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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달랐던 한ㆍ미 정상 유엔 연설…北 관련 핵심내용 비교해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각기 두번째와 열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유엔총회 단상에 섰다.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 개시를 앞두고 같은 날 이뤄진 한ㆍ미 정상의 대북 메시지 발신은 양에서도, 내용 면에서도 차이가 났다.

3.3% 대 62.4%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은 약 3835단어로 구성됐다. 이 중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은 127단어(3.3%)에 불과했다. 그는 무역 분쟁, 이란 핵 문제부터 국경 문제, 종교의 자유 문제 등 다양한 글로벌 현안을 두루 짚었다.  
문 대통령의 연설문은 약 4862자 분량이었는데, 북한 문제에 대한 내용이 3032자(62.4%)였다. 그 밖에는 지속가능발전 목표 및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 노력 등을 다뤘다.  
6월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연합뉴스]

6월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연합뉴스]

트럼프, 先비핵화後경제 발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연결해 북한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나는 김정은에게 진심으로 믿는 것을 말했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그의 나라도 손대지 않은 엄청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만(must) 한다고 말이다”라고 했다. 경제 발전이라는 열매를 맛보려면 비핵화부터 하라는 요구를 분명히 했다.
24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중인 트럼프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24일 유엔총회에서 연설중인 트럼프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문, 비핵화 과정 중에라도 상응조치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은 “남과 북,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뿐 아니라 이후의 경제협력까지 바라보고 있다”며 “평화가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고 경제협력이 다시 평화를 굳건하게 하는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가속도를 붙이는 중간 연결고리로서 경제협력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완료 전에라도 제재 해제 등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새로운 방법’ 설명 안 해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을 모았던 ‘새로운 방법’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 중 다수는 과거의 적이었다. 미국은 영원한 적이란 것을 믿은 적 없다”고 말해 미국과 베트남 간 관계를 연상시켰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권위주의 국가이면서도 시장 경제를 채택했고 미국과 수교해 발전을 꾀했다.  

문, DMZ 평화지대화 안전보장 방안으로

문 대통령은 “합의와 법으로 뒷받침되는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했다. 평화협정이나 불가침조약 등 정부가 바뀌어도 연속성을 지니는 ‘합의의 조약화’로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DMZ의 국제평화지대화’를 구체적 안전보장 방안으로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던 안전보장 방안은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고, 문 대통령의 제안은 구체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커다란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이라면 괜찮지만, 북한이나 국제기구 등 당사자들과 철저한 사전 협의 및 동의 없이 이런 제안을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평화공원 제안 땐 북 “낮도깨비 같은 소리”

이런 제안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경원선 남측구간 철도 복원사업 기공식에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해 조국의 끊어진 허리를 다시 잇자”고 했다. 북한은 곧바로 “낮도깨비같은 소리”라고 일축했다.(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공원이)만들어진다 한들 과연 누가 이 위험천만한 곳에 목숨 걸고 들어오겠다고 하겠는가”, “그야말로 현실 판별 능력이 결여된 무지몽매의 극치”라고도 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그간 북한이 요구한 체제 안전 보장 방안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핵심이었고, 사실상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 제거 등을 원했기 때문이다.

‘단거리 도발’엔 둘 다 눈감아

잇따른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한ㆍ미 정상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평화 조성 분위기만 부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9.19 군사합의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위반행위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군사합의 위반 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한국 정상이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간 북한의 단거리 도발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은 제한한 적 없다. 그 정도는 어느 나라나 다 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일관해왔다. 북ㆍ미 간 비핵화 협상의 의제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단거리 미사일 문제는 빠져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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