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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고 조선이고 난 모르겠어" 오페라'1945'가 보인 연민

오페라 '1945'의 분이는 위안소에서 함께 나온 일본인 미즈코를 돕고 돌본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1945'의 분이는 위안소에서 함께 나온 일본인 미즈코를 돕고 돌본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일본 사람 밉다고 한 데 싸잡아 죄다 씨를 말리자고 들 수야 있나.”

27ㆍ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27ㆍ28일 공연하는 오페라 ‘1945’ 4막에 나오는 대사다. 작품은 26일 리허설에서 처음 공개됐다.

 
주제의식과 음악에서 화제가 될만한 문제작이다. 배경은 해방 직후. 만주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위안소에서 나온 조선 여성인 분이, 함께 위안부 생활을 했던 일본인 미즈코를 중심으로 고향에 돌아가려 하는 사람들을 그린다.

고향으로 가는 기차는 만주의 난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고향으로 가는 기차는 만주의 난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일제시대와 해방, 민족의 아픈 역사, 혼란했던 시대의 무력한 개인과 같은 소재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오페라는 비극적 역사의 한 자락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선다. 등장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발견하면 기어코 무리 바깥으로 밀어낸다. 일본인, 일본인을 사랑하는 여성, 아픈 사람, 그리고 위안부들을 증오하며 기차에 태우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밀려나는 분이는 “조선이고 일본이고 난 모르겠어. 내 지옥을 아는 것은 미즈코 뿐”이라며 함께 위안소라는 지옥을 거쳐온 미즈코와 함께한다. 이질적인 것을 밀어내는 행동이 생존 본능에 가깝다는 점, 그럼에도 노력을 기울여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의 일이라는 점을 작품은 다룬다.

 
오페라 ‘1945’는 2017년에 국립극단이 무대에 올렸던 연극을 오페라로 다시 제작한 작품이다. 배삼식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오페라 대본으로 바꿨고 여기에 작곡가 최우정이 음악을 붙였다. 고선웅이 연출을 맡아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로 초연한다. 연극의 음악을 거쳐 음악극과 우리말 오페라를 여러편 만들었던 최우정은 이번 작품에서 실험성과 대중성의 균형점을 찾았다. 
 
구제소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난민들은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구제소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난민들은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사진 국립오페라단]

‘1945’에는 여러 풍의 노래가 나온다. 당시의 유행가, 상여꾼의 노래, 아이들의 놀이 노래, 동요 풍으로 작곡된 음악들이다. '엄마야 누나야'는 작품 전체에서 변주된다. 이처럼 변화 많은 음악이 150분의 러닝 타임을 다채롭게 끌고 나간다. 기존 오페라에서처럼 비슷한 스타일로 반복되는 음악이 이야기 진행의 속도를 잡아끌어당기는 일이 이 작품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창작 오페라라고 해서 실험성에 집착했던 음악적 관행도 버렸다. 기본적으로는 조성(調性)음악으로 듣기에 편하다. 물론 규칙을 깨는 현대적 음형들이 곳곳에 등장해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인다. 길고 난해한 아리아 독창을 최대한 줄여 오페라에 접근하는 청중에게도 문턱을 낮췄다. 또 한국어 창작 오페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분명한 가사 전달도 상당 부분 해결됐다.

 
특히 유럽 곳곳의 오페라 무대에 출연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명주가 분이 역을 맡아 스토리와 음악의 장점을 살려냈다. 이명주는 다양한 음악 안에서 계속 일어나는 조성ㆍ리듬의 변화에 순발력있게 반응했다. 또 감정 표현과 기교의 완성 중 한쪽에 치우치는 오류를 범하지도 않았다. 
 
오페라 1945

오페라 1945

분이를 비롯한 ‘1945’의 여성들은 서로 돕고,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함께 돌보고, 성적 욕구를 솔직히 표현하면서 오페라에 전례 없는 여성 캐릭터를 그렸다. 대본가 배삼식은 공연 전 인터뷰에서 “섣부르게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지만 “분이와 미즈코의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의를 가진 이들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나누는 자비와 연대의 의미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의도에 대본ㆍ음악ㆍ연출ㆍ출연자가 부응한 이번 공연은 27일 오후 7시30분, 28일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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