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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3루에 선 주자는 3루타를 쳤나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어떤 선수는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신이 3루타를 친 줄 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리브스가 『20 vs 80의 사회』(원제는 ‘Dream Hoarders’) 라는 책에서 언급한 문장입니다. 그는 미국의 중상류층이 자신과 자식의 성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 말로 압축했습니다. 
 
그들은 본인의 재능과 노력 덕분에 성공이라는 트로피를 치켜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리브스는 이를 뒤틀었습니다. 3루 주자는 외야 깊은 곳에 떨어지는 안타를 친 뒤 달려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3루에 서 있었다는 것이죠. 능력보다는 배경이 더 중요하게 작동하는 사회가 미국이라고 리브스는 주장합니다. 
  
제가 리브스의 주장을 언급한 것은‘조국 대전’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의 하나를 꺼내고 싶어서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극한 대치의 포연은 언젠가는 걷힐 겁니다. 조 장관이 물러나거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물러서거나, 둘이 함께 퇴진하거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와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뉴스1]

검은 연기가 사라진 뒤 남는 건 ‘합법적 불평등’이라는 담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합법적 불평등의 구조화는 단단한 벽으로 솟았습니다. 부를 대물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입니다. 교육을 통한 지위 상승 욕망과 능력주의 숭배를 탓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합법적 세습의 기회가 한쪽으로 쏠린 구조입니다. 조국 장관의 딸이나 나경원 대표의 아들처럼 부모의 네트워크를 통해 의대 실험에 참여하고 영어로 논문 또는 포스터를 쓰는 데 기여했다고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서민들은 이런 방법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런 교묘한 방식으로 기득권층은 입시ㆍ학벌 전쟁의 승자가 되고 결과적으로 부를 움켜쥐는 구조가 고착화한다면 그 사회, 어떻게 되겠습니까.  
 
능력을 겨루는 시장 경쟁은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능력을 키울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문화 자본력이 합법이란 테두리 안에서 ‘꿈 사재기’를 한다면 사회의 발전과 구성원의 상생은 요원할 뿐입니다. 출발선에 같이 서지 못하고 발이 진흙에 빠져 휘청거리는 청년들을 ‘능력’이라는 단어로 재단하는 게 공정의 가치일까요.  
  
우선 대학 입시에서부터 진일보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일부에서는 부모의 사회 경제적 자본이 영향을 미치는 학생부 종합전형 등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정시 비중을 높이라고 주장합니다. 유은혜 교육 부총리는 학종의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단견 같습니다.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면 결국 시험 성적으로만 경쟁해야 하므로 과거로 돌아가는 퇴행이 될 수 있습니다.
 
리브스는 시카고 지역 대학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가난한 지역 학생에게는 더 낮은 커트라인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의 브리스톨대는 등급이 하위 40%에 속하는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에게는 입학자격을 낮춰 줍니다. 이런 해법이 맞는다는 게 아닙니다.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삶의 궤적이 사실상 100% 좌우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의 2013년 프린스턴대 졸업 연설을 인용하겠습니다.
“우리는 능력 중심 조직과 사회가 공정하다고 교육받아 왔습니다. 절대적으로 공정할까요? 능력주의는 타고난 건강과 재능, 집안의 정서적 경제적 지원을 포함한 수많은 측면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을 위한 시스템입니다. 윤리적 기준에서 공정하다고 여겨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운이 좋은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세상의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자신의 운을 타인과 나누는 책임을 지는 겁니다.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은 책임을 진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누가복음)”  
 
3루까지 가려면 우선은 선수가 타석에 서야 합니다. 어떤 선수가 타석이 아니라 3루에서 시작하겠다고 하면 야구가 아니죠.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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