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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는 꼭 나쁜 것일까…새롭게 해석되는 연극 '코뿔소'

모두가 코뿔소로 변하고 홀로 인간으로 남은 베랑제. 연극 '코뿔소'의 주인공이다. [사진 마포문화재단]

모두가 코뿔소로 변하고 홀로 인간으로 남은 베랑제. 연극 '코뿔소'의 주인공이다. [사진 마포문화재단]

 한적한 일요일 오후. 평화로운 노천 카페 앞에 코뿔소 한 마리가 나타나 광장 한복판을 질주한다. 친구 사이인 베랑제와 장도 거기에 앉아있었다. 사람들은 코뿔소의 생김새와 종류에 대해 나름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논리학자는 코뿔소에 대한 이론을 내놓고, 사람들은 코뿔소의 실체에 대해 논쟁한다.
 

12일까지 마포아트센터서 공연

코뿔소의 등장을 이상한 일이라 생각하던 이들은 곧 코뿔소가 된다. 사람들은 하나 둘 코뿔소로 변해가고 노천 카페에 앉았던 장도 결국 코뿔소가 된다. 모두가 코뿔소가 되자 베랑제는 “나도 한 두개의 뿔이 있으면 창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혼자 인간으로 남는다.
 
프랑스의 대표적 극작가 외젠 이오네스코(1909~94)가 57년 발표한 ‘코뿔소’는 당시 사회에 대한 강력한 우화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오네스코는 나치즘을 집단 본능으로 보고 다수의 비정상적 변화를 희곡에 그려냈다. 사람들이 하나둘 코뿔소로 변하는 것은 전염병처럼 퍼지는 집단주의에 대한 풍자이며, 홀로 남은 베랑제는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상징한다. 2016년 10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코뿔소’(프랑스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 연출)는 억압받는 자유, 세뇌당하는 사회라는 메시지로 작품을 해석했다.
연극 '코뿔소'에서는 광장 한복판에 코뿔소가 등장한 후 사람들도 코뿔소로 변해간다. [사진 마포문화재단]

연극 '코뿔소'에서는 광장 한복판에 코뿔소가 등장한 후 사람들도 코뿔소로 변해간다. [사진 마포문화재단]

 
지난달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시작된 ‘코뿔소’는 그간의 해석에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연출가 황이선(41)은 2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과연 코뿔소가 등장해 일상성을 파괴한 것일까, 어쩌면 현대 사회의 일상이 된 붕괴가 코뿔소를 통해서 드러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군중에 속하려는 습성을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 아닌지 질문을 던져봤다”고 했다.
 
이번 연출에서 주인공 베랑제는 인간성을 사수한 최후의 영웅으로 그려지는 대신, 코뿔소와 인간 중 무엇이 될지 고민하는 경계의 존재로 남는다. 작품은 선과 악, 집단과 개인이라는 선명한 구도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가치관을 다루는 것이다. 코뿔소는 흰색 의상을, 홀로 남은 인간은 검은 의상을 입도록 해서 선과 악이 과연 늘 일정한지에 대한 답 또한 관객이 직접 찾도록 했다. 황이선 연출가는 “이번 무대는 정답을 제공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우리는 코뿔소인가, 인간인가’다”라고 했다.
 
이오네스코는 줄거리가 없고 등장인물의 성격이 일관적이지 않은 부조리극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뿔소’에서는 작법을 달리해 어느 정도 전통적인 형식으로 돌아왔다.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다. 이 작품에 대한 연출가의 독특한 의도는 비교적 쉬운 흐름을 따라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마포문화재단이 상주 극단인 뚱딴지와 함께 제작한 이번 공연은 12일까지 마포아트센터의 소극장인 플레이맥(200석)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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