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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데뷔한 조성진 "옛 콩쿠르 영상, 끔찍해 다시 못 봐"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2일 통영에서 지휘자로 첫 무대에 올랐다.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2일 통영에서 지휘자로 첫 무대에 올랐다.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2일 오후 경남 통영의 통영국제음악당. 피아니스트 조성진(25)이 오케스트라 앞에 섰다. 피아노 의자에 앉는 대신 선 채로 손을 들어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시작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시작은 불길하다. 이 스산한 시작 이후 조성진이 오케스트라에 사인을 주자 놀랄 정도의 크고 강렬한 소리가 나왔다. 대담하고 드라마틱한 조성진식 모차르트의 시작이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지휘 데뷔 후 인터뷰
22일 통영에서 모차르트, 쇼팽 협주곡 지휘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동시에 맡은 조성진은 모차르트에서 서두르다시피 달려나갔고, 갑작스러운 작은 음과 드라마틱한 큰 소리까지 구사하며 모차르트의 보편적 해석에서 벗어났다. 연주자로서 자유로움을 시험해보는 듯했다.
 
이날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지휘 데뷔 무대였다. 모차르트 20번, 또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지휘자 없이 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경우가 드물진 않다.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작고 음악의 진폭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성진은 피아노에 지휘를 곁들인 수준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색을 분명히 드러내며 용감하게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갔다.
 
공연 후 만난 조성진은 “지휘를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은 전혀 없지만 즐길 수 있었다. 아주 자유로웠다”며 “사실 내가 자유롭지 않았던 적은 쇼팽 콩쿠르 때 뿐이었다”고 했다. 다음은 조성진과의 인터뷰.
 
22일 통영에서 공연을 마치고 인터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크레디아]

22일 통영에서 공연을 마치고 인터뷰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크레디아]

모차르트 협주곡 해석이 대담했습니다.
“저는 이 곡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곡은 오페라 ‘돈 조반니’ 같은 드라마틱한 부분이거든요. 느리고 서정적인 2악장 중간부분조차도 굉장히 활기넘치고요. 이 곡을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모차르트처럼 예쁘게 하면 이상할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모든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이 곡이 제일 드라마틱해요. 지난해에 낸 이 곡 녹음도 그래서 마음에 들었어요.”
 
지난해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과 이 곡을 녹음한 음반에서도 드라마틱하다고 느꼈는데, 오늘 직접 지휘할 때는 더 확실하고 다이내믹 하더군요.
“라이브랑 녹음이 또 다르니까요. 7월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도 이 곡을 연주 했는데 그때는 이런 식으로 하진 않았어요. 이번에는 무대에서 에너지가 더 나왔고요. 제가 지휘를 처음 해보는 거라서 변수도 있었고요. 지휘는 할 수 있겠는데 리허설이 힘들더라고요.”
 
어떤 점에서 힘들었나요.
“지휘 가르쳐주신 분이 계셨는데 단원들과 리허설에서 하고 싶은 얘기 10개 중 하나만 하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아주 어렵더라고요. 그걸 골라야 하고요.”
 
지휘 테크닉만 아니라 리더십도 배웠군요.
“본격적으로는 6개월 반동안 이번 지휘 무대를 준비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여러가지를 배웠어요. 시선 처리 같은 것도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인중을 봐라' 이런 거요.”
 
인중을 봐야 의견이 더 잘 전해지나요?
“아뇨. 눈을 보면 어색하잖아요. 부끄러워지고요.”
 
지휘를 가르쳐준 분이 누구인가요.
“그 분이 제가 무대에서 잘 하면 누구인지 밝혀도 된다고 하셨는데 안 밝히려고요. 청중이 그저 짐작해보시는 걸로 하면 안될까요.”(웃음)
 
음악 해석의 방향에 대한 뜻을 전달하는 게 어렵던가요.
“전달하는 자체보다는, 제 뜻을 스스로 결정해야 되는게 힘들었어요. 또 오케스트라는 멤버가 서로 다 다르잖아요. 피아노라는 악기가 홀마다 달라서 힘들었는데 오케스트라는 더 힘들더라고요. 제가 사람들 상대하는 기술도 없으니까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무대 위에서 순간적 판단에 따라 본능적으로 연주하는 스타일이라 생각했는데 지휘는 단원들과 약속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두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 협연 자체가 좀 그래요. 저 혼자만 갑자기 느리게 빠르게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독주회 때가 제일 자유롭죠. 하지만 협연이나 실내악은 함께 뭔가 만들었다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번에 모차르트 협주곡 20번 연주를 보며 느꼈는데, 전체적 스타일을 강조하면서 작은 부분에서의 완벽함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바빴어요.(웃음) 지휘하느라, 피아노 치느라. 생각보단 쉽지 않았어요. 이번엔 한번 통으로 보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치긴 했어요. 베토벤이 이 곡을 너무나 좋아했잖아요. 베토벤은 흔히 돌직구를 던지고, 그리고 중간이 없는 작곡가잖아요. 서정적일 때는 아주 서정적이고 막 나갈 때는 정말 갑자기 폭풍처럼 몰아치고요. 이것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22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지휘, 협연을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2일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지휘, 협연을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청중이 독특한 해석을 낯설어 하는 걸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람들이 다름을 받아들이는 걸 힘들어하지만 스스로 깨야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안타까워 하는 사람이 공연장에 비평하러 오는 사람들이에요. 음악을 즐기러 와야 되는데요. 티켓 사서 와서는 모차르트를 듣고 ‘아 너무 다르네, 클라라 하스킬의 모차르트 음반 듣는 게 낫겠다’ 하는 사람들이 저는 안타까워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할 때는 또 다른 종류의 자유로움이 느껴졌어요.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곡인데, 연주하면 옛날 기억이 다시 나지 않나요.
“그게 옛날 같지가 않아요. 엊그제 같아요. 4년이나 됐는데요. 2011년과 2015년은 아주 오래된 것 같은데 2015년과 지금은 오래 안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거울을 보고 쇼팽 콩쿠르 때 동영상을 보면 세월이 흘렀구나 생각이 들죠.”(웃음)
 
