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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반대에도 아들 유학 보낸 아내, 생활비 청구 가능할까

기자
김성우 사진 김성우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4) 

A와 B 부부는 자녀 교육문제로 지속적인 갈등을 겪었다. 자녀들의 유학 문제로 계속 다투다 둘은 결국 이혼 소송에 이르렀다. [사진 pixabay]

A와 B 부부는 자녀 교육문제로 지속적인 갈등을 겪었다. 자녀들의 유학 문제로 계속 다투다 둘은 결국 이혼 소송에 이르렀다. [사진 pixabay]

 
변호사인 A와 가정주부인 B는 1994년 결혼해 C(딸, 1995년생)와 D(아들, 1997년생)를 낳아 키웠다. 그러나 부부는 자녀들의 외국 유학과 과외비 등 교육문제로 줄곧 갈등을 겪어 왔다. 특히 B는 자녀 둘 다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자신도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A는 자녀들이 모두 유학을 가면 가족이 해체될 우려가 있고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한참 동안 그 문제로 다투다가 결국 A는 맏딸 C의 유학을 허락했고, 미국으로 간 C의 학비와 생활비로 연간 1억 원을 지출했다. A는 B와 갈등을 겪던 2011년 B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별거하기 시작했고, 그 무렵 B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가 나머지 자녀인 D의 유학을 끝까지 반대하자 B는 홀로 D의 유학을 추진한 끝에 2012년 D를 미국으로 보냈고, 자신도 그 무렵부터 미국 체류와 한국 왕래를 반복하면서 생활비·학비·항공료 등으로 큰 비용을 지출했다. A는 C의 유학비용은 모두 지원했으나,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간 D의 유학비와 생활비는 지원하지 않았다.
 
한편 A의 이혼 청구는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다. A는 별거 전까지는 B에게 생활비 등으로 매월 400만~ 500만 원을 주었지만, 그 이후에는 B에게 생활비나 양육비를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 B는 어쩔 수 없이 보유하던 부동산, 금융자산 등을 처분해 생활비와 D의 유학비 등으로 3억 원가량을 소비했다. A의 현재 재산은 약 10억 원이고, 부채도 비슷한 액수이다. 변호사로서 과세관청에 신고한 소득금액은 연평균 2억5000만 원가량이다. D는 현재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고, 학비 및 기숙사비로 매년 평균 8000여만 원이 쓴다.
 

부부 사이의 부양의무, 소급 안 돼 

사례에서 부인인 B는 별거 중인 남편 A에게 ① B 자신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부양료와 ② 미성년자녀 D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 또 ③ 이제 법률상 성인이 된 자녀 D는 직접 아버지인 A를 상대로 유학비용을 부양료로 청구할 수 있을까?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의 생활을 돌보는 것을 의미하는 ‘부양(扶養)’은 법률적으로 보면 두 가지가 있다. 부양해야 할 사람이 부양의 여력이 있는지를 불문하고 부양받을 사람의 생활을 자신과 같은 정도의 수준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이 그 하나다(‘일차적 부양의무’, ‘생활 유지적 부양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부양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재산도 없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 부양해야 할 사람이 부양하더라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생활을 유지할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이차적 부양의무’, ‘생활 보장적 부양의무’라고 한다).
 
부양은 일차적 부양의무와 이차적 부양의무로 나누어지는데, 부부 사이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일차적 부양의무에 해당한다. [연합뉴스]

부양은 일차적 부양의무와 이차적 부양의무로 나누어지는데, 부부 사이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는 일차적 부양의무에 해당한다. [연합뉴스]

 
쉽게 말하면 나에게 오늘 먹을 것이 밥 반 공기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반 공깃밥을 부양을 받아야 할 사람과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것이 일차적 부양의무이고, 내가 평소 먹는 수준으로 충분히 먹고도 남은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먹을 것이 부족한 사람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차적 부양의무이다. 보통 부부 사이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일차적 부양의무에, 성년이 된 자녀와 부모, 또는 그 밖의 친족 사이의 부양의무는 이차적 부양의무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첫 번째 문제로, B는 별거 중인 남편 A에 대해 생활비에 해당하는 부양료를 달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민법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한다.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당사자 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부부 사이의 부양과 협조는 일차적 부양의무로서 부부가 서로 자기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상대방의 생활을 유지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가 이러한 부양 협조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양육을 포함해 공동생활로서의 혼인생활 비용의 분담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부 사이의 보호 부양의무는 어느 한쪽에게 부양을 받을 필요가 생겼다면 그에 대해 서로 간의 협의나 법원의 재판이 없더라도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법원은 상대방에게 이것을 달라고 청구하기 전의 과거 부양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
 
즉 부부 사이의 부양료를 정할 때는 서로의 재산 상태와 수입액, 생활 정도와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부양이 필요한 정도, 그에 따른 부양의무의 이행 정도, 혼인생활의 파탄 경위와 정도 등을 고려하는데, 과거의 부양료를 언제까지라도 소급해 청구할 수 있다고 하면 부양해야 할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누적된 장기간의 과거 부양료를 일시에 부담하게 돼 가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례에서 법원은 B 자신의 생활비 등 부양료 청구에 대해 법원에 제기한 시점 이전의 부양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장래의 부양료 청구만 인정했다. 즉 A는 B에게 부양료 청구 시점 이후부터 A와 B 씨의 혼인관계가 종료되거나 별거가 해소될 때까지 매달 50만 원의 부양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두 번째로, B가 A에게 D의 유학비에 해당하는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부모 중 어느 한쪽만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 양육하는 쪽(양육인)은 상대방(비양육인)에 대해 과거, 현재 및 장래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을 분담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혼하기 전이어도 부모 중 한쪽만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양육인은 양육비의 적정 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 [사진 photoAC]

이혼하기 전이어도 부모 중 한쪽만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양육인은 양육비의 적정 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 [사진 photoAC]

 
사례에서와같이 이혼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를 실제로 양육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다른 쪽 부모에게 양육비를 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원은 양육비를 달라고 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 모두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한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여야 하므로 그 금액을 적절히 감액할 수 있다고 한다.
 
이의 경우 고려돼야 할 사정은, 부모 중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든 비용, 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아닌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든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특별한 비용(치료비 등)인지 아닌지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이다.
 
사례에서 법원은 B가 A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D의 유학을 추진했고, B가 C의 양육비로 상당 금액의 유학비용을 지출했다는 사정을 고려해 B씨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의 D에 대한 과거 양육비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A는 B에게 양육비 청구 시점 이후부터 D가 성년에 이르기까지(법률상 인정되는 양육비는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만 해당하므로, 1997년생인 D가 만 19세가 되는 2016년의 생일 전날까지)의 양육비로 매월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성인 자녀와 부모는 이차적 부양의무  

마지막으로 B의 청구와 별개로, 이제는 성년이 된 자녀 D가 직접 아버지인 A를 상대로 유학비용 등의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 앞서 본 것처럼 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이차적 부양의무다. 성년의 자녀는 부양이 필요한 상태, 즉 객관적으로 봐 생활비를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 때문에 충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태인 경우에 한해, 부모를 상대로 그 부모가 부양할 수 있을 한도 내에서 생활비에 해당하는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이러한 부양료는 부양을 받을 사람의 생활 정도와 부양해야 할 사람의 자력, 기타 여러 사정을 참작해 부양을 받을 사람의 통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비용의 범위 내로 한정됨이 원칙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법원은 성년 자녀인 D는 통상적인 생활비라고 보기 어려운 유학비용의 충당을 위해 아버지인 A를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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