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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보다 고운 진주비빔밥, 평양보다 진한 진주냉면

[일일오끼] 진주

진주의 유서 깊은 맛집 대부분이 남강 진주성 부근에 몰려 있다. 지난달 26일 촬영한 남강의 야경. 촉석루 아래로 갖가지 등이 불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다. ‘진주남강유등축제(10월 1~13일)’가 한창인 지금은 더 빛이 고울 테다.

진주의 유서 깊은 맛집 대부분이 남강 진주성 부근에 몰려 있다. 지난달 26일 촬영한 남강의 야경. 촉석루 아래로 갖가지 등이 불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다. ‘진주남강유등축제(10월 1~13일)’가 한창인 지금은 더 빛이 고울 테다.

경남 진주에 들 때는 적어도 하룻밤 머물다 가시라 권한다. 적어도 다섯끼 꽉꽉 채워 들고 떠나시라는 의미다. 진주비빔밥·진주냉면 등 남다른 음식 문화가 깊이 뿌리내려 있어서다. 기왕이면 시장 골목 낡은 찐빵집에서 허기를 달래고, 남강 내려다보며 장어구이도 들고 가시라. 진주의 내로라하는 맛집 대부분이 남강 진주성 부근에 몰려 있다. 마침 진주남강유등축제(10월 1~13일)가 한창이다.
  

지역 토박이의 소울푸드 찐빵
연탄불에 노릇노릇 장어구이
유등축제로 밤마다 환한 남강

비빔밥은 진주다
 
남강변에 설치된 소망등 터널. 해가 지면 화려하게 불을 밝힌다.

남강변에 설치된 소망등 터널. 해가 지면 화려하게 불을 밝힌다.

진주는 비빔밥의 고장이다. ‘전주의 오타가 아니냐’고 물으면, 진주 입장에선 섭섭하다. 모양도 맛도 전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30가지가 넘는 재료를 뒤섞는 전주비빔밥과 달리 진주비빔밥은 시뻘건 육회를 중심으로 고사리·무나물·숙주나물 등 일곱 가지 재료만 고명으로 올린다. 전주비빔밥보다 비비기가 쉽고, 술술 넘어간다. ‘일곱 빛깔의 꽃밥’이라고 하여 예부터 칠보화반(七寶花飯)으로 통했단다. 콩나물국이 아니라, 선짓국을 곁들이는 것도 특징이다. 육당 최남선(1890~1957)도 대한매일신보에 연재한 ‘조선상식문답(1937)’에서 “전주는 콩나물, 진주는 비빔밥”이라 썼다.
 
진주 사람은 진주비빔밥이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 때 유래한 것으로 믿는다. 난리 통에 찬을 따로 낼 여유가 없자 잘게 썬 소 살코기에 나물들을 얹어 나눠줬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다. 사회·지리적인 특성에서 진주비빔밥의 뿌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 진주는 예부터 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시장이 커 온갖 특산물이 모였고, 한데 섞이고 비벼졌다. 그러고 보니 남강 주변에는 걸출한 한정식집도 여럿 있다.
 
‘천황식당’ 비빔밥 상차림.

‘천황식당’ 비빔밥 상차림.

중앙시장에 구순을 넘긴 비빔밥집 ‘천황식당’이 있다. 1927년 가게를 열었으니 전주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한일관’보다도 27년이나 오래됐다. 3대 사장 김정희(66)씨가 “문어·홍합·바지락·쇠고기 등을 우려 만든 천연 조미료 ‘포탕’이 맛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식당 안마당에만 장독이 40여 개에 이른다. 시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50년 이상된 장독이 여태 자리를 지킨다. 독마다 조선간장·고추장이 가득하다. 그 세월의 맛이 비빔밥(1만원) 곳곳에 배어 있다. 
 
‘천황식당’ 장독마다 묵은지와 조선간장이 가득하다. 김정희 사장의 보물 1호다.

‘천황식당’ 장독마다 묵은지와 조선간장이 가득하다. 김정희 사장의 보물 1호다.

집 떠나면 생각나는 맛
 
‘수복빵집’의 찐빵.

‘수복빵집’의 찐빵.

