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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문재인, 엄청 부담스러웠다…특혜 채용? 알아서 판단하길”

문준용 채용 의혹 감사관 추적한 하태경 의원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혜채용 의혹 수사 자료 공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하태경 의원. ’공정과 정의를 앞세우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아들이 특혜 의혹에 휩싸인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끝까지 추적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특혜채용 의혹 수사 자료 공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하태경 의원. ’공정과 정의를 앞세우며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아들이 특혜 의혹에 휩싸인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끝까지 추적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실시했던 노동부 감사관이 “문재인 후보 때문에 엄청 부담스러웠다”고 감사 당시의 정황을 밝히는 한편 특혜 채용 의혹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이) 알아서 판단할 내용”이라고 말했음이 드러났다. (준용씨는 2006년 12월 고용노동부 산하의 고용정보원 일반직 5급 공채에 지원해 합격했다. 당시 고용정보원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청와대 노동비서관이었던 권재철씨였다.)
 

감사관, 민감한 질문 친필로 말 바꿔
검찰, 고용정보원 6명 수사 드러나
의혹 증폭…추가 고발로 진실 규명
준용씨 “짜깁기 문서로 누명 씌워”

이런 사실은 검찰에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된 수사 자료 공개 소송을 제기한 끝에 최종 승소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재선·해운대갑)이 검찰로부터 받은 노동부 감사관 김모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통해 확인됐다.
 
하 의원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준용씨의 특혜 채용과 휴직 과정 의혹을 제기했다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허위사실 공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검찰이 “다수의 신빙성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추론에 근거한 주장”이란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검찰에 수사 기록 공개를 요구했다. 검찰이 불응하자 하 의원은 소송을 제기했고 3심까지 간 법정 다툼 끝에 지난달 대법원은 “공개하면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 의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하 의원이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요구에 따라 2007년 5월 7일부터 3일간 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을 감사했던 노동부 감사관 김모씨가 2017년 4월 20일 서울 남부지검에 임의 출석해 조사받은 내용을 기록한 A4 용지 10쪽짜리 ‘진술 조서’다. 하 의원을 만났다.
 
김 모 감사관이 친필로 말을 바꾼 진술조서.

김 모 감사관이 친필로 말을 바꾼 진술조서.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감사관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나.
“김 감사관은 검찰에 ‘특혜채용이라고 판단할 증거는 없었던 것 같다’고 했지만, 이어서 ‘솔직히 말해 문재인 (대선) 후보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기 때문에 엄청 부담스러웠기도 하였지만’이라고 했다. 권력을 의식해 솜방망이 감사를 했을 개연성을 부인하기 어려운 표현 아닌가.”
 
그 밖에 눈에 띄는 발언은.
“검찰이 ‘(감사)최종보고서도 결론적으론 준용씨 특혜 채용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냐’고 묻자 김 감사관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가 이 문장에 줄을 긋고 옆에 친필로 ‘알아서 판단할 내용입니다’라고 고쳐 쓴 뒤 지장을 찍었다. 김 감사관이 특혜 채용 여부에 대해 ‘아니라고는 못 한다’는 걸 분명히 한 것 아니겠나.”
 
진술 조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검찰이 부실수사한 의혹이 짙다. 우선 준용씨가 응시원서 마감일(2006년 12월 6일) 닷새 뒤인 12월 11일에 원서를 제출하면서 ‘11’에다 작대기를 그어 ‘4’로 보이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또 귀걸이 하고 찍은 사진을 응시원서에 붙인 점, 준용씨가 우편으로 접수했다고 주장한 응시원서가 원서 대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점 등 핵심 의혹들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관에게 ‘특혜 채용이 아닌 것 아니냐’며 유도신문한 정황도 있다.”
 
