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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총리가 ‘조국 봐주기 수사’ 종용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메시지’라며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메시지 앞부분에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입장은 검찰의 조 장관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경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공식 메시지로 의견을 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수사력 절제” 주문 시기적으로 부적절
‘적폐’ 수사 때 사람 죽어도 안 한 대응
총리의 “여성만 둘” 언급은 검찰에 모독

문 대통령 메시지는 원론적 차원에서는 맞는 말이다. ‘엄정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검찰권 행사’에 반대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검찰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현직 법무장관을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나 여당이 조금이라도 수사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결과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수사에 대한 ‘권력 개입’이 생기면 곧바로 질책하고 바로잡아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검찰을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2년여의 집권 기간 동안 검찰권 남용 위험을 지적하지 않았다. 이번이 처음이다. ‘적폐’ 수사를 받던 국가정보원 파견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4성 장군이 기소된 뒤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도 일언반구 없었다. 만약 그 당시 대통령이 ‘인권을 존중하는 수사’를 거론했다면 이번 메시지가 검찰 견제용이라는 의심을 덜 받았을 것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이니 국민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적폐’ 수사와 비교하면 지금의 조 장관 수사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수사팀은 조 장관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다. 수사 브리핑도 일절 없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하라”고 주문했다. ‘전 검찰력’이라는 표현에 검찰이 수사에 과도하게 임하고 있다는 비판의 뉘앙스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격하게 수사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윤 총장은 지금 대통령 뜻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인가.
 
이낙연 국무총리도 “여성만 두 분 계신 집에서 많은 남성들이 11시간 동안 뒤지고 식사를 배달해서 먹고 하는 것들은 아무리 봐도 과도했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 집 압수수색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은 ‘팩트’가 틀렸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변호인(남성)이 현장에 있었다. 장시간이 소요된 것도 변호인이 일일이 압수수색 대상 여부를 확인, 제지했기 때문이다. 식사를 배달해 먹은 것도 “안 먹으면 우리도 못 먹는다”는 정 교수의 뜻을 따른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떠나서 이 총리의 주장은 그 자체로 비상식적이다. 여성이 있는 집에 압수수색을 할 때는 남성이 있는 집과 달리하라는 말인가. 적법 절차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는 검사와 수사관을 도대체 어떻게 여기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행정부를 관장하는 총리가 법집행에 나선 이 나라 공무원을 치한 정도로 여긴다는 뜻인가.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한 집권 세력이 연일 검찰을 무도한 집단으로 몰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속 보이는 프레임 짜기 행동으로 국민을 현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자신들과 "무조건 지지”를 외치는 이들을 점점 더 깊이 수렁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행태다. 윤 총장은 대통령 메시지 발표 직후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게 국민의 간절한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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