콩쿠르 우승 이후에도 더 성장을 하고 있죠. 이번 공연만해도 훨씬 음악적으로 자유로워 보였어요.
“생각해보면 저는 늘 자유로웠는데 쇼팽 콩쿠르 때만 자유롭지 못한 거였어요. 요즘에는 웬만하면 자유롭죠. 꼭 지휘를 해서가 아니더라도요.”
 
어떤 식으로 자유로운가요.
“몸이 긴장이 덜 되고요. 심장 박동수와 호흡이 일정하죠. 그게 중요하거든요. 그러면 편하니까요. 콩쿠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어요. 너무 떨리면 토할 정도로 떨린다는 얘기가 있었었는데 4년 전 쇼팽 콩쿠르 때 정말 속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영상을 보면 소름이 돋아요.”
 
어려운데도 잘 했기 때문에요?
“아뇨. 어떻게 이걸 했지 너무 끔찍해서요. 쇼팽 전주곡 3번을 치는데 손에 땀이 났고 손도 더러워서 건반 군데군데에 검은 색이 묻어있더라고요. 그 생각이 나고요. 쇼팽 장송 소나타를 치는데 눈 속에 땀이 고여서 끼어있던 게 생각이 나서 끔찍해요.”
 
영광의 순간일 것 같은데 아니네요.
“제 영상을 가끔 보거든요. 원래는 얼마나 못 쳤나 보려고 보는데 쇼팽 콩쿠르 영상은 잘 안 봐요.”
 
그 정도라면 쇼팽 협주곡에는 트라우마가 없나요.
“아뇨 아뇨. 이 곡을 다시 칠 때마다 ‘이번엔 콩쿠르가 아니다’하면서 너무 신나요. 오늘도 그랬고요,.”
 
이제 지휘는 데뷔 무대라고 할 수 있나요? 계속 할건가요.
“아… 데뷔 동시에 은퇴?(웃음) 아무도 모르죠.”
 
오늘 봐서는 할 것도 같던데요.
“지휘를 본격적으로 잘 해볼 생각은 전혀 없어요.”
 
협주곡 정도는 제의가 들어오면 곡에 따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건가요?
“섣불리 말을 하는게 힘들어서요. 지금 제 스케줄이 2021년까지 있는데 그 안에는 지휘 일정이 없으니까, 2년 안에는 지휘 계획이 없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될 것 같아요.”
 
22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조성진의 모차르트, 쇼팽 협주곡 무대.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22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조성진의 모차르트, 쇼팽 협주곡 무대.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오케스트라 안의 다른 악기에 대한 공부도 했나요.
“악기를 세세히 공부하진 못했지만 악기마다 다르게 쓰는 음자리표는 익혔어요. 제가 어려서 바이올린을 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번 리허설에서 모차르트 3악장에서 음을 바꾸며 크레센도 해달라고 바이올린 섹션에 부탁했는데 어렵다고 해서 제가 활쓰기를 바꿔달라고 했거든요.”
 
지휘를 하면서 오케스트라에 어떤 부탁과 주문을 주로 했나요.
“소리에 대해 많이 얘기했어요. 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곡 분위기도 바뀌고요. 특히 쇼팽 협주곡 첫 부분에서는 ‘위엄 있고 따뜻하면서 익스펜시브(expensive, 비싼)한 소리를 내달라’고 했어요.(웃음) 어려운 부탁인 줄 알지만 악장과 오케스트라가 잘 따라줬어요.”
 
이번 통영 무대는 통영국제음악재단과 함께 나흘동안 진행한 조성진과 친구들 마지막 공연이었죠. 첫날은 현악4중주단(벨체아 콰르텟)과 5중주, 둘째날은 성악가(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독일 가곡, 셋째날은 독주회,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큰 프로젝트였어요.
“2017년에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독주회를 했는데 공연장의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울림이 적당하고 관객의 숫자에 따라 소리의 차이도 없고요. 그래서 이번엔 아주 큰 프로젝트였는데도 하고 싶었어요. 제 한계를 시험해본 것 같아요. 체력적인 것도 그렇고.”
 
해보니 본인의 체력이 어떤가요.
“괜찮았어요. 9시간씩 자니까 괜찮더라고요. 밥 먹고 자고, 연주 끝나고 밥 먹고 자고.”
 
잘 자고 잘 먹으면서 체력 관리 잘하는 연주자로 유명하죠.
“잘 자요. 누우면 자요. 잠을 못자면 혓바늘이 돋고 그러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안 좋잖아요.”(웃음)
 
조성진은 지휘와 협연을 동시에 하는 무대로 경남 통영의 통영국제음악당을 선택했다.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조성진은 지휘와 협연을 동시에 하는 무대로 경남 통영의 통영국제음악당을 선택했다.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통영에서의 쉽지 않은 일정을 마친 조성진은 24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내년에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곡 모두를 사흘에 연주한다. “유럽에서 연주를 해보면 경력에서 저는 이제 초보에요. 하지만 문을 열고 어떤 세계로 들어가긴 했죠. 중요한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의 세계로요. 하지만 그 안에서는 완전히 초심자에요. 이제 모든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통영=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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