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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노래하는 ‘낭만가객’ 최백호 “이제야 어른 된 것 같다”

다음 달 18일 첫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앞두고 만난 최백호.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잘 어울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다음 달 18일 첫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앞두고 만난 최백호.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잘 어울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며칠 전 버스 안에서 최백호(69)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1977)의 첫 소절을 듣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갑작스레 어머니를 떠나 보낸 후배를 보러 가는 길에, 그가 스무 살 되던 가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마음을 담아 쓴 노래를 마주한 것이다. 영원한 이별에 적합한 계절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발표된 지 40년도 더 된 노래는 갈 곳 잃은 마음을 조용히 토닥였다.   
 

노래 인생 불혹 넘긴 가수 최백호
다음 달 세종문화회관서 첫 공연
슬럼프 끝낸 ‘낭만을 위하여’ 이후
“함께 늙어가는 이들 위해 곡 써”

마침 다음 달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처음 열리는 그의 콘서트 명도 ‘최백호의 어텀브리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낭만 가객과 케이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수놓는 음악을 만끽하라는 취지다. 올해 고희를 맞은 1950년생 동갑내기 관객들에게는 70% 할인까지 준비했다.  
 
최백호의 웃는 모습 역시 꾸미지 않은 질감을 지닌 그의 목소리와 닮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백호의 웃는 모습 역시 꾸미지 않은 질감을 지닌 그의 목소리와 닮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4일 광화문에서 만난 그에게 “가을을 특별히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제가 붙인 제목은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데뷔곡 때문인지 제 노래에서 가을을 연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난 5월 발표한 앨범 ‘7’ 역시 ‘가을이 가네 지친 사랑처럼’(‘가을 가네’) ‘방황하던 날들 모두 짊어지고’(‘겨울이 간다’) 같은 낙엽 향이 물씬 났다.   
 
그는 “70대가 되니까 이제 좀 생각이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고 했다. 타이틀곡 ‘동생아’는 친한 후배와 통화하다 나온 이야기를 옮겼다. “동생은 없지만 살아보니 작은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더라는 얘길 꼭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나 한잔하며’ 읊조리는 말들이 귀에 쏙쏙 꽂힌다. ‘잊혀지는 것들에 매달리지 마라’ ‘떨어지는 것들에 마음 쓰지 마라’ 등등. 남다른 작사 비결로는 독서, 그중에서도 만화책 읽기를 꼽았다.  
 
가사를 먼저 쓰고 그에 맞는 곡을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그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과 공통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래를 듣는 대상을 확실하게 정해두면 공감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발표 직후에는 반응이 없다가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을 통해 히트곡 반열에 오른 ‘낭만에 대하여’가 준 교훈이다. 데뷔 후 ‘그쟈’ ‘영일만 친구’ ‘고독’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승승장구했던 그가 오랜 슬럼프를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 곡이기도 하다.  
 
“그 전까진 몰랐어요.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나하고 같이 늙어간다는 걸. 그때가 이미 40대 중반인데 음악은 계속 2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거죠. 젊었을 때 만든 노래들을 지금 들어보면 너무 유치해요. 나이가 들수록 훨씬 좋은 가사를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살면서 익어가기도 하고. 여든, 아흔쯤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깊어져 있을 테니 더 좋은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요.”
 
1989년 미국으로 떠났다 이듬해 돌아온 최백호는 ’거기서 일이 잘 풀려서 눌러 앉았으면 지금처럼 음악하지 못했을 것 아니냐“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989년 미국으로 떠났다 이듬해 돌아온 최백호는 ’거기서 일이 잘 풀려서 눌러 앉았으면 지금처럼 음악하지 못했을 것 아니냐“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의 시선이 동년배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11년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를 설립해 생활이 어려운 원로 가수를 돕고, 2014년부터는 독립음악창작소 ‘뮤지스땅스’ 운영을 맡고 있다. 올해 4회째인 무소속 프로젝트에는 684팀이 지원해 심사가 한창이다. 30팀을 선정해 뮤지스땅스에서 공연하고, 다시 8팀으로 추려 함께 앨범을 제작한다.  
 
“후배들도 그렇지만 선배들도 길을 몰라서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스스로 포기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그런데 막상 공연해 보면 반응이 정말 좋거든요.” 37년 만에 가요계로 돌아온 정미조에게 음반 제작자를 연결해주기도 했던 그는 “패티킴 선생님도 너무 일찍 은퇴하신 것 같다”며 “꼭 다시 노래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스스로도 후배들과 협업에 열려 있는 편. 2012년 ‘다시 길 위에서’ 앨범에서 말로ㆍ전제덕ㆍ박주원 등 재즈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춘 이후 아이유와 부른 ‘아이야 나랑 걷자’(2013) 등을 통해 젊은 팬들도 많아졌다.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2017)은 아예 에코브릿지에게 프로듀싱을 맡기기도 했다. 트로트 여제 주현미ㆍ뮤지컬 배우 박은태ㆍ인디밴드 어반자카파의 조현아 등 어떤 장르의 누구와 듀엣을 해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최백호의 색깔이 인상적이다.  
 
2017년 노래 인생 '불혹' 콘서트를 앞둔 모습. 제대 후 평생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다. 그저 "다른 옷은 불편해서"다. 다양한 포즈를 요청하자 "이정재를 만들려 하느냐"며 웃었다. [중앙포토]

2017년 노래 인생 '불혹' 콘서트를 앞둔 모습. 제대 후 평생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다. 그저 "다른 옷은 불편해서"다. 다양한 포즈를 요청하자 "이정재를 만들려 하느냐"며 웃었다. [중앙포토]

“제가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후배들과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모자란 부분이 많이 채워졌죠.” SBS 라디오 ‘최백호의 낭만시대’를 11년째 진행 중인 그는 “라디오를 오래 하다 보니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게 된다”며 “기회가 되면 김윤아ㆍ린ㆍ알리 등과도 같이 노래해 보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맞게 될 노래 인생 ‘지천명’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뮤지스땅스 소장직을 물려줄 적당한 후임자를 물색 중”이라며 “여행도 다니고 재충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간 그가 보여준 애착을 생각하면 의외의 대답이었다. “인디밴드 하는 친구들과 나이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다 보니 저를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럼 안 되죠. 제가 물러나야죠. 저는 정말 청승맞은 트로트 곡도 만들고 싶고, 영화 시나리오 써놓은 것도 있고 할 일이 많거든요. ‘교도소’라고 SF 영화인데….” 70대에도 그의 버킷리스트는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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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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