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미진 폴인 팀장
스펙을 보지 않으면 무엇을 보고 사람을 뽑을까. 오히려 채용은 더 까다롭다. 가장 중시하는 건 경력이다. 이전에 어떤 일을 해봤는지,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중심으로 역량을 꼼꼼히 따진다. ‘이 사람이다’ 싶어도 채용에는 신중하다. 3개월 동안 인턴사원으로 고용해보고, 이후에 정직원 전환 여부를 판단한다.
“저희 입장에서는 고졸보다 박사 학위 소지자가 더 조심스럽다”는 게 이 회사 채용 담당자의 이야기다. “스타트업에서는 시키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필요 없거든요. 기존의 교육 시스템을 너무 잘 밟아온 사람이라면, 전형적인 모범생은 아닐까 하고 고민하게 되죠.”
그럼 스타트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 서로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도 대화로 합의점을 찾는 것, 내 일과 남의 일을 구분 짓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은 거죠. 대부분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것들 이에요.”

노트북을 열며10/2
“대학에서 배우기보다 회사에서 배우겠다”며 고등학교 졸업 뒤 스타트업에 취업한 B는 벌써 4년 차 마케터로 회사를 착실히 키우고 있다. 외고에서 창업 동아리를 시작한 C는 지금 대학을 휴학하고 IT 스타트업에서 인턴 생활에 빠져있다. 장 대표는 “낡은 입시 프레임에서는 99%의 아이들이 낙오됐다면, 새로운 프레임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실력을 쌓고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변화는 시작됐다. 아직 사회 전체로 확산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반기 대졸 공채 시즌이 열렸다. 한 취업 플랫폼의 설문 조사에 구직자의 절반 이상(55.4%)이“하반기에 취업할 자신이 없다”고 답했고, 이 중 열에 여섯(61.1%)이 “스펙이 부족해서”라고 이유를 댔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회사도 구직자들도 낡은 프레임을 깨길 바란다.
임미진 폴인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