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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인테리어도 아닌데 철거 책임? 법이 그래요

기자
김용우 사진 김용우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15)

임대차계약으로 얻은 것은 계약이 종료될 때에는 원래 상태대로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상회복의무'를 가진 것이다. [중앙포토]

임대차계약으로 얻은 것은 계약이 종료될 때에는 원래 상태대로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상회복의무'를 가진 것이다. [중앙포토]

 
“내가 한 인테리어도 아닌데 돈 들여 철거까지 해야 하나요.”
 
물건을 빌렸다면 그대로 돌려줘야 합니다. 민법에서도 빌린 물건의 원래 상태대로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654조, 제615조). 이른바 ‘원상회복의무’라고 하는데요. 원상대로 반환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계약위반인 겁니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완전히 동일하게 물건을 반환하긴 다소 어렵습니다. 사용하면서 물건이 손상될 수 있고 자연적으로 마모, 노후화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빌린 물건을 수선해 오히려 기능이나 품질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다툼 소지 큰 ‘원상회복의무’

 
대가를 지급하고 물건을 빌리는 임대차계약 관계에서 ‘원상회복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를 두고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셋집 비워주는 날 못 하나 잘못 박은 문제로 집주인과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그렇겠지요. 못 정도야 돈 몇만 원에 해결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목돈 들여 영업 시설을 설치한 경우라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기존에 설치한 시설을 다음 임대차에서도 그대로 활용하곤 하는데요. 이 경우 임차인들끼리 시설권리금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정산할 겁니다. 그러다가 여러 임차인이 특정 시설을 활용한 임대차 관계가 종료될 때서야 비로소 원상회복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오래전 대법원은 임차인이 유흥주점으로 경영하던 점포를 이어받아 내부시설을 개조하고 단장한 사안에서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임차인은 자신이 개조한 범위 내에서 임차받은 상태로 반환하면 되고, 그 전 임차인의 시설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
 
즉 임차인은 별도 약정이 없다면 자신이 목적물을 인도받았을 때의 상태를 기준으로 새롭게 설치한 시설만 복구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전에 누가 어떤 시설을 설치했든 상관없이 임대받은 그대로만 반환하면 될까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커피전문점을 정리할 때 인테리어와 설비 복구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사진 문화재청]

커피전문점을 정리할 때 인테리어와 설비 복구 문제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사진 문화재청]

 
A는 2014년 6월경 커피전문점을 인수하고 점포를 빌렸습니다. 커피전문점은 2010년부터 운영됐는데 A는 당시 전 임차인으로부터 영업시설 등을 양수하며 권리금을 지급했지요. 그리고 임대차계약서에는 임대차가 종료되면 A 소유의 인테리어 시설과 장비를 원상회복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임대차 기간이 지나자 A는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해 권리금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임대인인 B가 제시한 조건과 맞지 않아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A는 인테리어 가구와 제빙기 등 기계만을 회수했고, 인테리어 시설과 흡연 부스 등은 철거하지 않은 채 점포를 B에게 인도했지요. B는 공사업체를 통해 17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시설 등을 철거한 비용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한 후 A에게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인테리어 시설과 흡연 부스를 누구의 비용으로 철거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요. 항의 끝에 A는 B를 상대로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 달라고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자신은 전 임차인이 설치한 설비 그대로 인수한 것이므로 그 이전 상태의 설비를 철거할 의무가 없고, 인테리어 등은 점포에 부합(1개의 물건으로 된 것)되어 더는 자신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원상회복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선고된 대법원을 포함한 3심 모두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대법원은 그간 A와 같이 기존 임대차 계약을 이어받은 행위라도 기존 관계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제3자의 새로운 임대차관계를 발생시키는 경우와 기존 권리 의무를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구별하고 있었는데요(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다52933). 만약 전자라면 자신이 설치한 시설에 대해서만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겠지만, 후자라면 모든 시설의 원상회복 의무를 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B가 철거한 시설 대부분은 A가 점포를 임차하기 전 커피전문점 영업을 위해 설치됐던 것이었고, B는 전 임대차계약 종료할 때 전 임차인에게 원상회복을 요구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법원은 A는 임차인 지위를 양도받은 것이라 판단했고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물도 철거해야 한다고 본 겁니다. 시설이 점포에 부합돼 일체라는 A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B가 철거한 시설들은 특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운영을 위해 설치된 것이므로 다른 용도로 대체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권리금 회수 못 하고 철거 비용도 부담

 
A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았을 때의 상태를 기준으로 새롭게 설치한 시설만 원상대로 복구하면 된다는 판결(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이 자신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 소유 물건을 반출해 원상회복하겠다는 임대차계약서 조항을 주목했습니다.
 
A는 자신이 양수한 모든 시설을 철거하겠다는 특별한 약정을 한 것이라는 얘기이지요. 결국 A가 서명한 계약서 내용이 불리하게 작용한 꼴입니다. 커피전문점 철거 비용은 A가 고스란히 물게 되었는데요. A 역시 기존 시설을 활용해 권리금을 회수하고 싶었을 겁니다.
 
A는 위 소송에서 B를 상대로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도 청구해 일부 승소하기는 했지만, A가 이미 지급한 권리금에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결국 권리금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상회복의무 위반으로 철거비용까지 물어내게 된 것이지요.
 
김용우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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