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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되려 단식, 폭식하던 그녀…'내추럴 사이즈 모델'로 꿈 이루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늘씬하다. 큰 키와 마른 체형, 멋진 의상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지만 어쩐지 현실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모습이다. 박이슬(25)씨는 165cm, 62kg의 체형으로 정형화된 모델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반 모델처럼 날씬한 몸매도 아니고 빅사이즈 모델처럼 뚱뚱한 몸매도 아닌 66~77 사이즈 사이의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 그의 직업이다. 
박이슬씨는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다. 그는 내추럴 사이즈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슬씨가 '가을에 어울리는 코디법'제안을 위해 준비해온 옷들과 함께 누웠다.장진영 기자

박이슬씨는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다. 그는 내추럴 사이즈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슬씨가 '가을에 어울리는 코디법'제안을 위해 준비해온 옷들과 함께 누웠다.장진영 기자

 

[눕터뷰]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 박이슬

내추럴 사이즈(Natural Size) 모델이란 무엇인가?
기존의 모델들은 키가 크고 마른 체형으로 44사이즈 정도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88 이상을 주로 입는다. 내추럴 사이즈는 그사이다. 오히려 사이즈에 대한 조건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모델을 꿈꿨던 이슬씨는 과도한 다이어트로 식이장애와 강박증까지 겪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박이슬]

모델을 꿈꿨던 이슬씨는 과도한 다이어트로 식이장애와 강박증까지 겪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박이슬]

 
예상보다 말라 보인다
내추럴 사이즈에 대한 개념이 생소해서인지 마른 모델이 아니면 다 뚱뚱하다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보다 안 뚱뚱한데?'라고들 말한다. 세상엔 마르거나 뚱뚱한 것 말고도 다양한 몸이 존재한다.  
 
원래 모델을 꿈꿨었나?
중학교 때부터 버킷리스트였다. 키가 크지 않아 런웨이에 서기보단 쇼핑몰 피팅 모델이나 브랜드의 상품을 소개하는 룩 북(Look-book) 모델을 꿈꿨다. 그러나 몸무게가 문제였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다이어트를 위해 휴학했다. 주변에는 공부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휴학을?
올인했다. 간헐적 단식, 황제·원푸드·셰이크 다이어트, 기초 대사량보다 적게 먹기, 무작정 굶기 등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복싱, 수영, 헬스 등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식욕 억제가 잘 안 되는 편이었고 초절식과 폭식을 반복하며 몸이 많이 망가졌다. 하루는 쫄딱 굶고 다음 날엔 아침부터 피자를 시키는 등 악순환이었다. 먹고 나서 토하고. 탈모가 진행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 잘못된 다이어트 정보와 체중에 대한 강박증이 불러온 결과였다.
 
왜 그렇게 다이어트에 집착했나
말라야만 사람들 앞에 자신 있게 설 수 있을 것 같았다. 늘씬한 몸이 자신감이라 생각했다.
이슬씨는 165cm, 62kg. 66-77 사이즈를 입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유튜브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에서 의상 코디를 제안하기전에 보여주는 모습. 자연스런 신체모습을 보여주고나서 옷 입는 법을 보여주는 형식이다. [사진 박이슬]

이슬씨는 165cm, 62kg. 66-77 사이즈를 입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유튜브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에서 의상 코디를 제안하기전에 보여주는 모습. 자연스런 신체모습을 보여주고나서 옷 입는 법을 보여주는 형식이다. [사진 박이슬]

 
정신적으로도 힘들었겠다.
스스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았고 큰 병이 올 것만 같았다. 다이어트를 그만두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스스로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봐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남의 시선보단 ‘나부터 살자’라는 생각으로 그만뒀다. 매일 거울을 보며 ‘괜찮아’라고 말했다. 처음엔 나를 달래는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모습이 진심으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살이 5kg 정도 빠졌다.
 
내추럴 사이즈 모델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처음에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 도전했다. 뚱뚱하지 않아서 거절당했다. 모델 일을 하기 위해 살을 찌워야 하나도 생각해봤다. 나 같은 몸매도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해외에는 마키타 프링(Marquita Pring), 캔디스 허핀(Candice Huffine) 등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들이 활동하고 있다. 나이키, 캘빈클라인에도 플러스 사이즈의 모델이 등장했다. "없으면 네가 한번 해봐" 친구의 제안에 프로필을 만들어 업체에 돌렸고, 딱 한 군데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 됐다.  
이슬씨가 제안하는 패션 코디. 편안한 아이템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법을 준비했다. 장진영 기자

이슬씨가 제안하는 패션 코디. 편안한 아이템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법을 준비했다. 장진영 기자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일반 모델과 같다. 다만 다른 사이즈를 보여주는 것일 뿐. ‘치도’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1년 반 정도 됐다. 옷 스타일링 방법뿐 아니라  탈코르셋, 식이장애 극복기, 버킷리스트 등을 이야기한다. 큰 주제는 여성문화와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에 관한 것이다.
 
보디 포지티브란 무엇인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뚱뚱함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다양성에 대해 마음을 열자는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쇼핑몰에서 내가 입은 걸 보고 샀더니 사이즈 실패하지 않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체형 때문에 어두운색의 옷만 입었었는데 다양한 제안에 고맙다는 인사도 들었다. 내추럴 사이즈 모델에 대한 문의도 많다. 물론 안티도 있다. 몸무게 거짓말하지 말라거나 얼굴과 몸매에 대한 평가와 인신공격도 많다. 악플에 처음에는 밥도 안 넘어갈 정도로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차별없는 패션쇼' [사진 박이슬]

지난해 11월 진행된 '차별없는 패션쇼' [사진 박이슬]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지?
만족한다. 예전에는 살을 빼야만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 모습을 사랑하고 내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한다. 내추럴 사이즈 모델 활동을 할수록 오기가 생긴다. 내 사이즈로 옷도 잘 입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 생각에 동의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좀 더 편안한 사회가 오지 않을까.
 
차별없는 패션쇼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 20명이 함께했다. [사진 박이슬]

차별없는 패션쇼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 20명이 함께했다. [사진 박이슬]

그 사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보디 포지티브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공동집필인데 연말에 출간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를 연출했다. ‘꿈 공모전’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고 섭외, 기획, 연출, 의상준비까지 모든 걸 혼자 했다. 다양한 사이즈의 자기 몸을 사랑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이 지원했다. 20명을 선발해서 함께 무대에 섰다. 우리를 판단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느꼈다. 유튜브에서 ‘전형적인 아름다움’이라는 편견에 맞서는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이슬씨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슬씨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박이슬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꼭 필요한 요소일까? 예전에는 모든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굳이 아름다울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아름다움도 하나의 기준일 뿐이고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니까.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 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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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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