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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포털 저널리즘,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 됐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인터넷 공간은 잘 정리된 도서관이 아니다. 진실과 거짓 정보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안내해줄 사서도 없다. 믿고 의지할 언론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대한민국 언론은 신뢰를 잃고 정파적으로 분열돼 있다. 그런데도 분명한 것은 언론을 이대로 내버릴 것이 아니라 제 기능을 하도록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을 통하지 않고는 누구도 세상을 제대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털이 언론 행세, 권력감시 희석
공화주의 병들게하는 횡포 멈춰야

온라인 공간에서 개선이 시급한 곳은 포털이다. 다음카카오와 네이트는 뉴스 편집을 마음대로 한다. 뉴스를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지 알 수 없다. 네이버는 뉴스 편집 권한을 언론사에 일부 나눠줬지만, 여전히 강력한 편집권을 갖고 있다. 인공지능(AI)이 MY뉴스를 편집한다지만 알고리즘은 그들만이 안다. 이런 방식이라면 뉴스 편식(偏食)은 심해진다. 균형 잡힌 식단은 불가능하다. 포털이 뉴스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뉴스 생산자인 언론의 행태도 바뀌었다. 언론사들은 포털 체제에서 생존을 꾀한다. 뉴스 클릭 수에 민감하다. 클릭을 받을 수 있는 정파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선호한다. 뉴스의 선정성은 일차적으로 언론사 책임이지만 포털 체제라는 구조도 원인이다.
 
포털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편리한 검색과 손쉬운 접근이라는 민주적 특성이 돋보였다. 정보 다양성과 분권성은 민주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털이 뉴스 유통망을 장악해버린 지금은 포털 자체가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포털 저널리즘은 지금 개인의 뉴스 선택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포털은 뉴스 편집권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접할 뉴스의 범위와 깊이·색채를 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뉴스 선택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자유란 간섭이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선택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주인공 노라가 집을 뛰쳐나간 것은 남편 헬마가 정해 주는 인형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란 선택 범위를 스스로 정할 때 얻어지는 것이다.
 
포털은 지금 뉴스 편집권을 행사해 사람들이 제각기 원하는 뉴스를 볼 선택의 자유를 봉쇄하고 있다. 포털은 엄청난 정보 제공을 통해 선택 감각을 마비시킨다. 지금처럼 뒤죽박죽 상태의 뉴스 제공 방식이라면 개인이 선택할 자유는 제한된다. 포털이 아웃링크를 통해 뉴스를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진국의 포털이 아웃링크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포털의 편집권 행사로 개인의 뉴스 선택 자유가 침해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인 중에서 적지 않은 사람은 포털 뉴스에서 노라가 겪은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순치된 사람은 남고, 불만을 가진 사람은 떠난다. ‘유튜브 난민’은 포털 뉴스에 실망한 행렬이다. 거기도 진흙밭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의 해방감은 있다.
 
포털은 또 우리의 공화정치를 위협하고 있다. 민주적 공화정을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헌법 기구, 그리고 언론 간에 합리적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포털이 언론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뉴스의 권력 견제 및 감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공화주의는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권력이 지배적 통제를 행사하는 정치 체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배적 권력에 대해 다양한 견제 기능이 작동되는 사회다.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조작과 댓글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언론의 권력 감시를 희석하고 있다는 간접증거다.
 
포털의 뉴스 유통망 장악으로 한국의 언론은 심각할 정도로 침체한 상태다. 포털은 나아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화주의를 병들게 하고 있다. 포털의 횡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질식하는 포털 공간의 민주주의를 시급히 살려야 한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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