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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우리부부는 어디쯤 머물고 있나요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58) 

아내를 향한 남편의 오해가 풀리지 않자 아내는 답답하고 황당한 노릇이었다. [사진 photoAC]

아내를 향한 남편의 오해가 풀리지 않자 아내는 답답하고 황당한 노릇이었다. [사진 photoAC]

 
시청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토크쇼에 출연한 한 부부의 사연이 한동안 SNS상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내를 야한 동영상 속 여자라고 의심하는 남편이 출연해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하였죠. 고민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한 아내는 "20년 간 남편과 연애했는데 저를 의심해서 정말 황당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남편은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영상을 실제로 봤는데 아내와 너무 똑같다”라고 했죠. 이어 남편은 "처음엔 저도 아내에게 장난으로 이야기했는데, 아내가 너무 강하게 화를 내고 부정을 하니까 그렇다고 생각되더라. 지금은 그냥 그 영상 속 여자가 아내라고 믿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만약 찍었다면 결혼 전에 찍었을 거다. 결혼 전에 잠깐 아내랑 헤어져 있었던 적도 있었으니, 찍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남편의 말에 아내는 여러 이유를 말하며 항변했지만, 남편은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어 보였습니다. 자기 생각을 확신한다는 투의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내는 "술만 마시면 저에게 늘 정말 똑같다. 거짓말하는 게 더 나쁘니까 솔직히 얘기하라며 저를 완전히 오해한다”고 말하며 힘들어했죠.
 
물론 방송 말미에는 아내의 결백을 남편이 받아들이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부부 사이야 두 사람만 알 수 있지만, 그 후로도 인터넷상에서 많은 사람이 고민 사연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으면서 자신을 괴롭힙니다. 아내는 사실이 아닌 것을 항변하려니 지쳐갑니다. 방송에서의 사연처럼 극단적인 오해는 아니겠지만 살다 보면 한 번쯤 아내나 남편 사이의 오해를 사실로 믿으며 냉정이 길어지는 시기가 오기도 하죠.
 
상대방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보다는 화를 내는 상황이 반복되면 관계가 악화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오해의 사안이 심각하다고 여겨질수록 입을 열어 수면에 올리기 힘들기도 하죠. 그러는 사이 오해는 사실로 굳어집니다. 훼손된 부부의 신뢰는 이혼 사례로 자주 등장합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한 장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한 장면.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습니다. 결혼 초기 부부는 열정과 냉정 사이를 짧은 간격으로 오가다 서서히 그 간격이 멀어집니다. 긴 부부생활에서 서로 지치지 않도록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지점을 찾아가게 되죠.
 
긍정적으로는 서로에게 익숙해짐의 의미일 겁니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이해하고 적당히 내려놓는 부분들이 생기죠. 부정적으로는 서로에게 무심해지는 겁니다. 표면적인 부부 사이만 유지될 뿐 관계라는 단어조차 어색한 사이가 됩니다.
 
갈등이 반복되며 문제가 깊어진 부부는 말합니다.
"이게 다 남편 때문이에요”
"이게 다 아내 때문입니다”
하지만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관계는 좋아지기 힘듭니다.
 
탤런트 김수로 씨는 결혼 후 아내와의 약속을 정했다고 합니다. 12시 전에는 무조건 귀가한다는 약속이었죠.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혼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12시가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동료들과 술 한 잔 기울이다 보면 훌쩍 지나치는 시간이기도 하죠.
 
연애 13년에 결혼생활도 10년이 훌쩍 넘은 그이기에 조금 늦게 들어와도 이해해주지 않느냐며 누군가 질문합니다. 그러자 김수로 씨는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제가 지키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답하죠.
 
그 말에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나는 남편의 이해를 받는 것에 감사해 하면서 어느 순간 그 이해를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을까. 결혼 초의 크고 작은 약속들을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괜찮겠지 하며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이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죠.
 
남녀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를 소개한다. 서로를 평가하는 것에 따라 관계의 차이가 나타난다. [사진 pixabay]

남녀관계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를 소개한다. 서로를 평가하는 것에 따라 관계의 차이가 나타난다. [사진 pixabay]

 
얼마 전 읽었던 남녀관계에 관한 연구를 소개해 봅니다. 연구자는 먼저 연애 중인 105명의 사람을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죠. 22가지 성격특성에 관한 설문지를 주고 스스로 맞는 설명을 고르게 했습니다.
 
다음에는 똑같은 내용의 설문지를 실험 참가자의 연인에게 나눠 주고 당신의 연인은 어떤 사람인지, 실험 참가자에 대해 평가해 달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머레이 교수는 똑같은 설문지를 실험 참가자의 친구에게도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같은 내용의 설문지를 실험참가자 본인과 그의 연인, 친구까지 세 사람이 각각 평가한 것이죠.
 
그 결과를 분석해보니 행복한 커플과 불행한 커플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합니다. 불행한 커플의 경우 본인과 친구의 경우보다 연인의 평가 결과가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행복한 커플의 경우는 반대였죠. 실험 참가자의 연인이 실험 참가자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강점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들조차 상대의 장점으로 꼽고 있었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한 상대에 대해 “더욱 따듯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라고 말합니다. 집요하고 완고해 보이는 배우자에 대해 “그 사람의 굳은 신념이 좋아요. 부부관계가 돈독해지는 데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하기도 합니다.
 
연인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 상대를 좋게 보려는 태도는 다투는 과정에서 더 빛을 발하게 되겠죠. 물론 언성이 높아지는 순간은 있겠지만, 그 순간을 서로를 더 이해할 좋은 기회로 생각할 겁니다.
 
이러한 연구내용을 담은 산드라 머레이 박사의 논문 제목은 바로 'What the Motivated Mind Sees’, 즉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뜻이었습니다. 나는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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