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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초동대응 급한데, 시료 280㎞ 밖 김천에 보내 판정

지난 26일 오전 8시 30분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용암리에 있는 한 양돈농장의 농장주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신고 전화(1588-9060)를 걸었다. “임돈(임신한 돼지) 한 마리가 폐사했다”고 했다. 이날 신고는 오후 9시 30분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발표(ASF 음성)로 마무리됐다. 양주 일대 67개 양돈농장(8만8000여 마리 사육)은 이날 13시간 동안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의심 신고 접수가 되면 판정이 나올 때까지 농장 일대의 사람, 가축, 차량은 이동할 수 없도록 이동이 통제된다.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린다. 박갑수 양주시 농업기술센터 축산과장은 “음성이든 양성이든 어떤 판정이 나올 때까지 온통 행정력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최종 판정 결과를 마음 졸이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성 판정이 나는 순간 농가 주변 3㎞ 이내에서 사육 중인 돼지는 모두 살처분된다. 이동 통제 시간도 연장된다.
 

양주 의심신고 후 판정까지 13시간
차량 대신 헬기로 보내 단축했지만
“시료 이동 시간 길어 비효율적” 비판

경기도 시험소서 음성 판정 나도
검역 본부서 뒤집히는 경우 있어
지자체·본부 빠른 판정 협력 필요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ASF가 경기도 파주·연천·강화 등에서 퍼지고 있다. 의심 신고는 앞으로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ASF 확산을 막기 위해선 신속한 대처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신고로부터 판정까지 이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양주시 사례를 바탕으로 신고부터 음성 판정까지 13시간을 따져봤다.
 
이날 의심 신고가 접수된 양주시 용암리 농장엔 경기도 가축방역관과 시료 채취 반이 소독장비 등을 갖추고 출동했다. 방역관의 지도 하에 죽은 돼지에서 채취한 시료는 혈액과 림프샘·비장·간·편도 등의 조직이다. 가축방역관 등의 도착과 시료 채취가 완료되는 데 소요 시간은 3시간 이내. 방역관과 채취 반은 혈액은 실온 상태로, 돼지 조직 등의 시료는 아이스박스에 넣어 포장했다. 그런 다음 차에 실어 낮 1시 30분쯤 양주군의 군부대에 대기 중인 헬기에 실었다. 시료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있는 경북 김천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검역본부는 ASF 확진 여부를 판정하는 기관이다.
 
양주시에 있는 군부대 헬기장과 경북 김천의 검역본부까지 거리는 280㎞. 차로 가면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러한 이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군 헬기나 소방헬기가 동원되고 있다.
 
국내 최초 확진 판정이 난 지난 17일 이전만 하더라도 의심 신고가 들어온 양돈 농장에서 채취된 시료는 차에 실려 김천에 있는 검역본부로 이동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갑)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파주(16일·20일)·김포(23일) 의심 신고의 경우 신고부터 확진 여부 판정까지 12시간 30분~16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차량 이동 시간만 4시간 가까이 돼 ASF에 대한 초동 대응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런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헬기를 투입해 시료 이송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이날 양주시 용암리 농장의 죽은 돼지 시료를 실은 헬기는 경북 김천 어모면에 있는 군부대 헬기장에 오후 2시 30분쯤 착륙했다. 차를 이용했다면 3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를 1시간 이내에 간 것이다. 평소 이곳에서는 산불 진압용 헬기가 이착륙했으나 요즘엔 경기도 북부에서 날아오는 헬기로 분주하다.
 
어모면 헬기장에서 검역본부까지 거리는 다시 차로 15분. 검역본부 연구동에 시료가 도착하면 곧바로 분석이 이뤄진다. 현재 ASF 분석팀은 총 4명인데 이들은 의심 신고가 들어온 시료를 놓고 유전자검사(PCR)와 항체 검사를 진행한다. 시료 도착부터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6시간이다. 강해은 검역본부 해외전염병과장은 “유전자검사를 위해 시료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이를 증폭해야 하는데 유전자 증폭에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후 판정 결과는 곧바로 농식품부에 보고되고, 언론에 공표된다.
 
시료 채취 3시간과 실험실 분석 6시간 등 9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4시간은 주로 시료 이동과 관련된 시간이다. 그렇다면 의심 신고 현장에서 채취된 시료는 모두 김천까지 가야 할까. 죽은 돼지의 혈청에 섞여 있는 특이항체를 검사하는 효소면역법 (Enzyme Linked Immunosorbent Assay, ELISA) 진단키트는 전국 시·도의 동물위생시험소에 있다. 지자체들은 ELISA 진단키트를 활용할 수 있고 일부는 PCR 검사를 할 수도 있다. 경기도 방역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 북부와 남부에 각각 동물위생시험소가 있고 그곳에서 PCR을 할 수 있지만, 최종 판정은 검역본부가 한다”며 “시험소가 양성판정을 내리면 검역본부에 가서도 거의 100% 양성판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다. 시험소의 음성 판정이 간혹 양성으로 뒤바뀔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조호성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최종 확진 판정을 내리는 검역본부 실험실의 생물안전등급(BSL)이 레벨 3이며, 지자체의 시험소는 레벨 2여서 둘 간엔 차이가 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검역본부와 지자체가 빠른 판정이 나올 수 있도록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심 신고는 경기도에 집중돼 있어서다. 
 
PCR(중합효소연쇄반응, Polymerase Chain Reaction)
극소량의 유전자를 증폭시켜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분자생물학 기법.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피 한 방울, 머리카락 한 가닥만 있어도 여기서 추출한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건 PCR 덕분이다. 폐사한 돼지의 혈액이나 조직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증폭해 ASF 바이러스 검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BSL(생물안전등급, Biological Safety Level)
감염 위험도가 높은 미생물을 연구 실험할 수 있는 시설 등급 기준. 등급은 1~4등급이며, 등급이 높을수록 위험도가 높은 미생물을 다룰 수 있다. 레벨 3은 사람이나 동물에 병을 일으킬 수 있으나 사람끼리 전염이 잘 안 되고 치료가 쉬운 미생물을 다룰 수 있는 실험실 안전등급을 말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ASF 확진 판정을 하는 실험실은 레벨 3에 해당한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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