천황식당을 나와 길모퉁이를 돌면 71년 역사의 ‘수복빵집’과 만난다. 진주 유일의 전국구 명물 빵집이다. ‘빵집’이라지만 메뉴는 한 가지나 다름없다. 사계절 내내 파는 건 찐빵(4개 3000원)이 유일하다. 추운 계절엔 단팥죽과 꿀빵, 더운 계절엔 단팥죽을 추가로 낸다.
 
찐빵 위에 단팥죽처럼 걸쭉한 팥물을 넘치도록 끼얹어 내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두 입 크기의 찐빵을 팥물에 흥건히 묻혀서 먹는다. 찐빵 안에도 팥소가 잔뜩 들어 있으니, 겹겹이 단맛이라 하겠다. 밀가루 반죽에 물·우유·이스트를 일절 안 쓴다. 대신 막걸리를 쓴다. 쫄깃함의 비결이다.
 
박성진(78) 할아버지가 2대째 빵 맛을 책임진다. 열여덟 살에 일을 돕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58년째 팥을 쑤고 반죽을 치댄다. 당연히 단골도 많고, 추억도 많다. 조서윤(56) 문화관광해설사가 “군대 갔다가, 이민 갔다가 돌아온 진주 사람들이 제일 먼저 찾는 게 이 집 찐빵”이라며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은 어딜 가나 있지만 수복빵집 찐빵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수복빵집은 한낮에 서너 시간만 문을 연다. 하루하루 딱 그만큼의 찐빵만 만들어 판다. 정오께 장사를 시작하는데, 보통 오후 4시면 찐빵이 바닥을 보인다. 테이블이 8개에 불과하다. 헛걸음하기 싫으면 늦장은 금물이다.
  
입맛 당기는 짭조름한 국물
 
육전을 비롯해 고명을 푸짐하게 올리는 진주냉면.

육전을 비롯해 고명을 푸짐하게 올리는 진주냉면.

냉면으로 알아주는 식당은 많아도, 이름난 고장은 드물다. 가게 대부분이 북녘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다. 평양식 아니면 함흥식이다. 우리 고장의 이름을 단 ‘진주냉면’이 각별해지는 이유다.
 
진주냉면을 처음 접한 사람은 여러 번 충격 받는다. 그 엄청난 높이의 고명에 한 번 놀라고, 감칠맛 강한 국물 맛에 또 놀란다. 평양냉면이 정갈한 백김치라면, 진주냉면은 속을 꽉꽉 채운 보쌈김치를 닮았다. 화려하고 푸짐해서다. 오이, 배, 무, 삶은 달걀, 노른자 지단, 실고추, 편육 등을 쓰는데, 쇠고기 육전을 올리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다. 양이 넉넉하지 않으면 진주냉면이 아니다.
 
‘하연옥’은 황태·멸치 등 각종 해산물을 고아 냉면 육수를 만든다.

‘하연옥’은 황태·멸치 등 각종 해산물을 고아 냉면 육수를 만든다.

자고로 물냉면 맛은 육수에서 갈린다. 74년 전통의 진주냉면 집 ‘하연옥’은 육수를 만드는 데 꼬박 2~3주를 쏟는단다. 먼저 소 사골을 끓인 다음, 멸치·새우·밴댕이·황태·홍합·바지락 등을 차례로 넣고 푹 고아 낸다. 사흘에 걸쳐 우린 진액 상태의 육수를 다시 보름간 저온숙성시켜 조선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육수가 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하지만, 어느 하나 빼거나 덜어낼 수 없다”고 정운서(59) 대표는 말한다. 이런 고집이 진주냉면을 지켜온 원동력일 게다.
  
장어 거리는 사라졌어도
 
진주의 대표 먹거리 가운데 장어가 빠질 수 없다. 냉면·비빔밥과 함께 남강 일대에서 가장 이름난 음식이 바로 장어구이다. 대략 50년 전, 남강 다리 아래에 평상을 깔고 연탄불에 민물장어(뱀장어)를 구워 팔던 것이 남강 장어구이의 시작이다. 한창때는 진주성 촉석루 정문 앞으로 장어구이 집 12곳이 줄지어 섰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진주교에서 진주성으로 가는 남강변 일대가 장어 굽는 냄새로 진동했다.
 
