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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서 추락” 듣고 벌떡…산길 500m 4분 만에 달려 지킨 골든타임

국립공원공단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24시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이동윤 부대장, 최석조·신주한·최현규·오명석 대원(왼쪽부터)이 인수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이동윤 부대장, 최석조·신주한·최현규·오명석 대원(왼쪽부터)이 인수봉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지난 8월 3일 북한산 인수봉. 철그렁, 철그렁, 파파박! 금속장비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짧게 나더니 등반자가 7m 추락했다.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가 출동했다. 이들이 특수산악구조대 사무실에서 인수봉까지 500m 거리를, 그것도 경사가 급격히 심해지는 산길을 가는 데 걸린 시간은 4분. 시속 7~8㎞였다. 100m를 48초 만에 주파한 것이다. 늑골·발목 골절로 의심되는 사고자를 최현규(24) 대원이 업고 이동윤(50) 부대장이 확보를 봐줬다. 사고 접수부터 출동-등반-응급처치-헬기 포인트까지 하강에 걸린 시간은 40분이었다. 
  

경찰구조대 해체 뒤 5월 출범
암벽등반 10~15년 전문가 구성
구조시간·구조율 30% 높아져
“시스템 정착은 안 돼” 시선도

북한산 14명, 도봉산 11명 활약 중
 
지난 8월 3일 최현규 대원이 인수봉 사고자를 후송하고 있다. 뒤쪽은 이동윤 부대장. [북한산국립공원]

지난 8월 3일 최현규 대원이 인수봉 사고자를 후송하고 있다. 뒤쪽은 이동윤 부대장. [북한산국립공원]

8월 12일 백운대 중턱. 50대 남성이 다리 통증을 호소했다. 특수산악구조대는 또 뛰었다. 이번엔 바위가 포함된 산길 900m를 9분 만에 끊었다. 종아리 근육 경련이 난 이 남성은 응급처치를 받은 뒤 특수산악구조대원과 함께 도선사 광장까지 하산 후 자력으로 귀가했다. 이날 구조 상황을 지켜본 김영철(40)씨는 “바람이 일도록 뛰더라”고 말했다. 이치상(54) 특수산악구조대장은 “부상 정도와 생명 위험을 최소화할 골든타임을 최대화하려면 뛰고 또 뛰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수산악구조대가 출범 5개월을 맞이했다. 특수산악구조대는 2023년 의무경찰제도 폐지로 인해 해체된 경찰구조대의 임무를 물려받아 지난 5월 발족식을 갖고 6월부터 활동 중이다. 북한산 경찰구조대는 1983년 4월 인수봉에서 대학생 등 4명이 사망한 뒤 생겨났다.  
 
특수산악구조대는 북한산에 14명, 도봉산에 11명이 활동 중이다. 기존 경찰구조대의 2배 인력이다. 신주한(43)·오명석(43)·최석조(38) 대원 등 암벽 등반 경력 10~15년의 전문가 위주로 뽑았다. 최현규 대원은 대학 응급구조학과를 나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다.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이 있다. 그는 “이전 직장이 2차 응급 현장이라면 지금은 1차 응급 현장”이라며 “그만큼 사고자에 대한 책임감·사명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로 이뤄져 ‘특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고 신고를 받으면 사고 위치를 가늠하기 쉽다. 특정 구간에서 사고가 나면 피해 상황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다. 대응 시간이 빨라졌다. 이명종 북한산국립공원 재난안전과 계장은 “구조시간과 구조율이 30% 향상됐다”고 말했다.
 
특수산악구조대는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하지만 사고를 막는 역할도 한다. 지난달 태풍 링링으로 인수봉 오아시스(인수봉 중턱의 나무가 있는 25㎡ 정도의 공터) 옆 소나무가 쓰러졌다. 일부 산악인들은 “인수봉 등반 90년을 지켜본 소나무”라며 도로 심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특수산악구조대는 “안전이 먼저”라며 지난달 20일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특수산악구조대 7명이 투입됐다. 일반인 5명도 작업을 거들었다.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가 지난 9월 20일 인수봉에서 태풍 링링으로 쓰러진 소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북한산특수산악구조대]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가 지난 9월 20일 인수봉에서 태풍 링링으로 쓰러진 소나무를 제거하고 있다. [북한산특수산악구조대]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사무실에서 모니터링 중인 특수산악 구조대원들. 전민규 기자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 사무실에서 모니터링 중인 특수산악 구조대원들. 전민규 기자

이동윤 부대장은 “등반가들은 사고가 나면 구조 활동이 용이하도록 코스를 터주고 미리 로프를 깔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1차 구조는 등반가들이 해준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특수산악구조대는 단풍이 진해질수록 긴장감도 더해진다. 가을은 1년 중 가장 많이 사고가 나는 ‘등산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치상 대장은 “9~10월 사고가  연간 사고의 20%가 넘는다”며 “잠시도 상황판에서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산에는 지난해 해상공원을 제외한 국립공원 중 가장 많은 552만 명이 찾았다. 설악산 방문객은 324만 명, 지리산은  331만 명이었다. 사고도 잦다.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립공원(한라산 제외) 전체 사고 1082건 중 북한산 사고가 342건(32%)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일러스트=이정권 gaga@joongang.co.kr

이명종 계장은 “사고는 정오~오후 3시에 가장 많이 일어난다”며 “체력이 다소 떨어지고 점심 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이유”라고 밝혔다. 이동윤 부대장도 “산악사고는 대부분 안전사고인데 조금만 주의하면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가 밝힌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북한산에서의 정오~오후 3시 사고는 107건. 오전 9시~정오(45건)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정오~오후 3시 사고 가장 많이 발생
 
일부 등산객들은 경찰구조대가 해체되면서 불만과 우려를 드러냈다. 35년간 쌓아온 경찰구조대의 구조 노하우를 국립공원공단 조직이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냐는 것이다. 현재도 ‘특수산악구조대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다’ ‘아직 정착된 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악인은 그런 우려는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최근 인수봉에서 만난 이명희(46·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씨는 “전문 산악인 출신들이라 신속하게 대응하더라”며 “좀 더 많은 전문 산악인들이 충원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71년 인수봉 참사 때 가장 늦게 하강하며 희생자들을 도운 이종록(74)씨는 “특수산악구조대 대원들은 전문 등반가들로, 의경들로 구성된 경찰구조대와 달리 장기간 활동하면서 전문 구조 능력을 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대(82) 코오롱등산학교 명예 교장은 “경찰구조대 대장들도 10년 이상 등반한 사람들”이라며 “특수산악구조대는 거의 모든 대원이 등산 관련 자격증이 있는 전문집단”이라고 말했다.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가 지난 9월 3일 인수봉에서 부상자 이송 훈련을 하고 있다. 바로 위의 소나무는 사진 촬영 직후 태풍 링링으로 쓰러져 현재는 사라졌다. 전민규 기자

북한산 특수산악구조대가 지난 9월 3일 인수봉에서 부상자 이송 훈련을 하고 있다. 바로 위의 소나무는 사진 촬영 직후 태풍 링링으로 쓰러져 현재는 사라졌다. 전민규 기자

 
박기연 북한산 국립공원 사무소장은 특수산악구조대 활동을 지리산·설악산 등으로 넓힐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특수산악구조대 인력을 연말까지 보강한다고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수산악구조대와 함께할, 사람을 찾습니다.”
 
인수봉=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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