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권혁재 기자 사진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자줏빛 달이 뜨는 섬, 자월도

 
  
자월도 독바위

자월도 독바위

자월도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게 20여년 전입니다.
묘한 이름에 끌렸습니다.

이름으로 유추하자면 ‘자줏빛 달이 뜨는 섬’인 겁니다.

이름만으로도 고운 그 섬,

언제고 가서 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연안여객선

연안여객선

2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말 드디어 자월도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자월도는 인천 옹진군 속합니다.  
인천에서 뱃길로 50여분가량이니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제야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자월도, 승봉도, 대이작도, 소이작도로 향하는 여객선엔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가을 섬을 찾는 사람이 이리 많을 줄 짐작도 못 했습니다.

 
 
  
 달바위 선착장

달바위 선착장

자월도 달바위 선착장에 내렸습니다.

바다를 건너 온 사람들은 예서 제 갈 길로 흩어집니다.

누구는 펜션으로,

누구는 바다로,

누구는 산으로,

각자의 길로 갑니다.

 
섬에선 서둘 일이 없습니다.

느릿느릿 둘러도 볼 건 다 볼 수 있는 게 섬여행 아닐까요.

그렇게 그들의 느릿한 걸음으로 그들의 길을 갔습니다.

 
 
  
자월면 자월리 해안

자월면 자월리 해안

저도 쉬엄쉬엄 걸었습니다.
해무에 씐 올망졸망한 섬들이 수평선에 아스라이 보입니다.  

바다를 따라 걷는 길,

잠자리도 동행했습니다.
 
 
 
메밀꽃

메밀꽃

길가 언덕배기 밭엔 메밀꽃이 활짝 폈습니다.
하늘거리는 꽃밭에서 희한하게도 윙윙 소리가 납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벌들이 꽃 찾는 소리입니다.

이 가을에 그들은 겨울을 살아 낼 양식을 만들어야 하니
저리도 바쁜 겁니다. 
 
 
 
뚱딴지 꽃

뚱딴지 꽃

걸음걸음마다 노란 꽃이 지천입니다.

사람 키만 한 줄기에 노란 꽃이 하늘거리니 이내 눈에 띕니다.

가서 자세히 보니 뚱딴지 꽃입니다.

 
흔히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말할 때의 그 뚱딴지입니다.

키 큰 줄기 끝에 엉뚱하게 핀 샛노란 꽃,  
그 모습만으로도 뚱딴지같습니다.

 
게다가 땅속에 감자 닮은 열매를 맺습니다.

그래서 돼지감자로도 불립니다.
 
 
  
뚱딴지와 줄점팔랑나비

뚱딴지와 줄점팔랑나비

사람도 홀릴 아름다운 꽃이니 줄점팔랑나비도 꽃에 홀렸나 봅니다.
휴대폰이 다가가도 꿈쩍 안 합니다.

 
  
뚱딴지와 사마귀

뚱딴지와 사마귀

아뿔싸!

꽃에 흘린 다른 나비는 사마귀 먹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 돼지감자가 몸에 이롭다고 알려졌습니다.

눈에 띄면 너나없이 캐가기에 뭍에선 쉽사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자월도엔 숱하디숱합니다.

과연 뚱딴지같습니다.
 
 
 
자월도 산책로

자월도 산책로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뭍의 여느 둘레길과 달리 호젓합니다.

 
 
자월도 장골해변과 독바위

자월도 장골해변과 독바위

섬에 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산에 오릅니다.

섬을 찾은 사람들이 구태여 산에 오르는 이유가 뭘까요?

바다에 들어 산을 찾고,

산에 들어 바다를 보는 우리네 삶이 이러하기 때문일 겁니다.

 
 
 
장골해변에서 본 영흥도

장골해변에서 본 영흥도

밤 해변에 앉았습니다.

먼 영흥도 불빛이 훤하디훤합니다.

저리도 먼 곳에서 밝힌 인공 불빛에 눈에 부십니다.  
하늘의 별빛을 가릴 만큼 밝습니다.

 
 
 
장골해변 하늘

장골해변 하늘

달이 뵈지 않는 그믐입니다.

구름에 든 검붉은 달조차 없는 밤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빛이 없는 하늘이라 별이 더 또렷합니다.

 
그렇습니다.

별은 어디에도 있습니다.

도심의 불빛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별은 어두워야 고스란히 제빛을 냅니다

빛없는 자월도 밤하늘에 제빛을 내는 별이 수두룩합니다.
 
그 별을 휴대폰으로 찍고 싶었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셔터스피드를 30초로 설정했습니다.

먼저 셔터를 누른 후에 모래 위에 가만히 올려두었습니다.

그렇게 30초 동안 휴대폰 렌즈를 통해 맺힌 별빛,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많습니다.

이른바 별천지입니다.

 
 
 
장골해변 아침

장골해변 아침

누군가 아침 해변을 걸었나 봅니다.
맨발 자국이 선명합니다.

그 발자국을 보고 저 또한 신발을 벗었습니다.

폭신합니다.

어쩌면 이리 부드러울까요.
폭신함에 빠져 걷다 보니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장골해변 파도 자국

장골해변 파도 자국

자국은 사람만 남기는 게 아닌가 봅니다.
모래엔 또 다른 자국이 있습니다.

이른바 파도 자국입니다.

밤새 오고 갔을 그들의 자국,

나무가 되고 숲이 되었습니다.

 
 
 
장골해변 파도 자국

장골해변 파도 자국

어떻게든 물길을 내어 바다로 나아갔을
그 고단함이 모래에 아로새겨진 겁니다.

 
 
 
장골해변 파도 자국

장골해변 파도 자국

또 다른 자국을 봅니다.
작은 조가비에도 길을 틀어야 했던 물 자국입니다.

 
그렇게 아로새겨진 문양에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더딘 섬의 시간만큼,

오래도록 머물렀던 시간만큼,
자줏빛 달이 뜨는 자월도가 제 가슴에 자국을 새겼습니다.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이메일 받기를 하시면
기사 업데이트 시 메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