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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 앞두고 국감에 묻지마식 기업인 부르기 안 된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기업인들에 대한 묻지마식 증인 신청과 채택이 재연될 조짐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운천 의원은 기업 규모 1~15위 그룹 총수를 모두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다. 농어촌상생기금 출연 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따지겠다면서였다. 농어촌상생기금은 강제조항이 없는 기부금이다. 그런 기부금이 걷히지 않는다고 기업 규모 15위까지의 총수를 모두 부른다는 발상은 국회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전형적인 윽박지르기다. 농해수위는 여야 간사협의를 통해 대기업 5곳의 사장을 부르는 선에서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마저 적절한지 의문이다.
 

국감서 기업인 증인 대거 채택 조짐
정치권 출석 요구 갈수록 느는 추세
증인 신청해 흥정의 도구로 쓰기도

여야가 합의한 다른 상임위의 증인·참고인 목록에도 기업인들이 즐비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임직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등이 '의결 전 명단'에 포함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 대표들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환경노동위 역시 LG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GS칼텍스 등 여수지역 공장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고용노동부 국감에는 SK C&C 사장 등을 부를 예정이다. 여야는 지금도 추가 기업인 증인 출석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인 국감 증인 신청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동안 정치권이 증인 채택을 흥정의 도구로 사용해 논란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일단 막무가내로 대기업 총수나 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해 놓고 이를 빼주는 조건으로 지역구 민원과 거래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또 기업인들이 국감장에 불려나와도 여야 의원들의 공방 때문에 발언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앉았다 나오는 일이 허다했다. 어쩔 수 없이 기업에서 설명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굳이 총수나 사장이 아니라 실무진이 나와도 되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가 “불필요하게 기업인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기업 경영에 발목 잡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당부했을까. “자산 상위 10대 그룹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43.7%, 37조3900억원 감소했다”는 경제난 통계까지 제시하면서였다. 이런 가운데 국정감사 시절이 되면 기업인들이 국감에 대비해 법률 자문을 받느라 로펌업계가 표정관리를 할 정도라니 이 또한 웃지 못할 일이다.
 
지난해 중앙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19대 국회 출범 이후 매년 100명 이상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또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였다. 20대 국회(2016·17년)는 18대(76.5명)와 19대(120명)보다 많은 평균 126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렀다.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을 불러서 질책을 받게 한다는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국감만 되면 기업에 비상이 걸리고, 실제 망신주기 외에는 사건의 실체 규명 등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정치권은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표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기업인 출석 요구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를 벌이는 게 주요 업무다. 국정감사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정파적 이익을 위한 기업감사화가 돼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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