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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퍼스펙티브] 조국씨는 찢어진 그물, 불이 안 붙는 하얀 재 같아

문 대통령 사람들의 궤변 열전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민주당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조국씨 문제로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진 20일 “옳다는 확신과 신념이 있다면 무소의 뿔처럼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새롭고 안 가본 길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심 이반으로 의기소침해진 당 분위기를 살려보겠다는 충정은 이해하겠는데 무소의 뿔을 맥락 없이 사용했다.
 

양과 개 이름을 바꿔 부른 유시민
공지영, 유아적 감정이 논리 압도
양정철 ‘무소의 뿔’ 맥락 빼고 사용
심상정의 교묘한 도덕론도 요설

무소의 뿔은 부처님의 순수하고 소박한 모습이 잘 나타난 최초의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의 제1장 ‘사경(蛇經)’에 나오는 말이다. 사경은 ‘뱀의 길’이라는 뜻으로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수행자에게 욕심과 집착을 버리라고 가르친다. 사경 62절에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는 것처럼, 불이 다 탄 곳에는 불이 붙지 않는 것처럼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걸어가라”는 구절이 나온다. 조국씨는 비유컨데 찢어진 그물이요 불이 다 타 버린 재와 같다. 사경 62절은 망가진 그물과 타버린 하얀 재를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양정철 원장이 집권당의 번뇌의 원인인 조국 매듭을 끊지 않은 채 무작정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자고 한 것은 극락 아닌 악귀의 길로 전진하자는 얘기와 같다. 무소의 뿔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와 조건을 살피지 않고 결과만 보았기에 생겨난 궤변이었다.
 
일이 되어가는 현실의 이치와 흐름에서 벗어나 그럴듯한 말로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홀리는 말법을 궤변이라고 한다. 조국씨 문제와 관련한 공지영 작가의 글에도 궤변이 번뜩인다. 통상 궤변은 근사한 말이나 그럴듯한 논리가 동원되는 데 공 작가의 글엔 그런 장치도 별로 없다. 그저 문재인 대통령 편에 서면 옳고, 반대편에 서면 그르다든가 자기가 점지한 ‘선한 사람들’을 비판하면 나쁜 사람이고, 자기가 나쁘다고 정한 ‘개자당(개 같은 자유한국당으로 추정됨. 한국당의 비하 표현)’과 결과적으로 같은 입장이면 어제의 친구조차 바로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식이다. 무슨 논리라기보다 유아적 감정이 넘친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시비 판단에 상식이나 현실의 이치, 사회적 합의 같은 기준이 박약하다는 점에서 궤변에 해당한다.
 
그는 8월 21일 트위터에서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문프(문재인 프레지턴트의 줄임말인듯)께서 그걸 함께할 사람으로 조국이 적임자라 하시니까 나는 문프께 모든 권리를 양도해 드렸고”라고 하는가 하면 “정말 화나는 게 선한 사람들은 파렴치 위선자로 몰려 방어에 급급해야 하는 것”이라고 썼다. 공 작가는 9월 23일 페북에서 조국 문제에 대한 실망 등으로 정의당 탈당 의사를 밝힌 진중권 교수를 거명하며 “돈하고 권력을 주면 개자당에 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좋은 머리도 아닌지 박사도 못땄다”는 유치한 인신공격까지 감행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공 작가는 그날 다른 페북 글에서 “윤석열의 실수는 조국 대 야당의 문제를 국민 vs 검찰, 개혁 vs 수구로 돌려놓았다는 것이다. 군인들이 정치에 개입해 총과 탱크를 들이민 것과 다른가?”라고 했는데 사회적 합의를 문학적 비유로 교묘하게 뒤집으려는 논법이다.
 
