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극단적 선택' 대부분은 중독환자…전문센터 빨리 세워야

기자
조용수 사진 조용수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29)

사람이 독성 물질에 노출되면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오심, 구토부터 혼수까지.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중독은 다양한 경로로 발생한다. 실수로 흡입하기도 하고, 때론 죽기 위해 일부러 음독하기도 한다.
 
국가 응급진료정보망에 따르면 한 해 약 6만8000명의 중독 환자가 발생하며 그중 2500명가량이 목숨을 잃는다. 하루에 약 200명이 중독돼 매일 7명 가량이 사망하는 셈이다. 매일 100명 가까운 사람이 심근경색으로 죽는 것과 비교하면 고작 7명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중독환자 매일 7명 사망

자살 시도로 인한 중독환자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사진 pxhere]

자살 시도로 인한 중독환자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사진 pxhere]

 
그러나 단순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적절히 치료되고 있냐가 중요하다.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잃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중증 질환은 대부분 국가 차원의 대비가 이루어져 있다. 심근경색엔 심혈관센터가 있다. 그러나 중독은 적지 않은 환자가 죽고 있음에도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독은 치사율이 높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모든 손상 중 가장 많은 환자가 죽는 게 바로 중독이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두 배에 달한다. 선진국일수록 안전이 강조된다. 그 덕에 사고 환자는 줄어든다. 하지만 반대로 자살 시도로 인한 중독환자는 늘어난다. 모든 나라에서 관찰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투자의 우선순위는 명확한 셈이다.
 
중독 분야에 국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은 자살이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자살시도자는 자살수단으로 중독을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한다. 70%에 달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자살시도자는 중독 환자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선진국 문턱에 선 우리가 더는 간과해선 안 되는 분야이다.
 
세계 주요 나라들은 수십 년 전부터 중독센터를 운영해 왔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각 나라에 최소 1개 이상의 중독센터를 운영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미 세계 80개국 이상에 설치돼 있다. 일본, 중국, 홍콩, 베트남 등 우리나라 주변 대부분의 나라가 중독센터를 운영 중이다.
 
중독센터라는 개념이 낯설다. 외상센터와 비슷한 것인가. 그렇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엔 이미 많은 센터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외상센터. 여기에 하나 더 얹는 게 과연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다. 무작정 센터를 지어 집중 치료를 제공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중독센터는 쉽게 말해 안내센터다. 우리는 생활 중에 의도치 않게 많은 독성 물질에 노출된다. 이럴 때 일반인이 전화해 중독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중독 정보 센터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국에 총 6개의 중독분석실이 운영 중에 있다. 환자가 음독한 물질을 알지 못할 때, 혈액 검사를 통해 중독 물질의 종류와 양을 검사하는 역할을 한다. 중독은 물질별로 해독제와 치료 방법이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정확한 중독물질을 알아내는 것이 치료의 키포인트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개의 해독제 거점 병원이 있다. 해독제 재고 관리 및 보충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담당한다. [자료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우리나라에는 20개의 해독제 거점 병원이 있다. 해독제 재고 관리 및 보충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담당한다. [자료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중독분석실은 고가의 분석 장비와 기술이 요구되므로 개별 병원이 갖추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국과수 중심의 세팅이 이루어져 있다. 6개의 분석실 중 병원 기반은 아산병원과 전남대병원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4개는 국과수에서 위탁 처리하고 있다. 실시간 이용에 제한이 있으며, 환자의 임상 증상과 검사 결과의 연계에 어려움이 있다.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중독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독제 사업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중독 환자의 해독제 사용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독 물질에 따라 해독제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개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데, 유통기한 내에 해당 환자가 오지 않으면 꼼짝없이 폐기해야 한다. 그러니 병원들은 해독제 재고를 유지할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 단위로 해독제를 비축하고 보급하는 이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0개의 해독제 거점병원이 있다. 근처에서 중독환자가 발생하면 해독제 분출을 맡는다. 재고가 떨어지면 다른 거점병원에서 급히 분양을 받는다. 재고의 일괄 관리 및 보충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활용하는 의사는 아직 많지 않다.
 
문제는 환자를 이송받아야 할 상급병원이 과밀화로 몸살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경증 환자와 장기환자로 포화 상태인 상급병원은 중증 중독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 대한민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가 여기서 또 나타난다. 의료 전달 체계의 문제다. 심뇌혈관, 외상 센터를 지어 여력을 보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중독 환자를 위한 공간은 없다. 그리고 그 자리는 다른 감기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중독은 몸만 치료해서는 안 된다. 자살 시도는 정신과적 응급 상황이다. 몸의 치료와 함께 즉각적인 정신과 치료가 연계되어야 한다. 한번 자살을 시도한 자를 그대로 두면 자살을 재시도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정신과적 원인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응급으로 정신과 진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중독 환자는 몸만 치료한 후 정신과 진료 없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수가 처음보다 더 심각한 상태로 응급실로 되돌아온다.
 

중독 환자 아우르는 집중센터 설립 절실

중독 물질을 분석하고 해독제를 관리하며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스폐셜리스트에게 자원을 제공하면서 중증 환자 치료를 맡겨야 한다. [사진 pxhere]

중독 물질을 분석하고 해독제를 관리하며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스폐셜리스트에게 자원을 제공하면서 중증 환자 치료를 맡겨야 한다. [사진 pxhere]

 
중독 환자를 하나로 아우르는 집중 센터가 필요한 이유다. 중독분석실, 해독제, 중환자 치료, 정신과 진료 이 모두가 지금 각자 존재해시너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 구조다. 중독분야는 시장에 맡겨선 절대 해결되지 않을 분야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유인책이 없다면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응급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 중 중독을 세부 전공하는 사람은 현재 씨가 말라가고 있다. 이대로면 우리나라에서 중독 전문가에게 진료받을 기회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중독은 특성상 투자 효용이 직접적인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보센터는 국가 전체의 의료비를 줄여주지만, 운영자에게는 어떤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다. 공공사업에 가깝다는 얘기다.
 
중독 물질을 분석하고 해독제를 관리하며 중환자를 볼 수 있는 병원.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많은 수가 필요하지도 않다. 그러므로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에게 중증 환자와 함께 자원을 몰아주어야 한다. 나머지 경증의 중독 환자는 이들의 조언을 받아 일반 응급실에서 처리하면 된다. 즉, 중독 치료의 컨트롤 타워를 세우는 방안이다. 이게 중독센터 개념이다. 여기에 일반인의 전화 상담 역할까지 부여하면 완벽한 하나의 센터 모델이 나타날 수 있다.
 
중독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전무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철저히 소외돼 누구도 관심이 없는 분야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이에 대한 대가를 비싸게 치르게 될지 모른다. 그 대가는 아마도 많은 환자의 목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라도 중독 환자에 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조용수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