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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당신의 자소서는 안녕하십니까?

이가영 사회2팀 기자

이가영 사회2팀 기자

대입,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좌절감이 몰려올 때가 많다. 고작 20여년의 짧은 인생에서 인사담당자들이 한 문장만 읽고도 관심을 가질 나만의 특이점을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착하게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성실히 학교 다니는 게 미덕인 사회 분위기에서 갑자기 남들과 다른 나를 보이라는 건 막막한 일이다.
 
그렇기에 아주 작은 일이라도 엄청난 성과로 둔갑하게 된다. 친한 친구들과 주말마다 모여 취미활동을 했다면 동아리를 만든 회장이 되어 리더십의 근거가 된다. 짧은 기간 인턴으로 잔심부름했지만, 실무에 필요한 지식을 쌓은 엄청난 기회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문제는 다 같이 ‘자소설’을 쓰다 보니 남들과는 다른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사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힘든 경우가 많다. 해외 봉사나 인턴은 체류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자리가 많아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방학마다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무급 인턴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부모의 인맥으로 그에게만 만들어진 자리였다.
 
안타까운 건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던 장관의 자녀가 이런 ‘부모 찬스 자소설’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3주간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최첨단 연구 인력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썼으나 5일 만에 인턴을 그만뒀고, 어머니의 지인으로부터 활동 증명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고 했는데, 고등학교 동창 아버지가 지도교수인 논문이어서 ‘스펙 품앗이’ 의혹에 휩싸였다. 또 “새로운 의료봉사단체를 창단해 첫 해외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썼지만 사실 해외에 가지는 않았다. 이 단체가 우간다 의료봉사를 마치는 동안 그가 한 일은 문서 번역이나 전화로 한 통역이었다.
 
해당 단체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학전문대학원 가려는 친구들은 다 이렇게 준비하고, 열심히 하려던 것뿐인데 요즘 너무 몰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편법을 노력으로 옹호하는 이들이 있는 한 자소설은 반복되고, 공정과 정의와는 더 멀어지지 않을까.
 
이가영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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