2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조국씨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적절’이 36%, ‘부적절’이 54%로 나왔다. 이밖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모든 여론조사는 조국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자신의 성향을 진보로 인식하거나 보수로 인식하는 것과 무관하게 30대와 호남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와 지역에서 골고루 나타난 현상이다. 공지영씨는 이런 실제를 보지 않고 국민과 검찰이 싸우고, 개혁과 수구가 다툰다는 자기 머릿속에서 구성한 주장을 폈다. 그 오류를 ‘검찰 쿠데타’니 ‘더러운 언론’ 같은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했으니 궤변이다. 이런 궤변은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퍼트리고 있는 만큼 딱히 공지영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시민 작가의 현란한 말솜씨는 상당히 오랫동안 통했는데 조국씨 문제 앞에선 힘을 잃었다. 그동안 정치를 안 한다며 제3자 행세를 할 때는 형식적이나마 객관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조국씨를 위해 동양대 최성해 총장한테 전화를 걸어 표창장 문제를 잘 처리해 달라는 취지를 전한 사실이 드러나 게임의 플레이어였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유시민의 설득력은 급감했다.  
 
24일엔 정경심씨의 컴퓨터 반출을 “검찰이 압수수색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해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 집행기관을 증거조작을 일삼는 범죄 집단으로 보고, 범죄 피의자의 증거인멸을 정당방위로 명명하였으니 유씨는 조국을 위해 개와 양의 이름마저 바꿔 부른 것과 같다. 그는 개를 양이라 하고 양을 개라 부르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 판사들이 겁을 먹고 자기편 뜻대로 판정할 것이라 생각한 듯하다. 유씨가 편먹고 있는 세력이 권력을 쥐고 있기에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다만 제 메아리를 없애려고 더 큰 소리를 지르고 제 그림자를 떨치려고 더 빨리 달려가는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사람처럼 유시민의 궤변은 더 큰 궤변을 부르고 이 궤변들이 쌓여 개인과 집단을 비극에 이르게 할 것이다.
 
조국 사태에서 명예와 실리를 다 잃은 사람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다. 줄곧 3위를 달리던 정의당의 지지율을 9월 18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보다 못한 4위로 주저앉혔다. 조국씨 임명에 대해 심 대표가 무슨 메시지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발언을 거듭함으로써 심상정답지 않다는 비판과 “정의당이 아니라 야합당”이라는 조롱, 진중권 교수의 탈당 소동으로 이어지는 내홍에 직면한 것이다. 심 대표가 조국씨를 이른바 데스노트에서 지워 줌으로써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의 확실한 처리를 민주당한테 보장받는 실리를 얻었다고 자위할지 모르나 기획대로, 계산대로 굴러가지 않는 데 정치의 묘미가 있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오만한 정치를 향한 민심의 분노는 맹수와 같다. 어느 한순간 고개를 돌려 사육사를 물어뜯는다.  
 
심상정 대표는 “이삼십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사오십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육칠십대는 진보 진영에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8월 22일)고 근사한 멘트를 날리더니 민주당이 국회 정개특위에서 정의당에 유리한 선거법안을 통과시켜 주자 이튿날 “조국 후보자는 도덕적 기준에 어긋난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당 정부인데 정의당 기준으로 안 된다고 할 수 없다”(8월 30일)고 궤변을 폈다. 도덕은 양심에 바탕한 행동 준칙이다. 도덕에 민주당의 도덕이 따로 있고 정의당의 도덕이 따로 있을 리 없다. 만일 그렇다면 민주당의 양심, 정의당의 양심이 따로 있다는 말이니 이런 걸 요설이라 한다.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서 궤변에 능한 사람들을 일부 추려 소개했다. 고대 중국에서도 등석, 혜시 같은 현란한 궤변론자들이 명멸했다. 『여씨춘추』와 『순자』는 다음과 같이 궤변의 허무함과 허실을 각각 지적하고 있다. “그른 것을 옳은 것으로, 옳은 것을 그른 것으로 바꾸어 마침내 시비의 기준을 없애 버렸으니 가능한 일과 가능하지 않은 일이 날마다 바뀌었다. 등석의 나라는 크게 어지러워져 백성들의 의론이 들끓었다.” “기괴한 말을 가지고 노는데 말이 하나하나 사리에 들어맞으나 쓸모가 없으며, 일을 많이 하여도 성과가 적어서 나라를 다스리는 원칙으로 삼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 주장에 근거가 있고 그 말에 조리가 있어 충분히 어리석은 대중을 속일 수 있으니 그들이 바로 혜시와 등석이다.”(김철신, “등석의 재발견: 혜시 철학의 연원을 찾아서” 2008년)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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