그밖에 문제점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정부가 정보공개소송 1심에서 패소할 경우 불복하지 말고 수용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검찰은 내가 수사 기록 공개를 요구하자 문 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3심까지 버티면서 1년 10개월 동안이나 공개를 막았다.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내가 2017년 말 수사 기록 공개를 요구하자 그해 12월 12일 내게 거부 입장을 통보했는데 그 통지서엔 ‘문XX가 정보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문맥상 문XX는 문준용씨일 수밖에 없다. 검찰이 준용씨 눈치를 봐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또 준용씨를 의식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을 압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추측을 할 만한 근거가 있나.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SNS 대책을 담당하면서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홍보했던 신모씨가 현 정부 출범 직후 민정수석실에 행정관으로 채용돼 지금까지 2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나 감찰 경험이 없는 홍보 담당자가 민정수석실에 채용된 이유가 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검찰 조사받았던 관계자

검찰 조사받았던 관계자

하 의원은 “이번 정보공개를 통해 특혜 취업 의혹을 밝혀줄 수사 기록을 추가 발견한 것도 수확”이라고 했다. 검찰이 2017년 특혜 취업 의혹 관련 사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권재철 원장(당시)을 비롯해 황모 기획조정실장과 최모 행정지원팀장, 안모 행정지원팀원, 오모 행정지원팀원, 강모 계약직 사원 등 고용정보원 관계자 6명을 조사해 진술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권 원장과 강모 전 사원을 빼면 준용씨 채용 당시 고용정보원의 인사를 담당한 실무진 전원을 검찰이 수사한 셈이다. 하 의원은 “그런데 정작 의혹의 당사자인 준용씨는 수사 대상에서 빠졌으니 부실수사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지난 3월부터 이들의 진술 문서 공개를 요구했으나 검찰은 ‘알려줄 수 없다’며 지금까지 거부해왔다”고 했다.
 
준용씨는 2018년 4월 하 의원 등 취업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인사들에 대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 의원에게는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덕분에 하 의원은 소송당사자로서 검찰의 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 관련 수사 기록에 접근할 권한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하 의원실 관계자는 “남부지검에서 자료 목록 열람 중 검찰의 ‘직수 상황 보고서’를 발견해 고용정보원 관계자들 조사 사실과 명단을 확보했다.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역시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가 고발됐던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5선·안양 동안을) 사건 관련 문서철에 병합돼있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눈길을 끄는 사실이 발견된다. 심재철 의원에 따르면 검찰은 고용정보원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이들 관계자들 중 누구도 원서접수 마감 이후에 (준용씨가 마감 닷새 뒤에) 졸업예정증명서를 보완 받게 됐는지 등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심 의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준용씨가 졸업예정증명서 없는 응시원서를 제출했는데도 고용정보원이 문제를 제기한 흔적이 없고, 응시 마감 5일 뒤에 졸업예정증명서를 냈는데도 받아준 점에 관해서도 설명을 못 하니 ‘특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이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하 의원은 “이에 따라 검찰에 고용정보원 관계자 6인의 진술 문건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라며 “검찰에 취업 특혜 의혹을 전면 재조사하라고 촉구하되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거부하면 2017년 취업 특혜 의혹 관련 사건 재판에 나와 ‘특혜는 없었다’고 증언한 고용정보원 관계자를 위증죄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위증죄는 시효가 10년이다. 심 의원도 “준용씨가 제기한 민사소송 당사자로서 권한에 따라 6인의 진술 문건 공개를 검찰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준용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하 의원의 주장을 연달아 반박했다. 지난달 27일 하 의원이 수사 자료 공개 소송 승소한 사실을 밝히자 “하 의원이 마치 대단한 음모를 밝혀낼 것처럼 큰소리치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국회의원의 권력을 악용해 짜깁기한 문서로 저에게 누명을 씌운 바 있다. 저는 정보 공개 거부를 검찰에 요구한 적이 없다” “심각한 악행이라 생각하며, 책임을 묻기 위해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라 했다. 이어 28일에는 “(하 의원이) 이제 검찰 결정서까지 짜깁기한다. 그 전체를 공개해 뭐라 돼 있나 다 같이 보자. 검찰에 형사기록을 먼저 요청한 것은 우리”라고 주장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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