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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수익률 높이려 전담부서 만든 이 회사

기자
김성일 사진 김성일

[더, 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40)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구방법으로 사례연구(case study)라는 것이 있다. 사례연구의 유용성 여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비슷한 처지의 조직이나 개인들이 이해하고, 응용하며, 공감하기 쉬워 방법론적 보편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물론 사례연구는 그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이 제한돼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례연구의 방법론적 가치를 떠나 이런 사례가 많이 쌓여 학문적이든 실무적이든 활용할 수 있는 정합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분야는 긍정적인 사례보다 수익률이 나쁘고 제도인식 정도가 낮아 부정적인 사례가 훨씬 더 많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의 바람직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을 마지못해 도입해 최소한의 법적 책임만 다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랜드그룹은 이와는 정반대로 퇴직연금제도를 '직원부자만들기'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사진 pixabay]

퇴직연금을 마지못해 도입해 최소한의 법적 책임만 다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이랜드그룹은 이와는 정반대로 퇴직연금제도를 '직원부자만들기'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사진 pixabay]

 
이번 글에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최한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창립 5주년 기념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를 분석해 우리나라 퇴직연금DC형(확정기여형)가입 기업과 직원들에게 조언하고자 한다.


이랜드의 ‘직원부자만들기 캠페인’

이랜드 그룹은 2012년 말 DC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그 당시 퇴직연금사업자는 총 11개사로 은행권 7개, 증권 1개, 보험 3개였다. 이랜드는 자신과 자금 거래가 있는 금융기관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부서는 자금팀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무관심과 수익률 저조라는 벽에 부닥치자 2015년 말 퇴직연금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그룹 AWM팀’이라고 명명했다. 동료 임직원(Associate)의 부(Wealth)를 관리(Management)한다는 취지였다. 말하자면 ‘직원 부자만들기 캠페인‘이었던 것.
 
AWM팀은 퇴직연금 사업자들과의 미팅을 자주 가졌다. 미팅은 가입 직원들의 제도 만족도 향상과 수익률 개선을 위해 사업자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미팅 결과는 참담했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가입자의 수익률 향상보다는 수수료 수입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입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제도 운영에 관한 상담을 진행하고 아울러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직원들은 두 가지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첫째는 전문적이고 주기적인 상담서비스고, 둘째는 수익률 개선을 위한 자료제공이었다.
 
이에 AWM 팀은 과감하게 사업자평가제도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쁜 사업자를 가려내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퇴직연금제 사업자들에 대한 평가는 두 군데서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퇴직연금 사업자 평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언론사들이 선정하는 퇴직연금 표창이다. 그런데 과연 신뢰성이나 타당성에 있어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감하는지 의문이다. 이랜드 그룹은 이런 평가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평가제도를 만들었다는 것은 획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랜드 그룹은 아래 <그림>과 같이 DC형 운영을 위한 프레임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목적은 가입 직원들(근로자)의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다. 이 목적 달성을 위해 양질의 금융상품과 좋은 사업자를 골라야 했다. <그림>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추천상품과 AWM팀 자체의 추천상품을 동시에 직원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같은 접근을 하려면 DC형을 도입한 기업들은 상품추천이 가능한 전문인력이나 조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양쪽이 추천한 상품을 비교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랜드그룹의 확정기여형 제도 운영 프레임. [자료 김성일]

이랜드그룹의 확정기여형 제도 운영 프레임. [자료 김성일]

 

반기에 한번 사업자 평가해 교체

또한 AWM팀은 반기에 한번 사업자들을 평가해 교체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 운영을 가입 기업이 주도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점은 너무나 중요한데,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들이 퇴직연금을 마지못해 도입해 최소한의 법적 책임만 다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이와는 정반대로 퇴직연금제도를 직원부자만들기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 대한 가입자 교육을 이랜드그룹이 직접 수행한다는 점이다. 기업들 대부분이 가입자 교육을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것으로 법적 책임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 교육은 엄연히 기업의 법적 책임이고 이를 어기면 무거운 벌칙이 가해지지만 사업자에게 교육을 위탁하는 방법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랜드 그룹의 퇴직연금 운영 사례는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들에게 반성과 부러움을 동시에 안겨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성일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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