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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女배우·기업대표 감옥행…미국도 자녀 입시비리

사진 조작해 아들 수구 유망주로 둔갑

아들 입시 비리로 재판을 받은 기업 대표 데빈 슬로운(가운데). 24일 징역 4개월에 5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등을 선고 받았다.[AP=연합뉴스]

아들 입시 비리로 재판을 받은 기업 대표 데빈 슬로운(가운데). 24일 징역 4개월에 5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등을 선고 받았다.[AP=연합뉴스]

아버지는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아들에게 줄 수구 모자와 수구를 샀다. 아들에게 모자를 쓰게 한 뒤, 집에 있는 수영장에서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게 했다. 촬영한 사진은 이메일로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보냈다.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치며 사진 속 아들은 수구 경기를 하는 선수로 변신했다. 아버지는 입시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실제 수구 경기장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사진 속 물 높이까지 조작했다. 수구를 해본 적 없는 아들은 조작된 사진 덕분에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팀 출신의 수구 유망주로 둔갑했고, 2017년 11월 체육 특기생으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에 합격했다.

미국판 스카이캐슬로 50여명 적발 

 스카이캐슬 포스터.[중앙포토]

스카이캐슬 포스터.[중앙포토]

미 매사추세츠 검찰이 밝혀낸 입시 조작극의 전말이다. 한국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연일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대학 입시 비리로 30여명의 학부모와 20여명의 입시 코디·대학 관계자 가 검찰에 적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들을 수구 선수로 위장해 명문대에 입학시킨 이는 데빈 슬로운(53) 아쿠아텍처(미 로스앤젤레스의 폐수처리업체) 대표다. 슬로운은 입시 컨설턴트인 윌리엄 릭 싱어(58)의 지시에 따라 아들의 경력 위조에 나섰다. 아들이 USC에 합격하자 싱어의 가짜 자선단체에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 USC 체육 담당 고위 관계자인 도나 하이넬에게 5만 달러(약 6000만원)를 건넸다. 인디라 탈와니 보스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24일(현지시간) 슬로운에게 징역 4개월에 사회봉사 500시간, 벌금 9만 5000달러(약 1억1300만원)를 선고했다.

아들 입시 비리로 재판을 받은 기업 대표 데빈 슬로운. 24일 징역 4개월에 5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등을 선고 받았다.[AP=연합뉴스]

아들 입시 비리로 재판을 받은 기업 대표 데빈 슬로운. 24일 징역 4개월에 5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 등을 선고 받았다.[AP=연합뉴스]

슬로운은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위해서 한 일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싱어의 계획에 말려들었다”고 주장했다. 자신도 피해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재판을 담당한 인디라 탈와니 판사는 판결을 내리며 슬로운에게 “당신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지위를 위해서 행동한 것 같다”며 “(당신의) 사기행위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선량한 운동선수와 학생들이 진짜 피해자”라고 말했다.

'위기의 주부' 주연 배우도 가담

 여배우 펠리시티 허프먼(가운데)이 지난 13일 재판을 받고 보스턴 법원을 나서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여배우 펠리시티 허프먼(가운데)이 지난 13일 재판을 받고 보스턴 법원을 나서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판 스카이캐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준엄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매사추세츠 검찰을 비롯한 미 연방 사법당국은 지난 8년 동안 부유층 학부모들이 입시 컨설턴트 등에게 거액을 주고 경력 조작, 대리시험, 대학 코치 매수 등을 통해 자녀를 미 명문대에 부정 입학시킨 사실을 밝혀냈다. 학부모 35명을 포함해 컨설턴트, 운동부 코치, 체육계 인사 등 50여명이 기소됐다. 이들 사이에 오간 뒷돈만 2500만 달러(약 283억원)에 이른다. 검찰은 USC를 비롯해 조지타운, 스탠퍼드, 예일 등 미 명문대가 비리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입시비리에 가담한 학부모는 대다수가 부유층이었다. 슬로운과 같은 기업 대표뿐 아니라 유명 영화배우도 포함됐다. 인기 TV시리즈 ‘위기의 주부들’의 주연 여배우인 펠리시티 허프먼(57)이 대표적이다. 허프먼은 지난 13일 보스턴 법원에서 2주간의 구금 판결을 받았다. 3만 달러(약 3600만원)의 벌금과 25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내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내려진 법원 판결이다. 
허프먼은 딸이 대학입학시험인 SAT를 시간제한 없이 치르게 하기 위해 입시 컨설턴트에 1만5000달러를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허프먼은 지난 5월 유죄를 인정했다. 유명 시트콤 ‘풀 하우스’에 출연하는 여배우 로리 로우린(55)도 딸을 조정선수로 위장시켜 대학에 입학시킨 혐의로 재판 중이다.

거액 건넨 중국인 부모 자식도 예일대 입학 

배우 로리 로우린(가운데)이 지난달 27일 재판을 받고 보스턴 법원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배우 로리 로우린(가운데)이 지난달 27일 재판을 받고 보스턴 법원을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사건엔 외국인도 연루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중국인 가족은 입시 비리의 총괄 설계자인 싱어에게 650만 달러(약 75억4000만원)를, 쉐리 궈라는 중국인 학생의 가족은 싱어에게 120만 달러(약 14억 4000만원)를 각각 전달했다. 사건에 연루된 미국 학부모들이 25만~40만 달러를 싱어 측에 준 것에 비하면 매우 큰 액수다. 쉐리 궈는 축구 선수 출신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체육특기생으로 예일대에 입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에 기부까지 한 '입시 코디' 싱어  

지난 3월 윌리엄 릭 싱어(오른쪽)이 보스턴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AP=연합뉴스]

지난 3월 윌리엄 릭 싱어(오른쪽)이 보스턴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AP=연합뉴스]

입시비리 스캔들을 주도한 것은 '입시 코디' 싱어다. 그는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매년 1000명의 성적미달 학생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며 업계에서 명성을 쌓았다. 자신이 세운 대학입시 상담 전문회사 ‘더 키(The Key)’를 통해 사업을 벌였다. 학부모들에게 대학 입학을 위한 ‘옆문’(side door)이 있다고 말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입시부정을 주도했다. 번 돈의 일부를 대학에 기부하고,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재단 ‘더 키 월드와이드’를 입시 비리에 이용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왔다. 싱어는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자 지난해 8월 혐의를 인정하고 사건에 연루된 학부모 수사에 협조했다.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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