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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궁지 몰린 트럼프에 선공 날린 북한 "선 핵포기는 착각"

김계관 고문 [연합뉴스]

김계관 고문 [연합뉴스]

탄핵 제기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한이 27일 "선 핵포기는 착각"이라며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맞자 북한이 치고나오는 선제공격으로 양보를 요구한 모양새다. 
 

김계관 고문 명의 담화 "트럼프 결단력" 띄우기
실제 요구는 "연합훈련 중단하고 제재완화하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이날 본인 명의로 담화를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전임자들과 다른 정치적 감각과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로서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에 기대를 걸고 싶다”고 말 그대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표현은 '트럼프 띄우기'였지만 내용은 '압박성 요구'였다. 김계관은 “앞으로의 수뇌회담(3차 북ㆍ미 정상회담) 전망은 밝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하여 전혀 해놓은 것이 없으며 오히려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관계를 퇴보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아직도 워싱톤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 핵포기’ 주장이 살아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나는 또 한 차례의 조미 수뇌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 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김계관의 담화는 '선핵포기'는 없으며,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트럼프 정부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대북 제재 완화 조치를 들고나와야 한다는 논리다. 
 
이날 김계관 담화는 이달 들어 세 차례 담화를 통해 “실무협상을 기대하고 있다”던 북한의 발표와는 사뭇 다르다. 실무협상을 앞두고 불만을 드러내는 기선잡기용 경고일 수 있다. 양측이 실무협상의 의제와 장소, 시기를 논의하는 와중에 뭔가 꼬여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실무협상 개최가 다음 달로 미뤄지게 됐다고 밝힌 직후 이런 담화가 나온 것도 뭔가 마뜩치 않다는 내색인 셈이다. 북·미 간에 꼬여 있는 그 '무엇'은 김계관 담화로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담화에서 요구했던 대북 제재완화를 놓고 북·미 간에 평행선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는 이번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탄핵 드라이브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등장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국면 전환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을 원한다면 대북제재 완화와 같은 '새로운 셈법'을 들고나오라는 북한식 화법으로 풀이된다. 
 
단 북한은 이날 직접 협상에 나서는 당국자가 아니라 ‘고문’을 동원해 트럼프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책임 있는 당국자 또는 기관의 이름으로 담화를 내곤 한다”며 “고문이란 직책으로 담화가 나온 건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해 5월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난하며 회담이 깨질 수 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하지 말자고 응수했다”며 “이걸 기억하는 북한은 회담 당사자를 내세울 경우 회담이 깨질 수 있다고 여겨 김 고문(당시 제1부상)을 내세웠을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북한이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면서도 회담을 깨려는 의도 보다는 실무 협상에 뭔가를 가져나오라는 쪽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담화는 정상회담을 안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선 이런 걸 해야 한다는 주문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파문으로 궁지에 몰리자 공세의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라며 “북한은 상대가 약할 때 집중 공략하는 빨치산식 전략을 즐기는데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어려움을 겪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들에게 양보하면 비핵화로 돌파구를 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더욱 코너에 몰릴 수 있으니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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