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이상은이 ‘릴랙스’ 등 6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을 냈다. ’팬들과 여행 가느라 30주년을 놓쳤다“면서도 연신 웃는 얼굴이다. 최승식 기자
이상은 5년 만에 새 앨범 ‘플로’
강이채 등 젊은 뮤지션 편곡 참여
영화 ‘벌새’와 협업한 뮤비도 화제
“벼락스타 된 게 힘들기도 했지만
마음 다독이는 법도 잘 알게 돼”
그는 지난해 30주년을 맞아 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팬들이 ‘언니만 30주년 아니고 저희도 30주년이에요’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사에 다니는 친구를 필두로 30명이 모여 지난해 봄에 태국 코팡안에 다녀왔어요. ‘섬’(2010)이라고 제가 그곳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노래가 있거든요. 그랬더니 너무 좋다며 여름에 2차로 제주도로 또 떠나고. 제 팬들이 좀 극성맞아요.”
![2일 발매된 ‘플로’ 앨범 재킷. [사진 브리즈뮤직]](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02/d9258798-2b70-4fca-a4a8-546c80a8bdae.jpg)
2일 발매된 ‘플로’ 앨범 재킷. [사진 브리즈뮤직]
하여 그의 시선도 항상 팬들을 향한다. 자신을 위로하고자 읊조린 말도 이내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이 된다. “살다 보면 마음 다칠 일이 많잖아요. 저도 그랬고. ‘담다디’로 벼락스타가 된 게 힘들어서 떠났는데 많이 외롭더라고요. 1990년대 일본이나 영국이 한국 여자 혼자 살기에 녹록한 곳은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상처를 잘 받다 보니까 마음을 잘 다독이는 법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어느덧 홍대 살이 20년에 접어든 이상은은 ’여기서는 어떻게 하고 다녀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서 편하다“며 ’주머니가 가벼워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그의 음악을 듣고 자란 팬들이 새로운 다리를 놓아주기도 했다. 15집 ‘루루’(2014)가 작사·작곡부터 믹싱까지 홀로 책임지고 홈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한 외로운 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이규호·이능룡·박성도·강이채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편곡자로 참여했다. 6집 ‘공무도하가’(1995)에 매료돼 매니저로 함께 일했던 김기정씨가 두 팔 걷고 나선 것.
언니네 이발관·브로콜리 너마저 등과 작업해온 마당발인 김씨는 이번 앨범 프로듀서를 맡아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친구 덕에 이번에 공부를 많이 했어요. 혼자 작업하는 게 익숙해져서 있었는데 다른 편곡자들로부터 좀 또박또박 불러 보라고 보컬 코치도 받고 신세계였죠. 저는 나무늘보처럼 리듬도 뒤로 타는 스타일이거든요. 덕분에 목소리가 13살쯤 어려진 것 같아요.”
![신곡 ‘넌 아름다워’ 뮤직비디오. 영화 ‘벌새’의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0/02/a43b226c-b258-46d5-a622-d493647dd963.jpg)
신곡 ‘넌 아름다워’ 뮤직비디오. 영화 ‘벌새’의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가사에 ‘허밍 버드’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영화랑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요. 마치 준비한 것처럼. 저 역시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 안에 갇히는 게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처럼 여성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반갑죠. 영화 속 주인공이나 관객들에게 ‘같은 얼굴의 꽃은 없어’ ‘같은 길을 가는 별은 없어’ 등의 노래 가사를 전해주고 싶기도 했고요.”
앨범을 준비할 때면 습관처럼 여행을 떠났던 그는 이번에는 일상에 머무르며 작업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좀 편찮으시기도 했고 이제 부모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나이가 됐잖아요. 5년 동안 음반이 안 나온 게 저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라 불안하기도 했지만 일상을 완전히 중심에 놓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평화롭기도 하고. 이 정도 순산이면 곧 또 음반 낼 수 있겠다 싶던데요.” 오는 9~10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5년 만의 단독 공연 ‘슬로 플로’도 준비돼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