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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주택'은 작기만 하면 될까? 주거문화 혁신이 필요하다

기자
손웅익 사진 손웅익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29)

얼마 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멘토에서 '미래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싶은 지' 묻자 아홉 명 중에 여섯명이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었다. [사진 pexels]

얼마 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멘토에서 '미래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싶은 지' 묻자 아홉 명 중에 여섯명이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었다. [사진 pexels]

 
최근 어느 고등학생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 멘토를 다녀온 적이 있다. 건축분야로 진로를 모색하는 고등학교 1, 2학년생 아홉 명과 둘러앉아 여러 가지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고등학교 저학년의 질문이라기엔 대체로 수준이 높았다. 건축에 대한 일반적인 질문을 예상했으나 뜻밖의 질문들이 나왔다. 건축가가 평생 지녀야 할 윤리의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철학적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야 했다.
 
‘사회의 변화에 따른 건축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 질문에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건축의 상관관계,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와 주거유형의 변화에 대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학생들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 구성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모두 예상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텔레비전의 프로그램 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혹시 미래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싶은 학생이 있느냐는 질문에 9명 중에 무려 6명이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었다. 학생들은 당장 취업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니고 결혼 적령기에 겪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맞닥뜨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혼자 살고 싶다는 비율이 이렇게 높은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세에서 39세까지의 1인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의 34.4%를 차지한다. 사진은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학생이 휴대전화로 구직정보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세에서 39세까지의 1인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의 34.4%를 차지한다. 사진은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학생이 휴대전화로 구직정보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 청년 1인 가구 비율이 상당히 높다. 2018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세에서 39세까지의 1인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의 34.4%를 차지한다. 그러나 청년 1인 가구의 대부분은 집을 장만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 소득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에 지출하면서도 수많은 청년이 아직 열악한 지옥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안정된 주거공간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심각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결혼관이 바뀌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주거문제일 것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을 당근 정책으로 반전시키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동안 지출한 수십조 원의 저출산 예산이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사용됐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좀 더 나아졌을 것이다. 그나마 예산이 배정돼도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 청년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지으려 해도 그 지역 임대사업자나 지역 주민들의 집단 반대에 부딪혀서 번번이 사업이 좌절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는 저출산과 맞물리면서 여러 가지 부정적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고령화 비중의 산술적 수치는 저출산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령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모든 정책은 고령화에 쏠려있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자산을 빈곤율 산정에 반영하면 수치가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실제 삶의 질이 문제다.
 
특히 노인 1인 가구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고령화가 깊어질수록 더 심각해진다. 이렇게 모든 정책과 예산이 저출산, 고령화에 집중되는 와중에 중장년층은 관심에서 비켜나 있다. 전체 연령 중에서 특히 50대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노년기를 바로 앞두었으나 미래가 준비되지 않은 중장년 1인 가구를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계청은 2025년에는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이 31.3%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몇몇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1인 가구를 주제로 한 영화제에 수백편을 응모했다고 한다. 영화 심사단의 평처럼 ‘1인 가구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피할 수 없는 명제다.
 
싱글 슈머를 위한 산업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로 영역이 넓어지고 맞춤형으로 세분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싱글 슈머를 위한 산업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로 영역이 넓어지고 맞춤형으로 세분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이러한 변화에 가전제품 분야가 민첩하게 대응한 지는 오래됐다. 미니 밥솥, 1인용 토스터, 미니 세탁기, 미니 냉장고, 소형 공기청정기, 미니 정수기, 미니 전자레인지, 솔로오븐 등 대부분 가전제품이 1인 가구를 타깃으로 ‘미니’를 부각한 제품들이다. 이렇게 혼자 살면서 자신의 생활패턴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싱글슈머’가 소비시장의 큰 축이 되었다. 
 
1인 가구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인테리어도 성행하고 있다. 스스로 꾸밀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가이드 하는 사업도 생겼다. 커피숍이나 식당에 1인용 자리는 필수다. ‘2인 이상 주문’이라는 구시대적인 문구를 붙여놓은 식당 메뉴를 볼 때면 주인의 요리 감각까지 의심하게 된다.
 
싱글슈머를 위한 산업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로 영역이 넓어지고 더 맞춤형으로 세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는 이제 연령층과 상관없이 대세가 되었다. 그와 함께 주거분야도 싱글슈머의 수요에 따른 다양한 ‘미니’상품 개발이 시급해 보인다. 그러나 싱글슈머를 위한 주거공간은 1인용 미니 가전제품과는 다른 개념의 접근이면 좋겠다.
 
셰어하우스처럼 개인용 공간은 최소화하되 공유공간을 내 영역의 일부로 활용하는 주거형태의 다양한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형태의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주춤거리고 있다. 개발자도 입주 희망자도 사람 간의 관계, 즉 공유공간에서 만나게 될 입주자들의 관계를 두려워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관계에 대한 확신이 든다면 1인 가구를 위한 주거문화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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