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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선] 마늘밭에 수십억 숨겨도 증거보전이라 할건가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질문1=도박 사이트를 열어 거액을 챙긴 사람들이 마늘밭에 수십억 원대의 현금을 숨겼다가 적발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여권 인사들 조국 감싸기 궤변
법상식 벗어난 불쾌한 말장난
집권층 다운 엄중한 자세 필요

도박장 개설과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떠올릴 수 있다. 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범죄자들이 “나는 국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사이트를 만들었고, 돈을 묻은 것은 증거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맞을까.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 혐의로 수사 대상인 기업이 ‘검찰의 장난’을 막고 온전한 증거보전을 위해 장부와 회사 컴퓨터 등을 창고 등에 보관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을까. 유시민씨의 최근 ‘증거보전론’을 접하고 몽니를 부려본다.
 
#질문2=10여 건의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물건들이 집에 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도둑질 한 사실이 드러나면 벌을 받아야 한다”던 훈수꾼이 “물건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상대방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한테만 견제와 감시를 하고, 집중 조사를 펴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라는 주장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청와대 대변인도 하고, 수사기관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는 김종민 의원이 ‘표창장 조작’에 대한 다양한 논리구성을 하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다.
 
여권 인사들의 조국 법무부 장관 감싸기가 지나친 상상력 때문에 구름 위에 뜬 말의 향연처럼 돼버렸다. 평범한 법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말장난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엔 약간의 불쾌감도 없지 않다. 말을 듣는 상대방의 지능과 지식수준을 업신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까지 불러오고 있다. 법대 교수, 작가, 자칭 언론인, 친여권 성향의 언론사 관계자들이 총동원돼 “영구 없다!”를 소리치고 있는 건 아닌지. 뻔히 속이 보이는데도 해괴한 논리를 동원해 억지를 부리는 것은 또 다른 ‘바보들의 행진’을 연상시킬 수 있다. 그 넓은 바닷속에서 왜 그들만 고래를 보고 있다고 하는 걸까.
 
박근혜 정부로 시간을 돌려 이번 사건을 끼워 맞춰 보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사모펀드에 70억원을 투자키로 약정한 뒤 10억여 원을 넣었고, 강의도 하지 않은 채 대학에서 월급과 상여금 2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또 자신이 이사로 있는 재단이 동생에게 50억원을 물어주는 과정에 어떤 법률적 대응도 하지 않았고, 검찰 조사가 이뤄지는데도 장관직을 유지하며 검사와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자택 압수수색을 나온 팀장과 통화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부인은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회사 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한 의혹이 있는 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눈물·쥐새끼·나쁜 놈 등의 격한 단어를 써가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딸은 의전원에서 두 차례나 유급을 했는데도 여섯번 연속 장학금을 받았고, 아들은 다섯 차례나 입영을 연기하고 대학원에 부정입학한 의혹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이 황 장관에 대한 해임을 청원하는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 청원에 대해서만 비공개 전환을 지시하고, 우병우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탓한다. 박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명확한 입증 없이 공소를 제기한 검찰의 행위는 공문서 조작에 해당할 수 있고, 수사보다는 검찰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반박은 수구세력의 저항으로 몰매를 맞을 게 뻔하다. 이런 주장을 보도하는 언론은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을까. 촛불정부에 대한 마지막 미련까지도 이런 식으로 쓸어버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검찰 수사는 조 장관의 개인 비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시험판이다. 조 장관의 자녀들만 엮이면 왜 입시 관련 서류가 없어지는 우연이 계속된단 말인가. 화려한 이력과 해박한 지식을 갖춘 지식인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잠시나마 이 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집권층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게 상식을 갖춘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이 정부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와 자신의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염치가 없다”고 말했었다. “그 까이꺼, 대충”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 촛불을 통해 알게 된 진실이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는 조지훈의 시 ‘낙화’의 한 구절이 새삼스런 시절이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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