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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직접, 가까이서 듣는 게 먼저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박신홍 정치에디터

지난 주말 서울 광진구청에서 열린 청년연설대전(부제: 청년이 꿈꾸는 세상)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올해가 1회로 내년부터는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다. 요즘 20대들은 과연 어떤 얘길 할까, 호기심이 크게 일어 심사위원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석기시대 돌 부족해 끝난 게 아냐
늦기 전에 2030 경고 귀 기울여야

솔직히 깜짝 놀랐다.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나의 피상적 인식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그래도 나름 기성세대치고는 그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싶었는데 그게 얼마나 좁은 시야와 얕은 선입견에 불과했는지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제도 살기 힘들다, 어른들은 왜 그러냐, 이럴 줄 알았는데 웬걸. 청소년의 성, 꿈과 행복, 게임과 직업 등 틀에 박힘 없이 다양했고 논리적인 전개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우리 세대는 저 나이에 결코 저 정도의 내공을 갖추지 못했다. 그들 말대로 ‘꼰대’ 세대인 내가 그들을 ‘심사’한다는 게 참 어쭙잖다 싶을 정도였다.
 
이날의 소감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페친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요즘 아이들 말하는 거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더라” “교사로서 아이들과 간격이 넓은 것 같아 고민이다” “언제까지 케케묵은 좌우 패러다임에 그들을 가둬둘 거냐” 등등. 단언컨대 국회의원이나 교수들 토론회보다 100배는 더 유익한 자리였다. 나도 다 안다며, 우리도 저 나이엔 철이 없었다며 청년들 생각을 지레 재단해버리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관념적·주관적 시각과 이날 현장에서 체감한 그들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결국 청년 문제에서도 중요한 것은 직접, 최대한 많이, 될 수 있는 한 가까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들으려면 몸을 낮추고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법. 세상사가 늘 그렇듯 그게 기본이었다. 책상머리에서는 세상을 볼 수 없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려면 그들 곁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하다.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에서 “세계 정상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우리를 이해한다면서도 정작 행동은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 아니겠나.
 
정치권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 모시기에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출마자에게 최대 25%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고 이에 질세라 자유한국당은 최대 40%까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2016년 총선 때도 청년 우대 운운했지만 청년 비례대표 후보마저 당선권 밖으로 밀린 게 엄연한 현실이었다. 유권자도 19~39세가 전체의 35.7%를 차지했지만 현역 의원은 단 세 명으로 300명 중 1%에 불과했다. 지역구에도 70명이 출마했지만 당선자는 한 명뿐이었다.
 
1%가 36%를 대변하는 기형적 구조가 21대 총선에선 바뀔 수 있을까.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게 아니다. 돌은 여전히 사방에 널려 있었지만 더욱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도구가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기성세대 정치인들이 지금처럼 사생결단식 정쟁에만 매몰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어느 순간 석기시대 말기의 돌 신세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90년대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신간 『공정하지 않다』에서 저자는 한국의 2030세대를 행동할 준비가 돼 있는 세대로 정의한 뒤 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앞으론 권력을 잡을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한다. 청년을 구색 맞추기용 액세서리 취급하고, 오로지 자신의 당선에만 급급하며, 의원이 된 뒤엔 유권자들 목소리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 수많은 꼰대 정치인들을 향한 엄중한 경고다. 돌 취급받고 싶지 않다고? 그럼 지금이라도 직접,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여 보라.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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