내 다른 사업무문으로도 확산 중이다. 이렇게 할 때 우리 컨설턴트가 고객사의 입장에서 더 창의적이고 역동적으로 일한다는 걸 알게 됐다.”
 
-기업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트랜스포메이션에도 반영되나.

“그 어느때보다 기업이 직원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이를 기업 혁신에 반영하려고 한다.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신뢰나 윤리의식, 직원과 고객의 경험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저희와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 기업 중엔 수익 개선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신규 일자리 창출과 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설정했다.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목표에 기업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