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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도 안매고 100km 쌩···막차 끊기면 '나라시 세상'

"자 안양 군포 수원!" "부천 가시는 손님!" 
지하철이 끊길 시간이 다가오자 역사 안이 한층 더 부산스러워졌다. 지난달 10일 밤 늦은 시간 구로역, 택시 기사로 추정되는 40~50대 남성 네댓 명이 개찰구를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차를 타겠다는 승객들에게는 자연스레 합승을 유도했다. 
 
기자는 이들의 차를 타보기로 했다. 남자가 "합승해서 2만원"을 제시했다. 거절하고 걸음을 옮기자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다른 남자가 쫒아와 말을 건넸다. "합승 안 하고 2만원. 응? 갑시다." 남자를 따라가자 구로역 1번 출구 앞에 주차된 흰색 승용차가 보였다. 택시 표시등은 없었고, 택시 외관에 의무적으로 기입해야 하는 택시회사 명칭도 보이지 않았다. 차량 내부에도 택시 면허나 미터기는 없었다. 심야 시간대 불법 영업 택시, 이른바 ‘나라시’ 택시였다.
 
지난달 10일 기자가 서울 구로역 앞에서 탑승한 심야 불법 영업 택시. 택시 면허와 택시등, 미터기 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병준 기자

지난달 10일 기자가 서울 구로역 앞에서 탑승한 심야 불법 영업 택시. 택시 면허와 택시등, 미터기 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병준 기자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남자가 시동을 걸었다. 얼마 되지 않아 속도계는 시속 100km를 넘나들었다. 남자는 차 창문을 모두 내린 채 왼손으로 담배를 태웠다. 다 탄 꽁초는 창밖으로 던져졌다. “현금 있죠? 이게 결제기가 없어서” 현금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입맛을 다시며 “그러면 주유소에 들르자”며 “기름값을 카드로 내면 된다”고 말했다. 계좌 이체를 하면 안 되냐고 묻자 남자는 "계좌 이체가 안 되는 시간대"라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30여분이 걸리던 거리를 차는 20여분 만에 주파했고, 차는 빠른 속도로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같은 ‘나라시’ 택시의 존재는 심야 시간대 서울 강남·명동·사당·구로 등지에서도 확인됐다. ‘막차’를 놓친 승객들이 주 고객이다. 택시와 비슷해 보이지만, 택시 면허 없이 자가용이나 렌터카 등 일반 차량으로 영업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택시와는 달리 운전자의 범죄 경력 및 사고 이력 조회가 되지 않고, 사고가 난 경우 제대로 된 보험 처리를 받기 힘들다. 합승이나 바가지요금도 잦다. 적발될 경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최대 180일간의 차량 운행정지 처분을 받는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범죄사실 어렵다" 단속 주체들 손 놓아

하지만 심야 불법 영업 택시 단속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특별시 교통지도과는 1년에 1~2번 행정공무원과 특별사법 경찰관을 동원해 기획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해 적발 건수는 단 4건에 그쳤다. 서울 구로경찰서와 구로구청은 관련해 별다른 단속을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 
 
단속 주체들은 '나라시' 택시를 현실적으로 적발하기 어렵고, 적발하더라도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불법 택시 영업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승객과 운전자 간에 돈을 주고받았다는사실(유상행위)를 입증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일반 차량을 택시 영업에 쓰는 만큼 어느 차량이 '나라시'인지 구분하기 힘들고, 발견하더라도 승객이 돈을 내고 차에서 내릴 때까지 해당 차량을 쫓아가야 한다. 적은 수의 행정공무원과 특별사법 경찰관이 단속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밤 늦은 시간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 있는 시민들. [중앙포토]

밤 늦은 시간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 있는 시민들. [중앙포토]

 
이 같은 이유로 '나라시' 택시 단속은 시민들의 신고와 민원에 크게 의존하지만, 이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불법 영업 택시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나라시' 운전자들이 운행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현금 결제나 계좌 이체 등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법 택시 영업이 적발된 경우 차량이 등록된 관할 구청에서 이를 경찰에 고발 조치하지만, 유상행위 증거가 없는 경우 경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불법 택시 영업 신고자에게 포상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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