‘유정장어’의 바다장어구이.

‘유정장어’의 바다장어구이.

이제 장어 거리는 없다. 그 많던 장어구이 집이 2016년 ‘진주대첩 기념광장’ 조성사업으로 대부분 자리를 뺏겨 뿔뿔이 흩어졌다. 남강에서도 더는 민물장어가 잡히지 않는다. 바다가 없으니 붕장어도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진주 장어의 명성은 여전하다. 이유가 뭘까. 47년 전통 ‘유정장어’의 곽기영(53) 사장은 특유의 양념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장어 뼈를 2~3일 동안 고아 만든 육수로 양념장을 만든다. 민물장어구이는 계피·감초 등을 넣은 한방소스로 냄새를 잡는다.”
 
바다장어는 연탄불에 굽는다. 비린내는 사라지고 불향만 남는다.

바다장어는 연탄불에 굽는다. 비린내는 사라지고 불향만 남는다.

연탄불 조리법도 한몫한다. 손질한 장어를 먼저 연탄불에 직화로 구워 기름기를 뺀다. 초벌한 장어는 숙성 후 양파와 함께 석쇠에 얹어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장어 특유의 비린내는 사라지고 군침 도는 불향만 남는다. 바다장어구이(2인 4만8000원)와 함께 장어를 통째로 갈아 끓인 장어탕(5000원)을 주문한다. 깻잎에 장어·양파·생강·마늘 얹어 한 입. 구수한 국물 한 입. 식욕이 돌고 술이 당긴다.
  
브런치 카페로 거듭난 목욕탕
 
진주성 인근의 ‘살롱드인사’. 45년 역사의 낡은 목욕탕을 루프톱을 갖춘 낭만적인 카페로 뜯어고쳤다.

진주성 인근의 ‘살롱드인사’. 45년 역사의 낡은 목욕탕을 루프톱을 갖춘 낭만적인 카페로 뜯어고쳤다.

낡은 노포만 있을까. 진주엔 개성 넘치는 젊은 가게도 많다. 우선 지난 7월 문을 연 ‘살롱드인사’. 45년 역사의 대중목욕탕 ‘서부탕’을 분위기 좋은 테라스와 루프톱을 갖춘 카페로 뜯어고쳤다. 목욕탕집 손자인 황승진(29) 대표의 아이디어다. 벌써 입소문이 자자하다. 가오픈 상태인데도 인스타그램에 관련 키워드가 5000개가 넘는다. 목욕탕 시절의 낡은 외관과 굴뚝이 여전하지만, 실내는 고풍스러운 호텔 로비 같다. 소시지 앤 프라이즈(1만3000원), 불고기 오일 파스타(1만2900원) 같은 브런치 메뉴가 인기다.
 
견과류 앙금이 꽉 찬 ‘진주운석빵’

견과류 앙금이 꽉 찬 ‘진주운석빵’

진주성 공북문 앞의 카페 ‘진주운석빵’은 시꺼먼 옷을 입은 운석빵(4개 6000원)을 판다. 요즘 진주성을 찾는 관광객의 최고 인기 간식이다.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주 운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정금수(35) 대표는 말한다. 아몬드·콩 등 견과류가 들어간 앙금에 오징어먹물 반죽을 발라 구웠다.
 
앙증맞은 모양의 ‘진주유등빵’.

앙증맞은 모양의 ‘진주유등빵’.

진주 중앙지하상가 ‘황금상점’에는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젊은 가게 20곳이 줄지어 있다. 첫 가게가 석류 전문점 ‘진주유등빵’이다. 연꽃 모양의 유등빵(10개 9000원)이 대표 메뉴다. 평범한 밀가루 빵 같지만, 석류로 맛과 색을 낸 앙금이 가득하다. 유등빵을 접한 사람은 진주 시화(市花)가 석류라는 것을 잊지 못한다. 운석빵과 유등빵은 진주남강유등축제 특산물 코너에서도 만날 수 있다.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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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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