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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생활정치, 386 이념정치에 도전장

어둠 벗어나 비상하는 '포스트386'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 386세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사회의 주류에 진입해 지금 최전성기를 구가하지만 그 밑의 세대는 ‘386의 빛’에 가려 존재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20~30대를 중심으로 한 개혁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80년대식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시대적 정치권 문화를 청산하자는 움직임이다.
 

[386의 나라 대한민국]
취준생보호법 등 정책 발의
생활 속 민주화 이슈에 강점

2030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
“소속 정당 달라도 정책 의기투합”

“청년 정치란 말 자체가 청년 차별
청년위원장 등 생색만 내선 안 돼”

“부장·임원 거쳐 사장 되듯
청년이 의원으로 클 시스템을”

2016년 청년정책 싱크탱크를 표방해 20~30대 청년 11명이 모여 결성한 ‘청년정치크루’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상 속 정치’를 모토로 생활밀착형 정책을 고안·발표한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소속 정당을 달리하면서도 기성 정치권과 청년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한다.
 

'호통 청년'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정치권과 청년 세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하며 청년 맞춤형 정책을 생산하는 청년 정치인이다. 임현동 기자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정치권과 청년 세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하며 청년 맞춤형 정책을 생산하는 청년 정치인이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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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크루를 이끄는 이동수(31) 대표는 ‘호통 청년’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2017년 6월 충북 단양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현직 의원들에게 “제 주변에 멀쩡한 생각을 가진 청년들 중에 자유한국당 지지자는 한 명도 없다”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또 “자유한국당은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가치도, 콘텐츠도 없다”며 청년의 현실과 괴리된 정치권의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지난 3년간 청년정치크루는 청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책을 만들고 법안 발의를 이끌며 활동 반경을 넓혀 왔다. 2017년 청년 맞춤형 정책 발표 행사인 ‘정책 쇼케이스’를 통해 취업준비생보호법과 취업사기방지법을 발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취준생보호법의 경우 “각 기업은 입사 지원서를 낸 불합격자에게도 관련 내용을 반드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20~30대 취업 준비생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민의 어려움을 정책적으로 해소하는 것인데 지금 정치권에선 이같은 기능이 실종됐다”며 “심지어 정책이 복잡하고 이마저도 당의 이권에 이끌려다니다 보니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정치 혐오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 정치권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청년 정치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 정치인을 기성 정치인과 분리해 청년위원장·청년대변인 등의 자리를 만드는 생색만 낼게 아니라 청년들이 클 수 있는 정치 토양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청년들에게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라고 하는 건 길 가는 청년에게 ‘우리 회사 사장 지원해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사장이 되려면 사원부터 시작해 부장·임원을 거쳐야 하듯 정치권에서도 청년 정치인이 일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30대 담론 모색하는 '청년담론' 

지난 10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에서 탐사보도팀과 인터뷰를 하는 청년담론 김창인(오른쪽),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 임현동 기자

지난 10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에서 탐사보도팀과 인터뷰를 하는 청년담론 김창인(오른쪽), 청년정치크루 이동수 대표. 임현동 기자

청년 세대를 위한 아젠다를 형성하고 실행에 옮기는 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2017년 출범한 청년지식공동체 ‘청년담론’은 40여명이 회원이 모여 함께 공부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공론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세미나와 팟캐스트 방송 등을 통해 기성 정치권의 슬로건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원하는 담론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서울 공덕동 경의선 공유지에서 ‘이상한 대학’이라는 이름의 대안대학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대학 입시와 교육 문제에 대한 단순 비판을 넘어 실제 청년들이 모여 대학을 설립·운영해보자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것이다.
 
김창인(29) 청년담론 대표는 2030세대가 성장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조직의 부재’를 꼽았다. 386세대는 전대협, 그 직후 세대는 한총련 등을 통해 조직적 영향력을 키워온 반면 지금의 2030대는 자신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나 네트워크가 부족하단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의 청년 세대가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선 기성 세대가 장악한 정치 조직에 편입되는 방법 뿐”이라며 “청년들이 독립·자립할 수 있는 정치공간을 아래서부터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정치'라는 단어 자체가 굴레" 

지난해 12월 전국청년위원회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함께한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전국청년위원회 출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함께한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 [연합뉴스]

기성 정치권 속 청년 정치인들도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경태(36)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대학생정책자문단·대학생특별위원회·전국청년위원회·서울특별시당 등을 거쳐 지난해 전국청년위원장 자리에 오른 잔뼈 굵은 청년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권에서 2030세대가 성장하기 위해선 ‘청년 정치’라는 단어로 청년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문화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정치란 단어 자체가 기성 정치권과 분리해 마이너리그화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 후보였던 장 위원장에게 당선권 밖인 24번을 배정해 ‘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장 위원장은 “2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31세에 총선에 출마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청년 정치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386세대 본인들은 30대부터 국회의원이 되고 권력을 쥐었단 사실을 망각한 채 선거에 출마하려는 30대에게 ‘너는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으니 양보하라’고 찍어 누르는 것은 권력에 취한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에 쓴소리하는 '보수 청년' 

지난해 11월 당시 자유한국당 청년특별위원회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정현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당시 자유한국당 청년특별위원회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선 정현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연합뉴스]

정현호 내일을위한오늘 대표는 야권의 청년정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2018년엔 한국당 비대위원을 맡아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는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는 황교안 전 총리를 향해 작심발언을 날려 주목받았다.
 
당시 황 전 총리는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전당대회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게 정 대표의 주장이었다. 정 대표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해야 책임당원이 되는 규정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나는 다르다, 나는 예외다’라는 것이 바로 특권”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은 늘 외부의 유행에 뒤쳐진 채 이념 논쟁에만 매 달리다보니 앞서가는 생각과 지혜를 흡수하지 못한다”며 “갈등과 분열을 촉매로 이권을 다투는 정치 싸움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20대 젊은 청년대변인  

강민진 대변인은 24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의당 청년 대변인 자리에 올랐다. [정의당 제공]

강민진 대변인은 24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의당 청년 대변인 자리에 올랐다. [정의당 제공]

성균관대 4학년인 강민진 정의당 청년대변인은 지난 8월 24세의 ‘젊은 피’로 수혈됐다. 그는 임명 당시 “기존 청년 담론에서 배제된 청소년, 대학에 비진학한 청년들, 지방 사는 청년 이야기를 많이 듣겠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청년 정치인의 가장 큰 강점으로 ‘생활 속 민주화 이슈’에 강하단 점을 꼽았다. 국회의원 대다수가 50대 이상의 남성인 탓에 여성들과 젊은 층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386세대가 청년일 때 대의가 ‘민주화’였다면 지금의 대의는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생활 민주화’라는 점을 기성 정치인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로 현재 정치권의 노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20대 총선 기준 19~39세 유권자 비율은 35.6%인데 이들을 대표하는 19~39세 당선인은 전체 의석 수의1.0%(3석)에 불과했다. 덴마크에서 40대 이하 의원 비율이 41.3%에 달하는 것과 상반된다. 한국의 청년 국회의원(39세 이하) 비율은 독일(17.6%), 일본(8.4%), 미국(6.7%), 중국(5.6%)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다. 국제의회연맹(IPU)은 “청년층의 발언권 확대는 민주주의의 긍정적 확장으로 이어지는만큼 젊은 선출직 정치인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현일훈·손국희·정진우·문현경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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