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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투자했다가 이혼, 암, 극단적 선택…“싼값에 혹하지만 성공률 5%”

지난달 22일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연합뉴스]

경남 김해시의 주부 A씨는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6년 국내 최대 규모의 Y지역주택사업(약 4300가구)에 1억원을 투자했는데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국내최대 김해 Y사업
10명 무더기 기소됐지만 몸살 지속
투자자 무지와 허술한 제도 등
구조적 문제 심각한 탓

같은 사업에 2억원을 투자한 택시기사 B씨도 올해 초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밖에도 Y사업장에는 암에 걸려 투병 중이거나 배우자와 이혼한 사례가 많다.
 
사업이 난항에 빠진 직접적인 이유는 조합을 운영하는 업무대행사 대표와 조합장 등 10명가량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340억원 상당의 조합비를 빼먹는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재판에 넘겨졌으며 다음달 1심 선고를 받을 예정이다.
 
업무대행사 등에 대한 사법 절차에 돌입했는데도 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2017년 6월 사업계획승인 인가 이후 2년 넘게 시공사 선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조합 내부에선 새로운 비리 논란이 제기되는 한편 “사업을 계속 끌고 가자”는 쪽과 “그만 포기하고 청산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충돌하는 중이다.
 
서민들이 저렴하게 내집 마련을 하겠다는 생각에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엉성한 관련 제도 안에서 투자자의 무지와 사업 추진 세력의 도덕적 해이·범죄가 뒤범벅된 탓으로 분석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 절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역주택조합 사업 절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발단은 주택 수요자가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한 채 분양받을 수 있다’는 데 끌려 별생각 없이 지역주택조합에 발을 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업 추진 세력의 허위·과장 광고 영향이 크다. 조합이 설립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홍보한다는 것이다.
 
확정 분양가를 약속하는 경우도 있는데 조현기 변호사는 “추가 분담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그런 일은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추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여러 변동 요인을 들며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 가입 이후를 보면 투자자들은 조합 업무에 무관심하고 조합에 위기가 닥치거나 비리가 밝혀진 후에야 조합 업무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 제도적 보완은 미약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2017년 주택법 개정에 따라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할 경우 관할 행정청에 신고하고 신고필증을 받아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20일까지 주요 일간지에 조합원 모집 광고를 한 18개 조합 중 11곳이 신고필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그런데도 행정 조치한 건 2차례에 불과하다”며 “지역주택조합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보완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사업 성패의 관건이 토지 확보 정도에 달린 만큼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부터 토지 사용 권한을 50%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예비 조합원이 행정청을 통해 조합의 토지 사용 승낙서 확보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현재 상당수 사업장은 토지 확보를 거의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동작구 한 지역주택조합추진위가 낸 조합원 모집 공고를 보면 토지 소유권이나 토지 사용 승낙서를 하나도 확보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배경 탓에 지역주택조합 사업들의 성공률은 저조하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서 추진된 관련 사업은 155곳인데 실제 완공해 입주한 곳은 34곳에 그쳐 약 20%의 성공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조합 승인을 받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경우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성공률은 5% 아래일 것”이라고 본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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