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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례 화성 연쇄살인 사건, 모두 이씨 짓?…DNA 분석이 절대적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모두 10차례 발생했다. 이 중 1988년 9월 발생한 8차 사건만 진범인 윤모(당시 22세)가 붙잡히면서 '모방범죄'로 결론났다. 나머지 9건은 미제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33년 만에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됐다. 1994년 처제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이모(56)씨다. 
그렇다면 이씨는 9차례 범행을 모두 저질렀을까?. 
1987년 1월 경기도 화성에서 5차 사건 현장을 살피는 경찰.[연합뉴스]

1987년 1월 경기도 화성에서 5차 사건 현장을 살피는 경찰.[연합뉴스]

 

착용한 의류 등으로 범행…동일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의 분석 결과 이씨의 DNA가 검출된 것은 5차, 7차, 9차 관련 증거물이다. 세 사건은 범행 수법과 발생 장소 등이 유사하다. 
1987년 1월 논둑에서 발견된 5차 사건의 피해자는 입엔 양말로 재갈을 물렸고 양손은 블라우스로 결박한 상태였다.
1988년 9월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된 7차 사건 피해자와 1990년 11월 발생한 9차 사건 피해자도 입에는 재갈을 물렸고 블라우스와 스타킹으로 결박됐다.
세 사람 모두 털목도리와 블라우스 등 당시 착용하고 있던 의류 등으로 목이 졸렸다. 5차와 7차 사건의 경우 옷을 벗겼다 다시 입힌 흔적이 발견됐고 9차는 옷으로 시신을 덮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화성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수법은 다른 범행에서도 보인다. 3차, 4차 사건도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옷 등으로 재갈을 물렸고 결박했다. 이들 사건을 비롯해 6차, 10차 사건 사건은 피해자가 입거나 가지고 있던 물품으로 목이 졸렸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연쇄살인범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냉각기를 갖지만,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성범죄는 강도와 달리 감정적·심리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참기가 어려운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1986년 발생한 화성 연쇄 강간 사건 7건과 미수 사건 1건도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의류 등으로 결박했다는 점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씨의 화성집에서 7~10㎞ 떨어진 수원시 화서역에서 1987년 12월 발생한 첫 번째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도 피해자의 속옷과 스타킹이 범행도구가 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범행 수법이나 피해자의 물품을 사용하는 인증(signature·범인 특유의 요소나 개인적 충동) 행위 등으로 봤을 때 동일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군대에서 전역한 1986년부터 처제를 살해한 1994년 1월까지 수원·화성·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성폭력·살인 미제 사건과 이씨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다.  
 

다른 범행 수범, 공범·다른 용의자 가능성도

하지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모든 범행 수법이 동일한 것만은 아니다. 1986년 9월 발생한 1차 사건은 피해자의 하의가 벗겨져 다리를 X자로 꺾인 채 발견됐다. 2차 사건은 흉기로 살해됐다. 두 사건은 재갈이나 결박도 없었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6차 사건과 10차 사건은 피해자의 물건으로 살해됐지만, 재갈이나 결박은 없었다. 1차, 2차, 4차, 10차 범행에선 피해자들의 현금 등 금품이 없어지기도 했다. 
 
특히 사건이 주로 발생한 화성군 태안읍은 당시 공장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근로자 등 외지인들의 방문도 많았다. 이 사건을 오래 취재한 박두호 전 연합뉴스 경기취재본부장은 "당시 화성에서 여성이 살해되면 연쇄 살인 리스트에 추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범행 수법이 다른 범행도 있어서 이씨가 모든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경찰이 당시 만든 수배 전단에서도 이 씨와 다른 부분이 있다. 이 수배 전단은 진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공격을 받았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면한 여성과 그를 태운 버스 운전기사 등의 진술을 토대로 작성됐다. 여기에 적힌 용의자의 특성엔 '나이가 24∼27세가량이고 머리 스타일은 스포츠형이며 보통 체격에 코가 우뚝하고 눈매가 날카롭고 갸름한 얼굴'이라고 적혀있다. 키는 165∼170㎝가량인데 평소 구부정한 모습이라는 정보도 담겼다.
 
또 왼손에 검은색 전자 손목시계를 차고 있고 시계 아래 팔목 부분에 문신이 있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봉숭아 물이 들었고 같은 손 둘째 손가락에는 물린 듯한 흉터가 있다는 목격자 진술도 실렸다. 그러나 이씨의 왼쪽 팔목엔 문신이 없다고 한다. 수감 중 문신을 지운 기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DNA 분석 틀릴 확률, 10의 23제곱분의 1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5차, 7차, 9차 관련 증거물에서 이씨의 DNA가 나오자 추가 조사에 나섰다. 이씨가 나머지 사건도 모두 저질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사건의 증거물도 국과수로 보내 DNA 분석 검사를 하고 있다. 현재 4차 사건에 대한 증거물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모습[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조사를 받는 모습[연합뉴스]

경찰은 5차·7차·9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사실상 이씨가 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DNA가 일치하는데 동일인이 아닐 확률은 10에 23 제곱분의 1의 확률에 불과하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9명을 투입해 부산교도소에 있는 이씨의 자백을 끌어내고 있다. 또 당시 이씨를 목격한 목격자들도 다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일부 목격자는 사망했지만 7차 사건 목격자였던 버스안내양과 9차 사건 목격자인 남성은 생존해 있다.
경찰은 법 최면 전문가 2명을 투입해 당시 용의자를 목격한 버스안내양을 조사했다. 이 버스안내양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옷이 젖은 남성이 현장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키 170㎝ 정도의 갸름한 얼굴의 20대"라고 과거와 유사한 진술을 했다고 한다. 경찰은 다른 목격자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물론 유사 범죄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최종권·진창일·심석용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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